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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어떻게 철 따라 남쪽으로 가는 것일까
오피니언 이탈 (2019-07-16)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세상이 됐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스마트폰 알람이 잠을 깨운다. 최신 과학기사들을 보면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놓는 게 전자기파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어김없이 오늘밤 필자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스마트폰이 될 것 같다. 문득 며칠 전 읽은 시가 한 편 떠오른다.

자동차도 없고
워드프로세서도 없고
비디오테크도 없고
팩스도 없고
퍼스콤이건 인터넷이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특별한 지장이 없어
그렇게 정보를 모아서 뭐에 쓰는 건데?
그렇게 서둘러서 뭐 하게?
머리는 텅빈 채 말이야

- 윤동주 시인을 존경하는, 일본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대에 뒤떨어져> 중에서

그런데 실제로 인간이나 동물은 전자기파로부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변화한 전자기파 환경은 종과 그 개체 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0여 년 간, 한대 해역을 건너는 철새 109종의 개체수가 갑자기 줄었고, 호주에서는 바다 새 36종 개체수의 75% 감소했다. 또한 전 세계 나비의 10%가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벌의 개체 수는 70% 가까이 감소했다.

지구 자기장이나 빛 같은 고주파 에너지를 사용하는 곤충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자기장으로 해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비전리방사보호위원회(ICNIRP)에서 규정한 ‘인체에 안전한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치의 전자기장임에도 불구하고 조류와 곤충들은 이에 취약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MHz 범위의 전자파 진동과 저주파 범위의 자기 충격은 생물들이 자연에서 방향을 잡고 항법 기작을 조작하는 것을 방해했다.

예를 들어, 벌통 300m 이내에 안테나를 설치한 양봉가 2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가 있는데, 안테나 작동 전후에 나타난 벌들의 행동을 비교해보니 벌들의 37.5%에서 공격성이 커졌고, 안테나가 작동하기 시작한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65%의 벌떼가 붕괴되었다. 개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였다. 와이파이 라우터에 30분간 노출된 개미들은 먹이탐색 행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동 속도가 변했다. 정상적인 먹이탐색 행동으로 복귀하기까지 노출이 끝난 이후 약 8시간이 흘러야했다.

날아서 이동하는 야생생물은 무선주파수 신호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호들은 지구 자기장보다 세기가 훨씬 약한 인위적 진동이었지만 야생동물들의 크립토크롬(빛이나 자기장 감지 물질)은 심하게 손상됐다. 새들은 자기장 감지 능력이 왜곡돼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가곤 했다. 또한 수많은 야생생물들은 태양과 자기장을 이용하는 항법 기능이 저해됐다. 그 결과 ▶ 벌떼 붕괴감소 ▶ 철새와 나비 감소 ▶ 많은 생물들에서 면역력 약화를 일으켰다.

 

전기와 자기에 의해 형성되는 전자

전자기에 의해서 우리 생활은 더욱 편리해졌지만, 그로 인해 우리 몸과 다른 생물들의 몸이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전기와 자기에 의해 형성되는 전자기장. 그림 출처 = 위키백과

 

전자기파로 인해 방향 감각 잃는 새들

인간 역시 인공 전자기파 환경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자기파 환경에 노출된 인간들은 낮에 피로감을 느끼고, 밤에는 잠을 설치고, 면역체계가 약화되어 병균을 퇴치하지 못해 암세포 증식을 파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현재 인위적 전자기 신호들은 자연적 신호를 완전 뒤엎어버릴 정도로 과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미래 생태계에 발생하는 생물학적 교란은 더욱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생물체의 기능은 하룻밤 만에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랜 시간 진화해 온 것이다. 환경은 우리를 감싸는 배경이 아닌 우리의 일부다. 먼 훗날 새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고 공중에서 소용돌이처럼 빙빙 돌다가 추락해버리는 사건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수평선 아득한 바다 위를 따라 먹이가 있는 스코틀랜드 북부로 날아가는 바다오리. 태평양을 가로질러 뉴질랜드까지 11,000km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날아가는 큰뒷부리도요. 지난 천 년 간 사람들은 이주하는 철새들을 보며 ‘저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 것일까.’ 생각을 해왔다. 별거 아닌 궁금증 같겠지만 오늘날 지구 자기장 문제 대한 과학적 시초를 제공하는 물음이 되었다.

자성이 있는 지구를 여행하는 건 새뿐 아니라 인간도 그렇다. 오지를 여행하는 사람, 낯선 도시를 걸어 여행하는 사람, 삼림을 감시하는 사람, 어선과 호화 유람선의 선장들은 모두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지구를 항해한다. 지구에 일관된 자기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철새들은 해마다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 특정 방향으로 이동한다

철새들은 해마다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 특정 방향으로 이동한다. 빛이나 자기장을 감지하는 물질은 크립토크롬이다. 감지하는 게 잘 못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작은 지구처럼 움직이는 생물 개체들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 지구 자기장과 주자성 세균(magnetotactic bacteria, 走磁性細菌) 사이에 흥미로운 관계가 만들어졌다. 단세포 유기체 내에 자기 성질의 입자가 포함된 것이다. 입자는 나침반의 바늘처럼 지구 자기장을 따라 배열되었다. 이후 생명체의 구조는 복잡해졌고 지구의 자기장에 대한 생물의 의존도는 쉽사리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복잡해져만 갔다.

