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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이는 생물학 이야기] 신경 쓰이는 미국포닥 지원하기
Bio통신원(이원석 (칼 베르니케))
그림: 미국 포닥도 요즘은 예전만큼 가기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Special thanks to: 미국 거주중인 Dr. Lee 선배님
일전에 미국 유학 시절에 박사 졸업 후 한동안 포닥 자리를 못 구해서 고민이 많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기초 중에 쌩기초 예쁜꼬마선충 신경발생유전학을 전공했는데다가 졸업씨-즌 들어 지도교수가 갑자기 통계물리학에 꽂히더니 유전학적 분석 결과를 놓고서 MATLAB으로 브라운 운동에 관한 random walk 시뮬레이션 돌리기 시작하느라(...) 더 쌩기초로 파내려 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물론 논문 출판은 줄줄이 리젝먹고 스쿱당하고 재구성하고 또 리젝먹느라 한참 더 늦어졌고(...). 그 시절 나는 '탈선충'을 위하여 여기저기 '쥐잡는' 연구실에 지원을 하고 있었으나 번번이 물만 먹고 있었다. 이런 전차로 어린 칼 베르니케가(...) 여기저기 동종업계의 아는 분들께 포닥 지원에 관해 문의해 보았더니, 한 선배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참고로 그분은 모 노벨상 수상자 연구실에 노벨상 받기 얼마 전에 포닥으로 쪼인했었고, 지금은 관련 바이오기업에 다니고 있는 모양이다. 한 마디로 이 바닥에서 잘나가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추후 포닥 지원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장차 미국 포스닥 또는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는 다른 이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내용이라 판단하였기에 (익명성 유지를 위한 약간의 편집 후) 여기 공유하고자 한다. 혹시나 그 선배님 이 글 보시고 불편하지 않으시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포스닥 지원중에 있구나. 화이팅이야. 주변에서 보면 늘 포스닥 인터뷰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혹시 이곳으로 올 생각이 있으면, 기회는 의외로 있을 듯 보이네. 우리 랩도 오늘 인터뷰가 있었고, 우리 랩의 경우엔 2달에 한번 꼴로 인터뷰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중에 약 30% 정도 조인하는 것 같고. 우리 랩을 기준으로 (다른 랩은 잘 몰라서...) 대략 포스닥 선발에 대해 말해볼께.
우선 교수님은 그때 그때 랩 구성 속에서 뽑을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아. 다시 말해서, 현재 랩에 biochemist 인원이 부족하면 그쪽으로 고려하고, 혹은 stem cell 인원이 더 필요하면 그쪽 인원을 고려하는 것 같아. 그래서 운도 많이 따라야 할 듯 하네. 지원하는 사람의 백그라운드가 현재 지원하는 랩의 필요에 딱 맞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지원하고자 하는 랩들의 정보를 최대한 얻을 수 있으면 도움이 될 듯. 혹은 랩 홈페이지등을 방문해서 최근에 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알면 그 자리를 채울 기술로 어필이 될 수 있을 듯 해. 지원 이메일을 쓸 때 고려하면 좋지 않을까?
