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G-WINDOW 처리영역 보기]
즐겨찾기  |  뉴스레터  |  오늘의 정보  |  e브릭몰e브릭몰 회원가입   로그인
BRIC홈 동향
웨비나 모집
스폰서배너광고 안내  배너1 배너2 배너3
전체보기 Bio통신원 Bio통계 BRIC View BRIC이만난사람들 웹진(BioWave)
목록
조회 992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바이오통신원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문화로서의 과학, 그리고 사회 -(상)-
오피니언 곽민준 (2019-07-03 09:46)

 지금까지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생명과학적 질문과 그에 대한 필자 나름의 답을 이야기해왔다. 이제는 그 초점을 조금 옮겨 생명과학이 어떻게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과학인이다. 직업으로 과학을 하거나, 취미로 과학을 한다. 아마 대부분은 전자에 해당할 거다. 과학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의 수익은 거의 정부 등의 기관으로부터 온다. 그리고 당연한 사회의 경제 논리에 따라 과학의 결과물은 과학자들에게 돈을 지원해주는 이가 원하는 가치를 생산해내야만 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스템에서 과학은 단순히 지적 욕구와 호기심 충족을 위한 순수한 과정으로 정의될 수 없다. 연구비가 대부분 공적인 기관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직업적 노동인 과학의 결과물은 반드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지식이어야 한다. 

 과학이 돈을 지원해주는 국가나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생산해내야만 한다는 얘기가 불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이 그러하다. 학부 2학년 올라갈 때쯤 한창 진로 고민에 빠져있던 필자는 지도교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진화생물학에 대한 필자의 관심을 이야기하고 진로에 대해 질문했다. 지도교수는 국내에서 실험실 밖의 생물학을 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한 원로교수에게 지도받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 본인도 동물 행동과 진화에 정말 관심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이를 제대로 연구하기는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필자가 소속된 POSTECH 생명과학과에 생태학자나 동물행동학자는 한 명도 없다. 한국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이라는 KAIST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주장하는 서울의 한 국립대학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인데, 그 학교마저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는 폴란드 사람이다.

 왜 실험실 밖의 현장에서 뛰며 동물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가 이렇게 없는 걸까? 그 이유는 이런 연구들이 과학자들에게 돈을 지원해주는 이들이 원하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과학적 지식의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편리한 생활에 도움을 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즉 지식의 공학적 활용이며, 두 번째는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끼쳐 대부분의 소원인 건강하고 긴 삶을 선물하기 위한 의학적 활용이다. 대부분 과학 연구는 돈이 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며, 생명과학 분야의 경우 사람을 아프게 하고 심하면 죽일 수도 있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본인의 지적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런 연구만으로는 먹고 살기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어떤 이들은 과학이 사회가 원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적 과정이 아닌 그 이후 지식의 활용 가치에만 집중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첫 번째, 과학의 정체성을 무너트리고 있으며, 두 번째, 과학의 방향성을 흔들고 있다. 작년 가짜 학회 사태로 온 매체가 시끄러웠다. 얼마 전에는 명상을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단체의 행사에 정부 기관의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됐다. 아직도 콜라젠을 먹으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며, 게르마늄 팔찌는 인기 선물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오로지 돈과 성과에만 집착하는 학계와 사회의 분위기가 과학을 과학이 아니게, 과학이 아닌 것을 과학이게 만들고 있다. 과학의 정체성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거다. 게다가 앞서 얘기했듯이 물질적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생태학 등의 기초과학은 우리 사회에서 멸시받고 있다. 필자가 전공이 생명과학이라 말하면, 둘 중 하나는 “생명공학?”이라고 되묻는다. 이제 공학의 인지도가 과학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사회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과학의 금광을 더 깊이 파낼 시도를 하지 않고, 그저 이미 파진 금광에서 얻을 수 있는 금만 최대한 주우려 한다. 그리고 그 금에 ‘4차 산업혁명’, ‘5G’ 등의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마치 다이아몬드인 양 홍보한다. 오로지 지식의 활용 가치에만 집중하는 지금의 방향성은 뭔가 많이 잘못되었다.

 그러니 과학은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바뀌느냐다. 단순히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유사 과학을 제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건 몸통은 그대로 두고 가지만 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언제 어떤 문제가 또다시 과학을 괴롭힐지 모른다. 천천히 가더라도 잘못된 문화와 시스템을 뿌리부터 뽑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학이 살고, 과학으로 먹고 사는 과학자도 산다. 

  추천 1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보기 >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어려운 과학, 재미난 과학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의 이 말은 공자의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과학 문화의 첫걸음, 재미난 과학.
작년 겨울 강남의 한 클럽. 평소의 그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외침들이 울려 퍼졌다. 실험복을 입은 사람들이 cosX와 sinX를 외치며 춤을 췄...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과학자의 권리, 그리고 책임
 ‘과학자는 왜 사회와 소통해야 하는가?’ 지난 몇 달간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혼자 열심히 고민했던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유럽으로 떠난 지난여름, 영국에서 만난 여러 과학 문화...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댓글 1
회원작성글 bzbz  (2019-07-03 14:58)
좀더 장기적인 사회적 가치 생산을 위해서라도
농업과 환경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생태학도 필요합니다.
과학 이전에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것도
문제입니다.
등록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정보중앙센터
위로가기
동향 홈  |  동향FAQ  |  동향 문의 및 제안
 |  BRIC소개  |  이용안내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BRIC. All rights reserved.  |  문의 member@ibric.org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유튜브 유튜브    RSS서비스 RSS
에펜도르프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