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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존재 증명의 변주…기생충들의 난장판
오피니언 이탈 (2019-06-14 12:23)

* 영화 <기생충>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화제다. 봉준호 감독은 그의 장편 데뷔작 <플란더스의 개>부터 자본과 계급의 위선과 뒤틀림에 대한 주제 의식을 펼쳐냈다. <기생충>은 헛웃음이 나오는 블랙 코미디다. 서늘한 자본주의와 사회적 계급의 간극을 거의 판타지이지만 실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영화는 반 지하에 사는 식구 넷이 모두 백수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택(송강호 분)의 아들을 시작으로 한 명씩 박 사장(이선균 분) 집으로 일자리를 얻어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들을 다뤘다. 

영화 <기생충>이 섬뜩한 건 '기생충'으로 상징되는 존재들이 특정 집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행병처럼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득실대고 있다. 영화와 유사한 혹은 더욱 치밀하고 보이지 않게 인간을 위협하는 기생충은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박멸되어야 할 존재인가? 아니면 한 사회가 낳은 기형이자 생산력 없는 밥버러지 같고 냄새나는 존재인가? 누구나 기생충이 될 수 있다. 다른 존재가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기생'은 사실 존재의 성립 이유이다. 영화나 사회학적으로 보면 말이다. 

"우리는 아주 얇은 얼음 위를 걷고 있거나 으르렁거리는 화산 위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유행하는 전 세계 전염병의 출 현을 두고 어느 과학자가 경고했다. 세계화 및 공기와 대지, 물의 오염으로 파생된 문제점들과 끊임없이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열기들은 인간과 동물을 위협하는 새로운 질병들을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 300종류가 넘은 기생충과 70종의 원생생물에서 기인한 질병이 발견됐다. 다수의 인간 기생충들은 발달 과정에서 수중 생태계에서 산다. 기생충들은 아열대나 열대 국가들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많이 펴져 있다. 지구 온난화는 온화한 기후의 독일에마저 말라리아를 불러올 지경이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매해 1백만-5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라틴 아메리카나  열대 기후를 가진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기생충

기택 역할을 맡은 송강호 배우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사건을 벌인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 출처 = (주)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기생충>과 숙주에 사는 진짜 기생충

지난 5월 23일 <하와이 섬을 방문한 여행자들 광동주혈선충(Angiostrongylus cantonensis, 일명 쥐 폐선충)에 감염>이라는 기사가 공개됐다.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목수 개미의 머리에서 기다란 줄기가 뻗어 나온다. 기괴하게 개미를 죽여 머리를 터뜨린 이 존재는 수백만 년 동안 개미를 좀비처럼 만들어 온 좀비 곰팡이(Ophiocordyceps Unilateralis)다. 이윽고 곰팡이 포자는 바람을 따라 다른 개미들에게 뿌려졌다. 기생충들의 존재는 무엇일까. 이들은 숙주 내부의 회오리와 같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속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눈으로 알 방법이 없다. 
 
광동주혈선충은 광동주혈선충증을 일으키는 기생충으로 평소 쥐의 폐에 서식해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알은 제1기 유충이 된 뒤 모세혈관을 뚫고 폐포 내로 간다. 유충은 기관지와 기관, 식도, 위, 장을 지나 쥐 대변에 섞여 밖으로 나온다. 이후 변을 먹은 굼벵이와 달팽이, 그리고 다시 이를 잡아먹은 쥐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는 생활사를 지닌다. 이런 과정은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와 지하실이라는 음습한 오래된 서식지를 벗어나 새 서식지를 얻으려는 기생 인물들의 모습과 비교된다. 기생자들이나 기생충들의 운명은 결국 음습한 장소로 다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발버둥을 침에도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을 지녔다.

 

최근 광동주혈선충이 사람들에게까지 감염됐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쥐 폐선충이다

최근 광동주혈선충이 사람들에게까지 감염됐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쥐 폐선충이다. 사진 = <라이브사이언스닷컴> 

 

숙주와 기생충 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

실제 생태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숙주를 위협하는 기생충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수(Sue, 지금껏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완벽하고 꽤나 잘 보존된 티-렉스 표본)라고 알려진 가장 유명한 공룡은 기생충(Trichomonas gallinae) 때문에 굶주려 사망했다. ‘수’의 입장에서 자신이 보이지 않는 기생충 때문에 굶어 죽으리라 예상이나 했을까. 이 기생충은 오늘날 새들을 괴롭히며 새의 부리 아래에 심각한 병변 패턴을 야기한다. 이 패턴은 ‘수’의 턱에 있는 구멍 그리고 같은 해부학적 위치에서 발생하는 것과 거의 일치했다. 

또 다른 예로 서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이나 습지에 서식하는, 로아사상충이라고 불리는 기생충이 있다. 사슴파리나 망고파리에서 사람들로 옮겨가는 것이 특징이다. 종일 희생자의 피부 아래를 돌며 조직에서 체액을 먹는데, 태양이 졌을 때는 혈류로 이동해 자신의 인간 숙주가 파리에 물리기를 기다리고 밤에는 숙주의 폐로 물러난다. 때로 숙주의 눈 부위를 가로지르기도 하는데 눈앞을 어른거리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로 인해 숙주는 고통을 겪는다.  
 
