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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사슴뿔에서 새로운 암 치료법을 배운다
의학약학 양병찬 (2019-06-24 09:55)

우후죽순처럼 자라는 사슴뿔. 알고 보니 그 뒤에는 암(癌) 유전자가 도사리고 있었다.

사슴뿔에서 새로운 암 치료법을 배운다

반추동물의 유전체학: 한 초식동물 계열의 진화적 성공(evolutionary success)을 탐구

이번 주 《Science》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동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포주(Limpopo Province) 소재 마풍구브웨 국립공원(Mapungubwe National Park)에 사는 암컷 스틴복영양(steenbok; Raphicerus campestris)이다. 스틴복영양은 반추동물(ruminant)에 속하는데, 반추동물은 지구상에 가장 널리 퍼져있는 초식 포유동물 중 하나다. 이번 주 《Science》에 실린 세 편의 논문들은 반추동물의 유전체학을 탐구하여, 그들의 다양화(diversification)와 진화적 번영(evolutionary thrive)의 밑바탕에 깔린 특이적 형질을 규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1130쪽(참고 1)과 1150쪽(참고 2)을 참고하라.
※ Photo: Neil Aldridge/Minden Pictures

가지진 뿔(antler)은 동물계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뼈'에 속한다. 사슴, 말코손바닥사슴(moose), 엘크(elk), 순록은 짝짓기 시즌이 오기 전, 새로운 뼈가 돋아나 한 달 만에 50cm까지 자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사슴뿔에서 새로운 암 치료법을 배운다

반추동물의 유전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마침내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그 내용인즉, 암을 촉진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 유전자들이 뼈의 성장에 부분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추동물의 골조직(bony tissue)을 연구하면, 암과 싸우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연구는 중국과 해외의 과학자들이 44가지 반추동물[소, 사슴, 기린, 가지뿔영양, (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복잡한 위를 가진 그 밖의 포유동물]의 유전체를 시퀀싱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 반추동물 중 상당수에서는 골성 돌출물(bony protrusion)이 돋아나는데, 기린의 경우에는 피부와 털로 뒤덮인 소골(ossicle), 소의 경우에는 별도의 딱딱한 피막이 있는 뿔(horn)이 그것이다. 그런데 가지뿔영양(pronghorn)의 경우에는 피막이 매년 벗겨지고, 사슴과 엘크와 말코손바닥사슴의 경우에는 가지진 뿔이 매년 통째로 떨어져 나간다.

사슴뿔에서 새로운 암 치료법을 배운다

다음으로, 과학자들은 이 같은 헤드기어의 진화 및 발달에 관여한 유전자를 물색했다. 중국 시안(西安) 소재 서북공업대학(西北工业大学)의 창 추(Qiang Qiu; 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양·염소·사슴의 16개 생조직(live tissue)에서 활성화된 유전자들을 찾아냄과 동시에, '어떤 유전자들이 일부 반추동물의 배아발생 과정에서 활성화되는지'를 평가했다.

그 결과, 빗원뿔형 뿔(horn)과 가지진 뿔(antler)은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새로운 구조물'은 신경·뼈·피부조직의 형성을 돕는 유전자가 변이될 때 나타났으며, 변이된 유전자는 골성 돌출물이 형성될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헤드기어가 처음 생겨나는 데 기여한 것은 '골형성(bone formation)'과 '신경능선(neural crest)의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뿔과 가지진 뿔이 공통조상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하는 추가증거는, 중국산 고라니와 사향노루 2종(고라니와 사향노루는 가지진 뿔이 없다)이 골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중 하나에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와 동료들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6월 20일 《Science》에 발표했다(참고 3).

사슴뿔에서 새로운 암 치료법을 배운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사슴에서 8개의 특이한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들은 통상적으로 종양의 형성과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에 따르면, 이것은 "사슴뿔의 성장이 '전형적인 뼈'보다는 '골암(bone cancer)'의 성장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골암과 사슴뿔 사이에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골암의 경우에는 종양이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하는 데 반해, 사슴뿔의 경우에는 종양억제유전자와 종양성장억제유전자가 뿔의 성장을 엄격히 조절한다"는 것이다.

"사슴뿔의 성장은 본질적으로 '골암 성장'의 통제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오리건 대학교 유진 캠퍼스의 에드워드 데이비스(진화고생물학)는 논평했다. "종양촉진유전자가 사슴뿔의 성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종양통제유전자가 사슴뿔의 성장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양통제유전자의 개입은 사슴뿔에 터보엔진을 장착한 것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으니, 사슴의 암까지도 예방해 준다는 것이다. "사슴뿔의 성장을 통제하는 암억제유전자는 일반적인 암까지도 막아준다"라고 추는 말했다. "예컨대, 동물원들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사슴의 암 발생률은 다른 포유동물의 1/5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슴뿔의 진화는 '행복한 사건(happy accident)'이었던 셈이다."

※ 참고문헌
1.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4/6446/1130
2.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4/6446/1150
3.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v6335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6/cancer-genes-help-deer-antlers-g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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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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