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생명윤리를 배우다] 4회 -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지 궁금합니다
Bio통신원(박수경)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
대형 정부연구개발과제에는 많은 정부의 출연금, 즉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이 됩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그 결과물이 공적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은 것들로 주제가 선정이 됩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정부주관 과학기술연구에서 윤리적・법적・사회적 함의(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s, ELSI)연구를 겸하여 하기로 하였다는 기사를 보고 미국이나 영국, 유럽의 연구 상황에 비해 20-30년 정도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명윤리전공 대학원에서 윤리학, 법학, 정책학 등을 배우고 하나의 연구방법론으로 ELSI연구를 배웠으나 그것을 활용할만한 주제가 크게 없어 관련성이 적은 분야의 연구프로젝트를 전전하거나 국외로 나가야했는데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에 반가웠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누군가 정부의 연구개발비는 눈먼 돈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정부주관 과학기술연구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더 큰 정부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한 포석으로, 혹은 소속기관과 연구책임자의 경력이나 명예로 활용되는데 그칠 뿐 연구개발결과물이 실제 공공의 이익으로 돌아가도록 사회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는 것도 실력
국민들은 사회복지나 이슈가 되는 뉴스에는 관심을 기울이는 데 비하여 과학기술이 전문분야라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이 분야에 어느 정도의 세금이 투입되는지 잘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찾아보면 꽤 많습니다. 저는 이 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 있어서 연구비 사용의 투명성, 연구 활동의 적정성, 실제 연구를 수행하고 지원하는 계약직 학생 연구진들에 대한 합리적인 근무처우, 연구결과물의 윤리적, 사회적 영향력을 다방면으로 고려한 연구가 진행되어야겠다는 의견입니다. 제가 적었는데도 너무나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정말 윤리적이고 법적이고 사회적인 고려가 이루어지는 연구가 과연 우리 사회문화에서 가능한 일일까요. 모로 가도 서울로 가는 것이 실력이고, 부정이 있을 때 드러나 고쳐서 개선되는 것보다 시끄럽지 않게 드러나지 않게 잘 감추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안에서는 어쩌면 과학기술연구에서 ELSI연구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생각도 듭니다.
좋은 실력은 어떤 것일까
그러다 보니 좋은 실력은 어떤 것일까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윤리적이고 법적이고 사회적으로 함축된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인간적인 연구, 사람과 사회를 배려하는 연구를 한다고 하지만 좋은 실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재정의 되지 않는다면 연구자들이 으레 생명윤리라는 단어를 번거로운 절차로 현장에서 느끼는 것처럼, 과학기술연구에 거치적거리는 인문사회연구로 ELSI연구를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교수 제자 위계를 사용하여 연구원들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했던 일(난자채취), 불안정한 비정규직 제자 연구원들에게 인건비를 돌려 연구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는 비용을 모으는 일, 교수의 사적인 일을 자의와 관계없이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과학기술연구현장에서 시기상조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좋은 실력이란 어떤 것입니까. 사회계 리더라고 하는 성상납과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에게 물어야 하는지, 로비하는 학자들에게 물어야 하는지, 온갖 이슈로 점철된 연예인을 보아야 하는지, 그저 현실 속에 있는 상황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일지요. 어쩌면 이 질문에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으로 인해, 좋은 실력은 모로 가지 않는 것이다 라고 생활로 답하는 이국종 교수같은 분에게 시대가 환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숨어 있는 진주처럼 변화의 때를 기다리라
여러 사회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의 선례를 따라 과학기술연구에서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함의를 살피는 인문사회 연구는 참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번거로운 새로운 영향력이 아니라, 연구 현장의 효율성과 결과만을 중시하는 문화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한 세대가 지나 다음 세대가 또 연구의 중심의 올 때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중심에 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부정한 세력에 줄을 잘 서야하므로,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수저논리를 펼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적지만 깨어있는 숨어 있는 진주 같은 연구자분들을 종종 뵈었습니다. 그때까지 실력을 키우고 변화를 만들어가며 또 변화의 때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참고자료
교육부(2019.04.05),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3개 부처가 함께 나선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곽성순(2017.12.05), "개인 데이터 활용하는 정밀의료 연구, ELSI 고민해야 할때", 청년의사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생명윤리를 배우다>는 생명과학(Biology)을 전공하고 생명윤리학(Bioethics) 박사수료생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써의 생명윤리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저자는 생명윤리교육, 유전자윤리, ELSI(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이 연재에서는 누구나 마주하기 쉬운 생명의료기술과 관련된 생명윤리 주제들을 편안한 글을 통해 살펴보고 연구자 및 대중들과 함께 생각하는 장을 제공해 보고자 합니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