비범한 방식으로 숙주의 정신을 통제하는 기생충들도 많다. 기생 장수말벌(Hymenoepimecis argyraphaga)의 애벌레는 호랑거미로 들어가 그들로 하여금 이상한 거미줄을 돌리게 한다. 특히 자신들의 고치를 만들도록 조종한다. 또한 큰가시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간 기생충(Schictocephalus solidus)은 자신의 숙주를 더 따뜻한 물가에서 놀게끔 유도한다. 그런 식으로 자신들이 더 빨리 성장하게끔 많은 먹이를 먹도록 한다. 이후 배설물과 함께 바깥으로 나와 다시 물새에게 먹혀 생활사를 지속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깜빡이는 전구는 정신을 상징하는 독특한 아이템이다. 숙주의 생각을 통제하고 있음을 알리는 기생충들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했다. 박 사장 가족은 자신의 집에 지하실이 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 그곳은 없는 세계와도 같다. 지하실은 기생 인간들의 가장 아늑한 보금자리다. 마치 물고기 혀를 먹어치우고 그 자리를 대신해 주인집 사람인 양 행세를 하는 시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라는 기생충과 같이 말이다. 숙주처럼 생각하며 주인인양 행세하는 게 똑같다.  

 

어떤 기생충(Schictocephalus solidus)은 큰가시고기의 몸으로 들어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물고기를 따뜻한 곳으로 몰고 가 많이 먹게 한다

어떤 기생충(Schictocephalus solidus)은 큰가시고기의 몸으로 들어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물고기를 따뜻한 곳으로 몰고 가 많이 먹게 한다. 사진 = https://fishpathogens.net/pathogen/schistocephalus-solidus  

 

기생 없이는 존재 이유가 희미한 이들

“우리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음식을 주면 안 될까요?”

이 대사는 영화 <기생충>에 나온 한 기생 인물의 다급한 대사다. 자신들을 쫓아낸 기생 인간들에 기대고 싶어 하는 또 다른 기생 인간의 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기생충은 참으로 교활하다. 특히 기생 생물에 또 기생하는 생물들이 더욱 그러하다. 대표적으로 참나무-어리상수리혹벌-넝쿨식물이 있다. 어리상수리혹벌은 참나무에 알을 낳고 참나무로 하여금 벌레혹을 만들도록 하는데, 이때 넝쿨식물은 그 벌레혹 속 알의 영양분을 뺏어먹는 식이다. 

영화 속 기생 인간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바꾸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냄새다. ‘사회적 기생충’ 같은 이들은 박 사장처럼 행동하고 그들 부류에 속하는 척했으나 결국에는 기생충으로서의 근본을 영화 내내 풍겼다. 완전한 숙주가 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박 사장과 대립하는 위치에 놓인 이유이기도 했다. 

기생 인간들은 숙주를 서로 차지하려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였다. 숙주 앞에 자신의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눈에 띄는 혁명이 벌어진다. 박 사장 아들의 정원 생일 파티에서다. 여기서 숙주와 기생 인간, 그리고 기생 인간과 또 다른 기생 인간 간의 싸움이 느린 화면으로 폭발하기에 이른다.

송강호는 냄새로서 자신을 차별하고 외면한 박 사장을 죽인다. 이 행동은 사회적인 시각에서는 권력을 퇴진시키는 싸움처럼 보이겠지만, 생태적 시각에서는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이고자 하는지를 다시 상기하려는 슬픈 기생 인간에 대한 그림과도 같다. 영화는 기생충 가족의 존엄을 거의 담지 않았다. 스스로 지하실로 고립을 자초한 기생 인간부류나, 숙주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흔적을 거부하려는 기생 인간 부류만이 강조될 뿐이었다. 

영화 <기생충>에서 우리는 누가 ‘기생 인간’ 역할을 맡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송강호(기택) 가족이 기생충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아마도 박 사장은 기택 가족이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기택 가족은 박 사장이 없으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 큰 이유일 것이리라. 기생 인간들은 긴장감 속에서도 쉽게 숙주를 떠나지 못했다. 숙주 없이 각자도생이 불가능한 이들이다. 그래서 기생충에게 ‘삶의 욕망’이라는 의미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로지 ‘기생’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성립시키는 유일한 이유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영화 「기생충」(2019년 개봉. 봉준호 감독) 
2. 『기생충 : 생태학, 질병, 그리고 관리』(Erzinger, Gilmar S., e-book Nova Biomedical, 2013) 서문.
3. https://www.livescience.com/13040-10-disgusting-parasites-zombie-ants-toxoplasma.html
4. https://edition.cnn.com/2019/05/27/health/rat-lungworm-hawaii-cdc-trnd/index.html
5. https://www.livescience.com/65616-parasitic-worm-brain-hawaii.html
6. http://kormedi.com/1293429/%EA%B8%B0%EC%83%9D%EC%B6%A9%EC%9D%B4-%EC%96%B4%EB%96%BB%EA%B2%8C-%EC%95%94%EC%9D%84-%EC%9C%A0%EB%B0%9C%ED%95%A0%EA%B9%8C-%EB%AF%BC%EB%AC%BC%EA%B3%A0%EA%B8%B0-%EB%82%A0%EB%A1%9C-%EB%A8%B9%EC%9C%BC/
7.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7463&ksr=1&FindText=%B1%E2%BB%FD%C3%E6
8.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8B%AC%EB%A6%AC%ED%95%99%EC%9E%90-%EB%BA%A8%EC%B9%98%EB%8A%94-%EA%B8%B0%EC%83%9D%EC%B6%A9-%EC%A0%84%EB%9E%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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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현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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