일단 지원 메일을 보내면, 다음 순서로 인터뷰 대상으로 고려되어야겠지? 그게 중요한데, 이건 이메일 내용이 꽤 중요한 듯 보여. 어차피 CV는 첨부파일에 포함될테니, 그걸 열어보게 할 만큼 이메일 내용이 매력적이어야겠지? 대충 보면 이메일은 레터지 기준으로 한 장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지금껏 어떤 일을 했고, 어떤 테크닉을 어떤 그룹에서 수준 있게 배웠으며, 그걸 어떤 저널에 어떻게 마무리했다" 가 포함되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지원하는 랩의 페이퍼 2-3개를 인용하면서 "당신 랩이 이런 이런 일을 하는데, 나의 원함 (혹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 매우 잘 맞는 것 같다.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냐" 쯤이 포함될 듯 해. 그리고 "좀 힘있는, 혹은 유명한 사람이 나의 추천인이 될 수 있다"를 포함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서는 "그곳을 내가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을 내어 만나줄 수 있겠냐?" 라는 적극적 comment도 좋을 것 같아. 사실 최근에 우리방을 포함해서 많은 교수들이 인터뷰를 위해 돈 지출하기를 무척 꺼리고 있어. 그래서 실제로 외국에서 직접 자비로 방문하지 않는 한, 인터뷰 기회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 같아. 반대로 말하면 미국내에 있는 사람이 포스닥 인터뷰 기회를 얻기는 상대적으로 쉬운 듯 보여. 우리랩의 경우엔 인터뷰가 성사되면, 국내든 국외든, 교통비는 지급하지 않아. 다만, 하룻동안의 체재비 정도 (1박의 숙박과 하루 식사 비용)는 지출하는 것 같아. 실제로 내가 인터뷰할 때, 교수의 답이 "관심이 있으니, 혹시 방문할 수 있겠느냐? 그러면 인터뷰를 위한 숙식은 우리가 마련하겠다" 였어. 마침 그때 XXX학회가 있어서 그 경비로 올 수 있었고. 랩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대충 인터뷰 지출을 꺼리는 것은 비슷한 듯. 이메일 마지막쯤에 "그곳에 마침 갈 기회가 있으니 XX일부터 XX일 사이에 만나줄 수 있겠냐?"등으로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대부분의 PI들은 연구비 지출없이 포닥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
다음으로 인터뷰가 성사되면, 발표 준비를 해야겠지. 우리 경우는 일정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 알파 까지 있어. 발표는 그날 중 한시간 가량 전체 랩원 앞에서 해야하고, 교수와 일대일 미팅이 한시간 정도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포스닥들과 돌아가면서 한시간씩 이야기를 하게 되는 시스템이야. 다른건 별로 중요치 않은데, 발표가 제일 중요해. 발표에는 공을 들어야하는데, 교수가 집중적으로 보는 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자기가 발표하는 내용을 스스로가 모두 디테일까지 이해하고 있는가?"...야. 교수는 중간중간 질문들을 던지는데, 내용의 백그라운드 등을 묻기도 하고, collaboration을 통해 한 일의 내용도 묻기도 해.
우리 교수가 가끔 우리 앞에서 하는 말 중에, "너희는 교수 지원할때 publication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만약 그렇다면 심사하는 사람들을 대단히 무시하는 것이다" 라고 해. 실제로 publication도 보지만, 그것보다는 연구의 이해도를 더 보는 것 같아. 우리방에서 포닥 뽑을때는, 암튼 그렇게 발표를 준비하면 좋을 듯 해.
마지막으로, 이곳 생활과 관련해서 이야기할께. 포닥 생활이 혼자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우리같이 가정을 가진 경우는 가족의 생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 더구나 1-2년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생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이곳 XXX는 생활비가 너무 비싸.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1bedroom apartment가 학교 근처는 (주: 2016년 즈음이다) 3000불이 넘어. 포닥 월급 실 수령액이 약 3000불 정도 되니까, 실제 다른 수입 없이는 생활이 학교근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해. 학교를 조금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조금 싸지기는 하지만, 아이가 두명인 경우는 2 bed 이상에 반드시 살아야하고 (이곳 법이야) 그렇게 되면 역시 3000 이하로 집 구하기가 쉽지 않아. 경제적인 backup 이 꼭 필요한 곳인 것 같아. 실제로 이곳에 한국인이 매우 많이 사는데 (이 부분은 생활 환경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야), 포스닥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backup plan을 가지고 있어. 이 부분은 필요하면 다시 말해줄께.
그리고 이곳들이 아니어도 직접 많은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꼭 보내보길 바라고. 그럼 지원 잘 되었으면 좋겠고, 또 연락줘. 좋은 하루!
대략 이런 정성스러운 응답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뽑는 사람이 원하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그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미리 공부하는 성의와, 직접 찾아가서 면대면으로 얘기하면서 어필하고자 하는 적극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교수랑 인터뷰 통과해서 잡톡 세미나 발표할 때는 적어도 내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요약: (1) 갈 곳에 대해 미리 공부 좀 하고,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찾아가서 들이대는 적극성을 보여라. (2) 세미나 발표를 할 때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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