오늘날 늪 박테리아의 기다란 몸체에는 여전히 자성 결정이 자연적으로 자란다. 이 박테리아들은 지구의 국소 자기장 방향에 따라 수영을 한다. 꿀벌의 위 속에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자성 물질이 있다. 자기장 방향에 맞춰 꿀벌은 벌집에서 춤을 추며 소통을 한다. 만약 자기장 방향이 바뀔 경우 춤추는 모양과 날아다니는 품은 달라진다. 바다 여행자인 고래, 돌고래, 거북이, 청새치, 참치 등의 뇌 속에도 자기 결정이 있다. 연어가 고향 길을 따라 강과 바다를 오가는 이유 역시 이로 설명이 가능했다.

동물들의 길 찾기 메커니즘에 대한 지식은 처음에 조류 연구에서 비롯됐다. 1700년대 초 사람들은 자신들이 키우던 밤울음새가 가을과 봄마다 불안하게 팔짝팔짝 뛰는 행동을 관찰했다. 1859년에 이르러 러시아의 동물학자 알렉스 폰 미덴도르프(Alexander von Middendorff)는 새가 자각을 이용하여 길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조류학자들은 여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살아 있는 조직에 강한 자성 성분이 있음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으며, 무엇보다 지구자기장처럼 약한 자기장에 대해 민감성이 생물체에 존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1950년대가 되어 새에게 자기 나침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이 나왔다. 1960년대에 생물학자들은 새들이 제때 이동하지 못할 경우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70년대에 일부 화학 반응 유형이 자기장에 의해 변형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 화학 반응은 빛으로 유도되는 듯했다. 빛이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일을 생물에게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빛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자기장 감지 물질로서 크립토크롬이 제기되었다. 크립토크롬은 모든 동물, 식물 그리고 많은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색소로 청녹색과 자외선을 흡수하여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이를 통해 동물과 식물은 생체 시계를 조절하고 재설정했다. 놀랍게도 어떤 동물들은 이 물질을 이용해 지구 자기장의 방향을 감지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비둘기의 눈 주위와 윗부리 비강에서 미세한 자철석 결정이 발견됐다. 이후부터 오직 특정 세균에서만 받아들여졌던 자기수용(magnetoreception) 메커니즘은 모든 생물에게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새와 물고기뿐 아니라 박테리아, 달팽이, 개구리, 바닷가재를 포함한 다양한 종들도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올해 3월 인간의 뇌파검사를 이용해 인간이 어떻게 자기장을 감지하는지 실험했다

올해 3월 인간의 뇌파검사를 이용해 인간이 어떻게 자기장을 감지하는지 실험했다. 인간 역시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기장을 감지하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 <사이언스>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자기장 흐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지구 자기장을 감지 할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가 시작된 건 1970년대였다. 눈가리개를 한 참여자들로 하여금 주변을 돌게 하거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리고 가 특정 방향을 가리키게 하였는데, 당시 결과는 일관성이 없어 흐지부지 해졌다.

올해 3월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인간도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지구물리학자 조 커슈빙크(Joe Kirschvink) 교수는 지구의 힘과 같은 고도로 제어된 자기장 변화에 대한 특정 반응을 찾기 위해 뇌파검사를 사용하여 두피의 전극에서부터 뇌의 활성을 기록했다. 그간 우리 스스로가 자기장을 감지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을 뿐이었지 우리 역시 자기장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리 소르본 대학교의 생물학자 마가렛 아흐마드(Margaret Ahmad)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장은 인간과 다른 포유동물의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세포 내에는 자기장에 있는 것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아흐마드 교수는 인간 배아의 신장 세포에서 이러한 효과를 보았다고 전했다. 연구에 따르면 진화론적으로 아주 오래된 부분인 뇌간과 소뇌에 이것이 집중돼 있었다. 물론 이번 실험을 더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기장 강도와 회전 속도로 뇌 활성을 측정하는 후속 검사가 더 필요하며, 자철석을 포함하고 있다고 제시된 감각 세포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했다.

연구원들은 “만약 인간이 잠재의식 부분에 자기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뇌 속 철 무기물로부터 잠재의식 부분의 자기적 감각이 발생할까?”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전류와 자기장이 인간을 구성하는 생물학적 요소라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자연 자기장의 변화에 따른 인체의 생리적 및 심리적, 생태적 반응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소화하고, 목마름을 느끼고, 타인과 소통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작용을 보이고, 골절이나 감염으로부터 회복되고, 이성적 판단을 하는 등 많은 기능들이 궁극적으로 다양한 전기 작용에 의존했다.

앞으로 생태의 차원에서 전자기파와 자기장 연구결과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오늘 밤에는 스마트폰을 저 다리 밑에 놓고 잠을 청해야겠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3/humans-other-animals-may-sense-earth-s-magnetic-field
2. http://www.astronomer.rocks/news/articleView.html?idxno=87179
3. 『지구 자성』(윌레스 홀 캠펠 저, 이재일, 차동우 역, 북스힐, 2010.)
4. 『새의 감각』(팀 버케드 저, 노승영 역, 에이도스, 2015.)
5. 『뇌파의 이해와 응용』(대한뇌파신경생리학회 저, 학지사, 2017.)
6. 『전자파 침묵의 봄』(케이티 싱어 저, 박석순 역, 어문학사, 2018.)

  추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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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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