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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장내미생물 효소, 인간 혈액형(A형)을 만능공여혈(O형)로 전환!
의학약학 양병찬 (2019-06-12 09:24)

장내미생물 효소, 인간 혈액형(A형)을 만능공여혈(O형)로 전환

미국의 모든 병원들은 매일 응급수술, 예정된 수술, 일상적 수혈을 위해 약 16,500리터의 공여혈(donated blood)을 사용한다. 그러나 수혜자가 아무 혈액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수혈이 성공적이려면, 환자혈과 공여혈의 형(型)이 양립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의 장내미생물을 분석하는 연구자들은, A형을 '더욱 보편적으로 수혈될 수 있는 혈액형(O형)'으로 전환시키는 미생물의 효소 두 개를 발견했다. 만약 후속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공혈(donation)과 수혈(transfusion)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장내미생물의 효소가 인간의 혈액형을 바꾼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만약 데이터가 재현될 수 있다면, 대단한 진보임이 분명하다"라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임상센터의 하비 클라인(수혈전문가)은 논평했다.

사람은 전형적으로 네 개의 혈액형(A, B, AB, O) 중 하나를 갖고 있는데, 혈액형은 적혈구의 표면에 존재하는 특이한 당분자(sugar molecule: 이것을 '혈액항원'이라고 한다)에 의해 정의된다. 만약 A형의 혈액을 가진 사람이 B형 혈액을 수혈 받으면(그 역도 마찬가지다), 항원에 의해 자극된 면역계가 '공여된 적혈구'에 치명적인 공격을 퍼붓는다. 그런데 O형은 항원이 없으므로, 아무에게나 수혈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만능혈액(universal blood)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특히 (사고 희생자의 혈액형을 따질 겨를이 없는) 응급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속적인 혈액공급 부족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공통된 문제다"라고 뉴욕 혈액센터의 모한다스 나를라(적혈구생리학)는 말했다.

만능혈액의 공급을 위해, 과학자들은 'O형 다음으로 흔한 혈액형'인 A형에서 'A를 규정하는 항원'을 제거하려고 노력해 왔다(참고 1).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제한적 성공을 거뒀다. 왜냐하면 적혈구에서 당(糖)을 제거하는 기존 항체들의 '경제적인 임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효소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4년간 노력한 끝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의 스티븐 위더스(화학생물학)는 인간의 장내미생물에 눈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장내미생물은 소화관벽(gut wall)에 달라붙어, 벽을 코팅하고 있는 당-단백질 복합체(sugar-protein combo) - 뮤신(mucin)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참고로, 뮤신을 구성하는 당(糖)은 적혈구의 형(型)을 규정하는 당과 비슷하다.

UBC의 박사후연구원 피터 라펠드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간의 대변샘플을 수집하여 DNA를 분리해 냈다. (이론적으로, 대변 속의 DNA에는 뮤신을 소화시키는 장애미생물의 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DNA를 잘게 썰어 실험실에서 흔히 사용되는 세균(E. coli)들에게 로딩한 후, 연구진은 "어떤 E. coli가 'A를 규정하는 당'을 제거하는 능력을 가진 단백질(효소)을 생성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효소를 기질에 첨가했을 때, 기질에서 당이 떨어져 나오면 빛을 발하도록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두 개의 효소를 동시에 테스트해 보니, 당이 곧바로 떨어져 나오는 게 아닌가! 그 효소들은 인간의 혈액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단위의 A형 혈액에 미량의 효소를 첨가한 결과, '골칫거리 당'을 떼어내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문제의 효소를 만든 주인공은 플라보니프락토르 플라우티이(Flavonifractor plautii)라는 장내미생물이었다.

라펠드와 위더스를 비롯한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6월 10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2). "실용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전망이 밝다"라고 나를라는 말했다. "미국의 경우, A형이 공여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3이다. 따라서 A형이 '만능혈액'으로 전환된다면, 만능공여혈의 공급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감안할 때, '문제가 되는 A 항원'이 모두 제거되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나를라는 덧붙였다. 위더스도 나를라의 의견에 동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생물의 효소가 당(糖) 말고 엉뚱한 분자를 제거할 경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연구에서 A형에 집중한 이유는, B형보다 흔하기 때문이었다. A형을 O형으로 바꿀 수 있다면, 혈액의 공급을 증가시켜 당면한 혈액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위더스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www.sciencemag.org/news/2007/04/not-your-type-dont-sweat-it
2. http://www.nature.com/articles/s41564-019-0469-7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6/type-blood-converted-universal-donor-blood-help-bacterial-enzymes

아름다움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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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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