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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테플리주맙(teplizumab), 1형 당뇨병의 발병을 늦추는 데 성공
의학약학 양병찬 (2019-06-11 09:19)

테플리주맙(teplizumab), 1형 당뇨병의 발병을 늦추는 데 성공
@ NEJM

▶ 33년에 걸친 오디세이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과학자들은 6얼 9일 1형 당뇨병에 관한 기념비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인즉 "고위험군 젊은이의 1형 당뇨병 발병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협회 모임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을 통해 동시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실험약물을 2주간 정맥에 주입한 결과, 평균 2년 동안 당뇨병 발병을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금껏 1형 당뇨병 치료제의 주류는, 97년 전 발견된 인슐린이었다. 그러나 이번 임상시험은 1형 당뇨병 치료의 새 장(章)을 열었다"라고 이번 임상시험에 참가한 UCSF의 제프리 블루스톤(면역학)은 말했다.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짜로 어려운 일이 시작된다." 블루스톤이 말하는 '진짜로 어려운 일'이란,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판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임상시험은 8년 전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8살부터 40대까지 총 76명의 사람들을 포함시켰는데, 그중 거의 3/4은 18세 이하였다. 모든 대상자들은 1형 당뇨병의 극단적인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인체가 췌장의 인슐린 생성세포(베타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그리하여 당뇨병으로 진단받을 때쯤 되면, 대부분의 베타세포가 사라진다. 베타세포가 없으면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아, 혈당조절을 할 수 없다.

1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1형 당뇨병 환자인데, 그들은 끊임없이 혈당수준을 체크해야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1형 당뇨병은 장기적인 합병증을 동반하는데, 그중에는 심장병, 실명, 신부전(kidney failure)이 포함된다. (참고로, 1형 당뇨병보다 더 흔한 2형 당뇨병의 경우, 환자는 자신의 인슐린을 생성할 수 있지만, 인체가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거듭된 연구를 통해, "1형 당뇨병이 진단 받기 1년 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췌장을 살금살금 공격하는 세력은 '면역계의 보초병(sentry)'으로 유명한 T 세포(T cell)이며, 그러한 공격은 혈중의 항체표지(antibody marker)를 통해 탐지될 수 있다. 이처럼 조용한 전투(quiet battle)가 진행되는 동안 췌장 속의 베타세포는 대체로 온전하므로, 외부에서 개입하여 베타세포를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창(crucial window)이 존재한다.

연구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의 당뇨병 위험을 예측하기 시작하자, 당뇨병 예방이 다음 과제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참고 1).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 실시된 (경구인슐린에서부터 고용량의 비타민 B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방시험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특정 하위그룹의 경우 일말의 희망이 보였지만, 광범위한 혜택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당뇨병 예방은 완전히 절망적인 분야였다"라고 이번 임상시험을 이끈 예일 대학교의 케번 헤롤드(내분비학)는 술회했다.

▶ 이번 임상시험의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헤롤드와 블루스톤이 시카고 대학교에서 신참 연구자로 만나 우정을 꽃피우면서 마련되었다. 블루스톤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활성화된 T 세포를 차단하는) 항체약물을 설계한 바 있었는데, 그 약물은 세포 표면의 CD3이라는 분자를 겨냥함으로써 작용했다. "이 抗-CD3 항체는(anti-CD3 antibody)는 자가면역 공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블루스톤은 생각했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블루스톤은 "이 치료법이 신장이식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겠군"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체의 T 세포가 종종 새로운 장기를 공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효과적인 신장이식 약물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제약사들은 브루스톤의 약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설계한 약물은 퇴짜를 맞았다"라고 블루스톤은 회고했다.

