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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강치의 멸종이 교훈으로 남긴 것들
오피니언 이탈 (2019-06-04 10:07)

최근 독도를 다녀왔다. 울릉도를 출발한 배는 다행히 독도에 배를 댈 수 있었다. 독도 답사를 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강치의 멸종이다. 바다사자과 강치속인 강치는 180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동해에 엄청 많이 서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의 남획으로 인해 멸종의 길을 걷는다.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독도 강치의 멸종을 선언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5월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이날은 유엔(UN)의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표된 날을 기념함과 동시에 지구상의 생물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지정됐다. 약 한 달 전인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6일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가 개최됐다. 총회에서 나온 새 보고서에 따르면 △ 종과 생태계 간 △ 종 내 다양성 △ 자연에서 얻는 근본적인 자원들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IPBES 위원장인 로버트 왓슨(Robert Watson)은 “인간과 모든 생물 종이 의지하고 있는 생태계의 건강이 어느 때보다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경제, 생계, 식량 안보, 건강, 삶의 질이 근본적으로 침식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치

독도 강치는 과연 어떤 이유로 멸종이 선언된 것일까. 같은 바다사자과라고 해도 종의 다양성을 위해선 독도 강치는 멸종되지 말았어야 한다. 사진 = 위키백과.

 

희미해진 생태계 생물들의 지위

지난 3년 간 50개국의 전문가 145명과 추가 310명의 공헌 저자들의 의견이 담긴 이 보고서는 지구 생태계의 지난 50여 년 간의 변화를 평가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경제 개발 경로와 자연에 미치는 영향 간 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그림을 제공하면서 또한 다가오는 수십 년 동안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들은 다음과 같다. ▶ 가축과 작물 생산을 위해 전 세계 육지 가운데 3분의 1 이상 그리고 담수 자원의 약 75%가 사용되고 있다. ▶ 농작물 생산량은 1970년 이래 약 300% 증가했고, 가공되지 않은 목재 수확은 45% 증가했다. ▶ 매년 600억 톤의 재생가능 또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들이 지구 곳곳에서 추출되고 있으며 이는 1980년 이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 토지 황폐화로 지구 표면 생산성의 23%가 감소했고, 해안 서식지의 손실로 10억~30억 명의 사람이 빈번한 홍수와 허리케인의 위험에 놓였다. ▶ 도시 지역은 1992년 이래 두 배가 되었다. ▶ 1980년 이후 플라스틱 오염은 10배 증가했다. ▶ 산업체들로부터 중금속, 용제, 유독성 슬러지, 기타 산업 폐기물 등이 세계의 해안 생태계로 매년 쏟아지고 있으며, 400개 이상의 ‘데드 존’이 형성됐다. 이는 전체적으로 245,000제곱킬로미터나 되며 하나로 합칠 경우 영국보다 크다. 

생물다양성 보존은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것이 생물 전체의 공존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인류의 미래 자원으로서의 잠재성 때문에 아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후자의 경우 인간을 위하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해한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유난스러운 주장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기능이 여럿 겹치는 생물종들을 보호한다고 무엇이 변하겠냐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생물다양성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비슷한 동물들의 역할과 위치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해안 바닷가에는 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깝작도요 등 여러 조류가 서식한다. 검은머리물떼새와 깝작도요의 경우 먹이도 비슷하고 생태적 지위도 비슷한 같은 도요새과이기에 얼핏 한 종만 있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과의 생물 중복성은 생물다양성의 한 측면으로서 아주 중요하다. 즉, 생태계의 기능이 중복되는 구성원이 한 공간에 여럿 있는 경우,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이 많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생태계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유전체계의 다양성은 필수인 것이다. 독도 강치의 멸종은 바다사자의 생존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비슷한 생물학적 위치의 생물들은 때론 다른 장소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가령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대 초식동물인 바다거북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의 리마와 비슷한 생태위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산토끼가 차지하는 자리는 남태평양의 섬에 사는 기니피그와 비슷하다. 이들 경우에도 생태적으로 동등하다고 표현된다. 

 

UN의 생물다양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백만 종의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UN의 생물다양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백만 종의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 UN

 

생태계 기반은 다양성이 중요하다

생물 중복성은 생태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인간의 시각에서 보자면 비효율적인 수단이겠지만 이는 그야말로 인위적인 시각일 뿐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서해안 갯벌의 질척함을 유지시키는데 오로지 게들만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해보자. 게가 사라지는 순간 갯벌은 끝이 난다. 수행하는 기능이 겹치는 듯하고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생물종이 있다면 게가 사라졌더라도 갯벌 생태계는 유지된다. 그렇기에 모든 생물은 존재의 이유가 있고 불필요한 생물이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필요가 아닌 그 자체로 생명체는 잠재적인 본원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생물종의 다양성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생태계의 작동 능력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먹이그물이 복잡할수록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고 외부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은 강해진다. 먹이 그물의 각 단계에서 에너지를 위단계로 전달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종 다양성은 높아야 한다. 종 다양성이 사라지면 유전적 진화의 특정 영역이 무너지고 생태계 기능은 흔들리기 때문이다. 

야생 먹을거리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수렵, 채집 민족들은 수백 종의 이름과 각종 생태적인 분포, 특성, 쓰임새 등을 알고 있었다. 현재 우리는 마트에 오르는 몇 종류의 콩과 버섯의 이름과 효능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생태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생물 종에 대한 지식도 줄고, 중요성마저 희미하게 치부하여 생물 종이 멸종하고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희미해졌다.   

 

UN 보고서는 자연이 망가진 요소로 5가지를 꼽았다. 그 중 첫째는 바로 토지 및 해양을 이용하는 방법 혹은 수준의 변화다

UN 보고서는 자연이 망가진 요소로 5가지를 꼽았다. 그 중 첫째는 바로 토지 및 해양을 이용하는 방법 혹은 수준의 변화다. 사진 = UN 보고서 설명 애니메이션 캡쳐. 

 

생물 다양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때

IPBES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5가지가 나온다. ▲ 토지 및 해양 이용의 변화 ▲ 유기물에 대한 직접적인 착취 ▲ 기후 변화 ▲ 공해 ▲ 외래종 침입.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변화를 만들기에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는 경고이다. 지금 당장 모든 수준의 변화를 여러 지역과 국가에서 시행한다면 자연은 보존되고, 복원될 수 있으며 또한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연을 인류만을 위한 기여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어쩌면 인류사는 생태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인류는 늘어나는 인구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오늘날 인류는 조상들이 빠짐없이 살펴보고 가치 있다고 여겼던 식량 자원들을 키우고 먹으며 살고 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개발이 가속화 된 지도 오래다. 독도의 강치는 일본인들이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사살됐다. 인류의 번식과 생장을 위해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은 생태 구성원이 아닌 자원으로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un.org/sustainabledevelopment/blog/2019/05/nature-decline-unprecedented-report
2.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역, 문학사상사, 2013.)
3. 『수리생물학(개체군 동태의 수리모델링 입문)』(세노 히로미, 김용국 역, 경문사, 2017.)
4. 독도박물관 사료들

  추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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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현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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