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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이기적 유전자의 CRISPR 시스템, 유전자편집에 새로운 시사점
생명과학 양병찬 (2019-06-28 09:36)

세균이 흔히 사용하는 CRISPR를, 트랜스포손(transposon)이라는 이기적 유전자(기생적 유전요소)가 갖고 있다니... 이 역설이 해명됨으로써, 유전자요법 연구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졌다.

이기적 유전자의 CRISPR 시스템, 유전자편집에 새로운 시사점
Proposed model for RNA-guided DNA integration using the INTEGRATE system / Credit: Sam Sternberg/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펜싱 대결에서 라에르테스(Laertes)의 '독 묻은 검'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을 때, 햄릿은 무기를 바꿔 반격을 가했다. 그리하여 라에르테스는 자기의 검에 찔려 살해당했다. 클롬페 등(Klompe et al.)은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생물학적 전투에서 일어나는 햄릿과 똑같은 '극적인 무기교체'를 기술했다. 그들에 따르면, (세균들이 유전적 침입자에 대항하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캐스테이드(Cascade)라는 분자기구가 일부 침입자들에 의해 역이용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드라마에 더하여, 이 '미세한 전투도구'는 궁극적으로 '평화적 목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간의 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세균의 유전체는 이기적 DNA 분절(selfish DNA segment), 이를테면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나 이동성 유전요소(MGEs: mobile genetic elements)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는데, 이 '이기적 유전자(트랜스포손)'들은 - 숙주가 아니라 - 오로지 자신의 전파(propagation)와 전염(transmission)을 도모한다. 어떤 트랜스포손(transposon)은 겨우 다섯 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는데, 그 유전자들의 유일한 기능은 '세균들 사이에 트랜스포손을 퍼뜨리는 것'이다(참고 2). 이런 유전자들의 단백질 생성물들은 합세하여 트랜스포손의 DNA를 세균 유전체의 특이지점에 삽입하는데, 트랜스포손이 삽입되었다고 해서 숙주가 해(害)를 입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트랜스포손은 그 세균 속에 머무는 '영원한 승객'이 된다.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트랜스포손은 자신을 (세균들끼리 서로 유전물질을 주고받는 데 사용되는) '작은 원형 DNA'에 복제하여, 새로운 숙주를 찾아갈 수 있다.

세균은 그런 기생자들에게 대항하는 방어시스템을 여러 가지 갖추고 있다. 그중 하나는 CRISPR로 알려져 있으며(참고 3), 범죄자 수배전단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외계 DNA가 세균의 세포에 침입하면, CRISPR가 그것을 잘게 썰어 몇 개의 조각들을 세균의 유전체 속에 보관한다. 이런 조각들은 '먼지를 뒤집어쓴 전리품'이 아니라 '과거의 침입에 대한 기록물'로, 세균은 그것들을 RNA의 짧은 조각에 복사한 다음 CRISPR와 관련된 뉴클레아제(이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Cas9이다; 참고 4, 참고 5)에 건네준다. 이러한 뉴클레아제(nuclease)들은 RNA 조각을 휴대하고 다니다 유입된 DNA와 비교하여, 만약 일치하면 해당 DNA를 파괴한다.

그런데 2017년, 피터스 등(Peters et al.)이 희한한 사실을 보고했다(참고 6). 그 내용인즉, "일부 트랜스포손들이 (CRISPR 방어시스템의 일종인) 캐스케이드(Cascade)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생적 유전요소가 자신을 겨냥하는 방어기구를 필요로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생물의 모든 특징들이 다윈적 적응(Darwinian adaptation)은 아니지만, 많은 세균들의 트랜스포손에 케스케이드가 만연하다는 것은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음을 암시했다.

피터스 등은 「캐스케이드-트랜스포손 시스템」의 두 가지 특이점에 주목했다. 첫째, 캐스케이드 기구는 여전히 '표적 DNA'를 'Cas형 단백질이 운반하는 RNA 조각'과 비교하여 인식하지만, DNA를 절단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공포탄이 장전된 총'이나 마찬가지였다. 둘째, 트랜스포손은 자신의 DNA를 세균의 유전체에 통합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그러한 통합을 '통상적인 방향(숙주에게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유전자가 결핍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캐스케이드라는 총이 특정한 표적을 겨냥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Peters et al.은 "이러한 두 개의 '마이너스'가 결합하면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서, "트랜스포손이 캐스케이드를 이용하여 세균 속에서 새로운 DNA 표적을 인식한다면, 트랜스포손의 DNA가 그 부위에 통합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Nature》에 실린 이번 연구에서, 클롬페 등은 피터스 등의 아이디어를 증명하고 확장하는 풍부한 실험 데이터를 제시했다. 첫째로, 그들은 "트랜스포손이 'RNA에 의해 인도되는 캐스케이드 요소'를 이용하여, 캐스케이드를 유전체의 특정 위치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둘째로, 그들은 "캐스케이드는 표적 DNA를 인식한 후 TniQ라는 단백질에 직접 결합하고, 이 단백질은 트랜스포손으로 하여금 유전체의 새로운 위치에 삽입되도록 유도한다"고 보고했다. 이 삽입의 특이성은 인상적이었다. 연구자들이 검토한 25개의 사례 전부에서, 트랜스포손들은 세균 유전체의 표적위치에 정확하고 배타적으로 배달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클롬페 등 의 발견은 "미생물의 진화가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변형하고 뒤섞고 결합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해결방법(이 경우에는 RNA에 의해 인도되는 DNA 수송)을 탄생시킨 과정을 설명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연구자들에게 '전혀 색다른 과학적 전선에서 싸울 수 있다'는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 내용인즉, “트랜스포손이 보유한 도구를 이용하여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치료용 유전자는 전통적으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두 가지 방법으로 인간에게 장착된다. 첫 번째 방법은 바이러스가 유전체 외부에 머무는 것인데, 이것은 세포가 분열할 때 바이러스가 신속히 희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방법은 바이러스가 반(半)무작위적으로 유전체 DNA 속에 머무는 것인데, 이것은 잠재적인 안전성 문제를 야기한다(참고 7). 이러한 문제의 한 가지 해결책은 유전체편집인데(참고 8, 참고 9), 이 경우 조작된 뉴클레아제(예: Cas9)가 관심있는 위치로 이동하여 DNA를 절단하여 이중가닥절단(DSB: double-strand break)을 초래하고, DBS는 (그 위치의 유전자 삽입을 촉진하는) 주형(template)을 이용하여 복구된다(참고 10).