헤롤드는 블루스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抗-CD3 항체가, T 세포의 췌장 공격을 억제하지 않을까? 1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그 말썽꾸러기 말이야." 의기가 투합한 두 사람은 1990년대 초, 抗-CD3 항체를 (아직 당뇨병이 발병하지 않은) 당뇨병 모델 생쥐에게 주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항체를 주입받은 생쥐들 중 상당수가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은 1994년에 일어났다. 프랑스 파리 소재 네케르 소아병원의 뤼시엔느 샤트누와 장-프랑수아 바흐(면역학)가 "抗-CD3 항체가 새로 진단받은 생쥐의 당뇨병을 역전시켰다"고 보고한 것이다. 두 사람은 약물투여의 타이밍까지도 정확히 제시했다. 즉, 抗-CD3 항체는 'T 세포가 활성화되어 췌장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생쥐', 다시 말해서 '당뇨병이 갓 발병한 생쥐'를 가장 잘 치료한다는 것이었다. "활성화된 T 세포가 별로 없다면, 약물이 할 일이 없다. 반면에, 활성화된 T 세포가 너무 많다면, T 세포가 약물을 압도하므로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고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마이애미 대학교의 제이 스카일러(내분비학)는 말했다.

2000년, 헤롤드는 생쥐에서 사람으로 대상을 바꿨다. 그러나 抗-CD3 항체를 갖고서 예방연구를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누가 당뇨병에 걸릴 것인지'를 예측하려는 노력은 아직 초창기에 있었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실험약물'을 '병에 걸리지도 않을 사람'에게 투여한다는 아이디어는 위험천만해 보였다. 더욱이, 1형 당뇨병은 소아질환(환자의 절반은 열두 살이 되기 전에 당뇨병으로 진단받는다)이어서, 예방 임상시험의 윤리적 딜레마를 가중시켰다.

생각다 못한 헤롤드는 '최근 진단받은 사람'에 집중했다. 그의 속셈은 "질병이 진행되어 베타세포가 파괴되기 전에, 抗-CD3 항체를 이용하여 '아직 남아있는 베타세포'를 보존한다"는 것이었다. 베타세포가 보존된다면, 인슐린을 덜 주입해도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는 2001년 《NEJM》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치료 후 1년 이상이 지나도록, 12명의 환자 중 9명의 인슐린 생성량이 유지되거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새로 발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시험들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2010년,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두 제약사가 "새로 진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두 개의 抗-CD3 항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참고 3)"고 발표했는데, 두 개의 항체 중 하나가 블루스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충격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수군거렸다"라고 블루스톤은 말했다.

회의론이 대두되는 가운데서도, 헤롤드·블루스톤·스카일러를 비롯한 몇몇 연구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제약사들이 실시한 임상시험을 이렇게 평가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용량이 너무 많았고, 참가자들 중에 '자가면역성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 헤롤드는 스카일러가 의장직(현 의장은 시애틀 소재 베나로야 연구소의 내분비학자 칼라 그린바움)을 맡았던 「당뇨병 임상시험 네트워크(TrialNet: diabetes clinical trials network)」를 설득하여, 「抗-CD3 항체를 이용한 예방연구」에 대한 지원을 약속 받았다. 그리하여 2011년 지원자를 모집하여, 블루스톤의 버전(그 즈음 「테플리주맙(teplizumab)」으로 명명되었다)의 효능을 테스트했다. 그 임상시험의 초점은 '몇 년 전 샤트누와 바흐의 동물실험에서 사용된 생쥐와 유사한 특성(불안정한 혈당 + 당뇨병을 초래하는 항체)을 가진 사람'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특성의 조합(調合)에 기반하여,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향후 5년간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75%"라고 추정했다. 몇 년 전 TrialNet가 확립해 놓은 북아메리카·유럽·호주에 분포하는 방대한 검사센터망(network of screening center)을 통해, 연구진은 환자들을 모집했다. (부분적으로, 이 네트워크는 1형 당뇨병의 자연사를 추적하기 위해 구축되었으며, 당뇨병 환자를 친적으로 둔 사람들을 수천 명 포함하고 있었다.)

