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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66회> 비교 종양학
Bio통신원(바이오휴머니스트)
참고1)
10년 전 여름, 미국에 갔을 때 우연히 들른 공원에서 깜짝 놀란 일이 있다. ‘DOG BEACH’ 라는 안내 표시를 보고 호기심에 따라 갔는데 이윽고 나타난 해변은 정말로 ‘개(DOG)’들만을 위한 ‘해변(BEACH)’이었다! 온갖 종류의 애완견들이 모래사장과 물속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 놀고 있었다. 종종 보이는 덩치 큰 녀석들이 무서워서인지,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애완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인지, 물에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애완견들만 있었다. 견주들은 가끔 공이나 원반을 물속으로 던져 자신의 애완견들이 물어오게만 할 뿐....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놀랐고, 더운 날, 멋진 해변에 이른 순간 물속에 들어가고 싶은 본능적 욕구를 참아야 해서 움찔했다.
미국의 애완견은 우리나라의 애완견보다 삶의 질이 상당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데, 이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이들이 암에 걸렸을 때다. 미국에서는 애완견이 암에 걸리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등록하여 최신 치료를 받게 할 수 있다. 임상시험관계자들은 이들을 실험동물(Lab animals)이 아니라 환자(Patients)라고 부르면서, 이들을 돕는 것은 곧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와 사람은 생명활동(Biology)이 비슷하고 암이 자라는 양상도 비슷하여 개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암제는 종종 사람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암에 걸린 애완견의 적극적인 치료는 결국 암에 걸린 사람에 대한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2003년부터 미국 암연구소(NCI)는 개와 사람의 암을 비교 연구하는 ‘비교 종양학(Comparative Oncology)’연구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거의 같은 생활환경에서 친밀하게 지내기 때문인지 주인의 얼굴을 닮은 애완견을 볼 때마다 신기했었는데, 암까지도 비슷하단다. 사람처럼 개도 뇌, 폐, 피부, 뼈 등에 암이 잘 발생하고, 비슷한 유전자돌연변이가 발견되며, 심지어 체내 암을 공격하는 면역시스템이 작동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러한 유사점 때문에 애완견의 자연발생적인 암(Naturally occurring cancers)을 연구하는 것은 쥐 같은 실험동물에게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암(Artificially created cancers)을 연구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람의 암을 이해하는데 또 다른 관점의,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암을 이해하는 하나의 완벽한 동물 모델은 없지만, 다양한 모델을 갖추는 것은 그만큼 암치료법과 예방법을 더 잘 찾을 수 있고 최적화하는데 유리하다.2)
나는 애완견을 키우지는 않지만, 사람보다 더 충직한 강아지인 또리를 안다. 또리의 주인은 거의 매일 새벽마다 교회를 다녔는데, 또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도, 추운 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집을 나서는 주인을 따라와 평균 1시간내외를 교회건물 바깥에서 기다리다가 주인과 함께 집에 돌아가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또리를 기특하다며 많이 좋아했었다.
그런데 주인은 또리를 집에서만이 아니라 주택가 동네에 풀어놓고 키웠기 때문에 또리를 좋아했던 사람들(특히 식당 종업원들)은 또리에게 사람이 먹던 음식을 주곤 했다고 한다. 그것이 문제였을까? 두 달 전 또리가 세상을 떠났다. 암으로.
“사람이나 강아지나 아무거나 먹지 말고 ‘관리’를 하면서 먹어야 돼. 그래야 암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아.”
또리가 워낙 살갑고 충성스러웠던 강아지였던지라 주인은 진한 후회가 섞인 푸념을 했다.
주인은 또리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적지 않은 치료비용을 들여서 수술도 시켜주고 최선을 다해 치료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또리가 미국에서 살았다면 임상 시험 중인 최신 항암제라도 맞고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반려동물, 반려가족이라고까지 부르며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두 가정 내지 최소 세 가정에 하나씩은 애완견을 키우는 것 같다. 미국처럼 비교 종양학 연구를 해 볼 여건은 충분한 듯하다.
부디 수의학자와 암연구자들이 적극 협력하여, 우리나라에 사는 반려견들에게도, 암환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비교 종양학 연구 프로그램이 조만간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 참고
1) 2017년 12월 1일, 새벽 6시, 영하 10도의 추운날씨에도 문 밖에서 주인이 나올 때까지, 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또리
2) https://www.cancer.gov/news-events/cancer-currents-blog/2019/comparative-oncology-dogs-cancer-clinical-trials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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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야기로부터 나름 진지한 인생 교훈을 도출해 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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