【참고】 유전자가 염색체에 삽입되는 두 가지 방법

a. 전통적 유전자편집에서, 뉴클레아제 효소(예: 세균의 CRISPR 방어시스템의 일부인 Cas9)는 가이드 RNA(g RNA)에 의해 염색체의 특정 위치로 안내된다. 뉴클레아제(nuclease)는 이중가닥절단(DSB)을 만들고, DSB는 숙주의 세포기구를 이용하여 수리된다. 이 수리과정은 DNA 주형(template)에 의해 안내되는데, 그 과정에서 치료용 유전자의 측면에 존재하는 (염색체와 동일한) DNA 신장부 속의 유전자가 염색체에 통합된다(참고 10).

b. 클롬페 등은 이번에 《Nature》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1), "트랜스포손이라는 DNA 요소가 (Cas6, Cas7, Cas8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된) 캐스케이드(Cascade)라는 CRISPR 기구를 이용하여 자신을 숙주의 유전체에 통합한다"고 보고했다. 캐스케이드는 gRNA를 이용하여 염색체로 안내되지만, DSB를 만들지 않는다. 그 대신, 캐스케이드는 트랜스포사제 관련단백질(transposase-associated protein)인 TniQ와 결합하고, TniQ가 트랜스포손을 인솔하여 염색체에 통합시킨다. 이러한 「RNA에 의해 추동되는 DNA 전위(transposition)」는 '이중가닥절단(DSB)'이나 '기다란 측면 시퀀스(flanking sequence)'를 회피할 수 있어, 전통적인 유전자편집의 단점 중 일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가 염색체에 삽입되는 두 가지 방법

DSB가 추동하는 유전자 첨가는 유용하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그것은 비분열세포(non-dividing cell)에서 비교적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는데, 그중 상당수는 유전자요법의 잠재적 표적이다. 둘째, 삽입될 유전자는 (삽입되는 유전체 지역의 시퀀스와 부합하는) DNA 분절의 측면에 위치해야 하는데, 이것은 치료제가 차지할 귀중한 공간을 점유한다. 셋째, DSB는 - 관리 가능하지만(참고 11) - 관련된 위험이 있다. 피터스와 클롬페는 공히 "이론적으로, 트랜스포손이 세 가지 이슈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트랜스포손이 통합되는 과정은 (표적에서) DSB를 요구하거나 (치료제에서) 측면의 DNA를 요구하지 않으며, 비분열세포에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이 임상에 적용될 경우, 인간 유전자편집의 매력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임상적용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전에, 기다란 체크리스트가 완성되어야 한다. 그 체크리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포함될 수 있다. 첫째, (세균이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인간세포에서 유전체의 위치를 겨냥하는 데 효과적이어야 한다. 둘째, 임상적으로 유용할 만큼 커다란 DNA 단편을 통합할 수 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셋째, 세균보다 약 1,000배 큰 인간의 유전체에서 특이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넷째, 면역반응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통합과정과 관련된 단백질 전체를 배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30년간에 걸친 유전자요법의 과거에서 얻은 핵심교훈은 '대부분의 난제들은 궁극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이다(참고 7, 참고 11, 참고 12). 따라서 트랜스포손이 자신을 전파하기 위해 사용하는 CRISPR 시스템은 유전적 의약품으로 전용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38/s41586-019-1323-z
2. https://www.ncbi.nlm.nih.gov/pubmed/25091064?dopt=Abstract
3. https://doi.org/10.1038%2Fnmicrobiol.2017.92
4. https://doi.org/10.1126%2Fscience.1225829
5. https://doi.org/10.1146%2Fannurev-biophys-062215-010822
6. https://doi.org/10.1073%2Fpnas.1709035114
7. https://doi.org/10.1146%2Fannurev-med-012017-043332
8. https://doi.org/10.1146%2Fannurev-biochem-060713-035418
9. https://doi.org/10.1089%2Fcrispr.2018.29007.fyu
10. https://doi.org/10.1073%2Fpnas.0611478104
11. https://doi.org/10.1056%2FNEJMra1800729
12. https://doi.org/10.1126%2Fscience.aan4672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1824-0

 

모든 것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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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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