마침내 76명의 지원자가 모집되어, 그중 44명의 지원자들이 테플리주맙을 투여받고 32명은 위약을 투여받았다. 두 그룹 모두 투여기간은 14일이었고, 투여경로는 동맥주사(IV infusion)였다. [☞ 76명의 환자가 모집된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환자의 등록은 더뎠고, 검사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는데, 헤롤드는 그 이유를 이렇게 해석했다. "다른 예방 임상시험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가 있어서, 사람들이 지원을 주저하는 것 같다. 대형 제약사가 수행하는 테를리주맙 임상시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하여 본래 144명의 활자를 모집하려던 계획은 76명으로 하향조정 되었는데, 표본수(n)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은 '치료군과 위약군 사이의 차이가 유의미하다는 판정을 받으려면, 테플리주맙이 더욱 뛰어난 효과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난해 말 '데이터분석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헤롤드는 머뭇거렸다. "나는 분석을 계속 뒤로 미뤘다. 그도 그럴 것이 실패가 두려웠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치료군과 위약군의 통계적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으니 말이다. 즉, 치료군이 당뇨로 진단받는 데 걸린 시간(중앙값)은 4년을 조금 넘은 데 반해, 위약군이 당뇨로 진단받는 데 걸린 시간은 2년이었다. 치료를 받은 지 5년 후, 테플리주맙을 투여받은 사람 중에서는 43%가 당뇨병에 걸렸고,  위약을 투여받은 사람 중에서는 72%가 당뇨병에 걸렸다. 테플리주맙을 투여받은 사람들 중에서, 특정한 유전적 변이를 보유한 사람은 당뇨병에 걸리는 비율이 훨씬 더 낮았다.

"나는, 참가자의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효과를 보기가 어려울 거 같다고 생각했었다"라고 (임상시험에 관여하지 않은) 샤트누는 말했다. "내가 테플리주맙의 효능을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형 당뇨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를 예방 임상시험(prevention trial)이라고 부르지만, 헤롤드는 서둘러 이렇게 지적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번 임상시험은 '질병 예방(disease prevention)'이 아니라 '질병 발병의 지연(delay of disease onset)'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예방 여부를 테스트한다는 것은 '당뇨병에서 해방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는데, 그건 실행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롤드를 비롯한 몇몇 연구자들은 "어떤 부분집합(subset)의 경우 진정한 예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단, 그런 사실이 확인되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의사들은 '질병의 발병이 2년 지연된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년간의 '인슐린 없는 삶'을 보장받는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플로리다 대학교 부설 당뇨병 연구소의 마크 앳킨슨(병리학)은 말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녀의 혈당을 체크하느라 2년 동안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보라. '당뇨병 없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 2주 동안 테플리주맙을 투여받는다는 것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추가로, 장기적인 합병증의 위험이 낮아진다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임상시험 초기에 제기되었던 '안전성에 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특별히 값진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800여 명의 사람들이 테플리주맙을 투여받았지만, 당초 우려했던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샤트누는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흔한 부작용은 발진(rash)과 백혈구수 감소(low white blood cell count)였는데, 둘 다 몇 주 내에 해소되었다.

▶ 소규모 임상시험이 성공한 지금, 가장 큰 현안은 "앞으로 뭘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대규모 예방시험을 수행하기가 만만치 않을 거라고 한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위약을 투여한다는 것을 정당화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는 "이번 임상시험이 '당뇨병 환자의 직계가족'에 초점을 맞췄지만, 85%의 당뇨병 환자들이 가족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위험군을 찾아내기 위해 대규모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사비용을 누가 부담하겠는가? 일반대중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려고 할까?"라고 앳킨슨은 반문했다.

부분적으로, 향후 전개방향은  테플리주맙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브로벤션 바이오(Provention Bio; 뉴저지 주 올드윅 소재)의 손에 달려 있다. 테플리주맙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회사들의 손을 거쳤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헤롤드는 자신의 연구가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예일에 있는 헤롤드의 센터에서 등록한) 첫 번째 지원자를 생각한다. 그 당시 10대였던 지원자는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헤롤드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 첫 번째 지원자(나중에, 헤롤드는 그가 치료군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연구진의 레이더에서 벗어나 있었다.

헤롤드가 지원자에게 전화를 걸어 병세(病勢)를 물어봤더니,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니, 연구진에게 연락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았어요"라고 응답했다. 헤롤드는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멋져. 굉장하군!"하고 중얼거렸다. 당뇨병 환자에게 '잊는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뇨병에서 해방된 상태를 유지하는 젊은이에게, 당뇨병을 까맣게 잊고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00/5627/1862.full
2.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012864
3.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33/6044/819

※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6/milestone-trial-experimental-drug-delays-type-1-diabe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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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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