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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를 배우다] 8회 - DTC 유전자 검사와 사주팔자(四柱八字)의 미래예측학(3)
오피니언 박수경 (2019-05-24 09:37)
보이지 않는 고릴라 표지
보이지 않는 고릴라 표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DTC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에서의 국민을 위한 안전한 시행 방안은

지난 5월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에서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당일 대통령이 발표한 선포식 전문을 살펴보면 대체로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에 있어 국가 경쟁력이 상당하여,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한 문구가 눈에 띄어 적어봅니다. <세계 시장 진출을 고려해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합리화해 나가겠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나아가 생명윤리는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라는 문구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규제를 합리화하면서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 생명윤리를 지키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의미로 들려집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이라는 말은 현재의 규제는 산업화를 하기에 과한 측면이 있으므로,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기에 어려우니 그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일정부분 풀어주면서도, 규제가 풀리면 혹여나 생길 해악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생명윤리는 지키겠다는 뜻 같습니다.

 

생명윤리를 지킨다?

여기서 생명윤리를 지킨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요? 이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이를테면, DTC 유전자 검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산업계에서는 불가능한 항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항목이 가능하도록 허용해달라고 합니다. 이를 네거티브(negative) 규제방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DTC 유전자검사의 허용항목을 열거하고 그 이외는 모두 불허하는 방식의 포지티브(positive) 규제의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포지티프 규제방식이 훨씬 더 규제가 강력할 것입니다. 이 방식을 취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어떤 때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선택할까요? 아마도 보호법익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이라고 할 때 아직 안전성이나 효용성이 확실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 더 강한 포지티브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입니다. 

산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DTC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규제를 풀고 네거티브로 하는 것에는 상당한 전제가 뒤따릅니다. 단순히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DTC 유전자 검사의 항목을 다양하게 하고 있으니 한국도 이에 따라 확대해야 한다고 한다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윤리를 지킨다는 말의 취지를 따르려면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우는 승인과 취소의 절차를 15년 동안 거치면서 DTC 유전자 검사 시행에 있어 국민들에게 유전자검사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자료나 문화 확산 활동을 통한 공론화의 과정이 활발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2017년의 본인의 논문에서 심도있게 다룬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떻습니까? 이제 막 공론화를 시작했으나 이 조차도 의료인, 정책전문가 들 선에서 그치는 현실입니다. 일반인이 직접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이러한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하여 유전자검사 결과에 대한 인식, 유전정보의 활용, 개인정보의 보안 등 여러 이슈들이 공론화 되어 국민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산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번들, 국민에게는 이익보다 해악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러한 국민들과의 소통과 합의 절차를 10년이상 거쳤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바이오헬스산업의 진정한 가치 창출을 위한 국민 합의와 제도 보완

그렇다고해서 세계적인 추세로 발전하는 바이오헬스분야의 산업적 발전을 규제하여 신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막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정말 DTC 유전자 검사가 사주팔자 정도의 펀제너틱스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실상 걱정은 없겠습니다만, 산업계에서 재미만을 추구한다고 하여도 일반인에게 인식되는 검사의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산업이 활발해 질 때 국민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그를 위한 유전상담, 광고가이드라인설정, 검증되지 않은 산업체들에 대한 제도 보완 등이 마련되었을 때 실제 항목들이 확대되어 진정성 있는 가치의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가치를 추구할 때 돈은 따라오지 않습니까? 미국이 약 15년이라는 시간을 DTC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를 위해 공론화하고 논의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무엇을 해내서 성취하느냐보다 국민과의 소통과 건강권을 우선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DTC 유전자 검사 산업의 업의 본질이 미래예측을 통한 국민 건강의 추구라면,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추구하기 위한 다방면적인 고민이 사실 연구가 활성화되는 시점부터 시작되었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수업시간에 교수님께 추천을 받아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연구자로서 큰 교훈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인지과정에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착각을 하며 본인이 보고 싶은 부분만을 집중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기에 늘 저 스스로의 생각을 돌아보고 그래도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자 노력합니다. DTC 유전자 검사의 확대와 같은 바이오헬스 산업분야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생명윤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개인의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규제를 완화하려한다면 이미 진행해오고 있었지만 미국처럼 10년 이상은 아니더라도 그 때 그 때 이슈에 따라 논의가 되었다 안되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연속성을 지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직접 이를 피부로 경험할 국민이 참여하여 의견을 낼 수 있어야겠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생명과학기술관련 이슈의 법적, 윤리적, 사회적 함의(ELSI 연구)를 면밀히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모쪼록 DTC 유전자검사가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기를 생명윤리 연구자로 바라며 글을 씁니다.       

 

참고자료

이민섭(2019.3.5.), “한국형 DTC(Direct to consumer)의 정착을 위해서”, 브릭 오피니언
김성휘(2019.5.22.), “文 "바이오 5대 수출산업으로…생명윤리는 지킬것"(종합), 머니투데이
김환석편저(2009), 생명정치의 사회과학, 알렙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저, 김명철 역(2011), 보이지 않는 고릴라, 김영사
박수경(2017), Direc to consumer 유전자검사의 생명윤리적 쟁점과 안전한 시행방안 연구, 학위논문(석사)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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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윤리학 박사과정생)
<생명윤리를 배우다>는 생명과학(Biology)을 전공하고 생명윤리학(Bioethics)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써의 생명윤리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이 연재에서는 누구나 마주하기 쉬운 생명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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