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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초원 누비던 잡식성 거대늘보, 멸종 이유는?
오피니언 이탈 (2019-04-05 10:23)

8차선 도로를 2박 3일 동안 건너는 동물이 있다. 거친 야생에 살지만 하루 15∼18시간 잠을 자며 나태를 부리기도 한다. 하도 움직이지 않은 통에 회갈색 털은 초록 이끼까지 끼었다. 주인공은 나무늘보다. 

나무늘보는 두발가락과 세발가락 나무늘보로 나뉘는데 오늘날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돼 있다. 짝짓기에 필요한 단 5초의 시간마저 귀찮아 평생 홀로 사는 놈들이 있을 정도니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 나무늘보는 11개월 동안 임신을 하며 발톱과 이빨, 털이 다 자란 상태로 새끼를 낳는다. 나무늘보 특성상 새끼를 덜 성숙하게 낳을 경우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거나 키우는 데 힘이 부치기 때문일 것이리라. 

이 느린 동물들은 좀처럼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배변 활동은 일주일에 한 번이며, 먹은 먹이는 한 달 이상 소화시킨다. 그마저도 위 속의 박테리아의 도움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적게 먹으니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체열도 거의 없어 더운 지역에 살지만 털이 수북하다. 이들 나무늘보의 무게는 6㎏이 넘지 않고 종 다양성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화석 기록에 나타난 고대 나무늘보는 8개 과에 걸쳐 50종 이상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1,000㎏ 이상으로 거대했다. 

 

영화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나무늘보

영화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언제나 느림보의 대명사로 희화화 돼 왔다. 하지만 나무늘보가 진화하고 생존해온 역사를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디즈니

 

목이 말랐던 거대 나무늘보의 죽음

남아메리카를 방문한 찰스 다윈은 바닷가 주변을 걷다가 암석 사이에서 거대 뼈를 발견했다. 그것들은 12,000년 전 플라이스토세에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가 멸종된 거대동물들의 것이었다. 다윈은『종의 기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라플라타에서 극히 먼 빙하시대부터 오늘날 존재하고 있는 패류와 공존했던 메가테리움, 톡소돈(코뿔소의 몸과 하마의 머리 그리고 설치류 같은 이빨이 있었다.)과 같은 대형동물의 유해와 함께 매몰된 말의 이빨을 발견했다.” 

메가테리움(Megatherium americanum)은 코끼리만큼 컸고 무게는 4t까지 크며 몸길이는 6m에 달했다. 에레모테리움(Eremotherium eomigrans)은 발톱 길이가 33cm 고 무게는 5t에 달했다. 특히 메가테리움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에 등장하기도 한 고대 동물이다. 메가테리움의 첫 번째 화석 표본은 1788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 이후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가이아나, 파라과이, 페루, 우루과이를 포함한 남미 전역에서 발견됐다. 메가테리움은 지금껏 존재한 가장 큰 육지 포유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동물은 초식성으로 알려졌으며 멀리 떨어진 나뭇가지를 끌어당기기 위한 거대하고 굽은 발톱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개미핥기처럼 손등을 사용해 네 발로 걸었지만 두 다리로 걸을 수도 있었다.

지난 2월 27,000년 전의 거대 나무늘보 화석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2014년 경 자연 풀(natural pool)에서 고대 마야 유물을 찾고 있던 잠수부가 나무늘보의 것으로 보이는 위팔뼈와 넙다리뼈 그리고 10cm에 달하는 치아의 일부를 발견한 이후였다. 이 지역은 25개의 호수와 세노테(cenote, 일명 돌리네. 카르스트 지역에서 발견되는 구멍) 또는 자연적인 씽크홀들이 있는 시스템이었다. 뼈가 발견된 웅덩이는 과거 ‘마지막 한 모금의 물을 담고 있는 곳’이라 믿어졌던 장소였다. 

연구원들은 치아 화석을 음극선 발광 현미경으로 살폈고 곧은관상아질(orthodentin) 조직을 얻었다. 그리고는 이 조밀한 유형의 치아 조직 샘플을 긁어 연구한 끝에 거대 나무늘보의 식단과 기후의 월별 및 계절별 변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이 거대 나무늘보(Eremotherium laurillardi)가 살았던 시기 벨리즈는 오늘날과 같은 정글이 아닌 건조하고 척박한 지역이었다. 키가 13피트에 달하는 이 거대 땅나무늘보는 물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던 중 깊은 구덩이 속의 물을 보고는 안도를 했겠지만 다시는 오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약 27,000년 전에 살았던 이 생물체를 “목마름”이라고 묘사했다. 왜냐하면 마지막 최대 빙하기(LGM, Last Glacial maximum. 이 시기 동안 해수면은 현재 대비 평균 약 130m 낮았다고 한다.) 때 지구의 물 대부분이 빙하와 극지방 얼음 덩어리에 갇혀버린 후 한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어나가던 과학자들은 이들 거대 포유동물들이 왜 멸종했는지 추가로 조사했다. 그리고 이 거대 나무늘보가 죽기 바로 지난 해 동안 무엇을 먹었으며, 그 시기 환경과 그 지역 기후에 대한 단서도 얻었다.

 

거대나무늘보의 치아 화석을 통해 그 당시 무엇을 먹었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거대나무늘보의 치아 화석을 통해 그 당시 무엇을 먹었는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나무늘보 화석이 보이는 과거 지구의 모습

거대 나무늘보는 약 7개월간 지속된 긴 건기(짧은 두 우기 사이에 겹쳐 있었다.)를 거쳤고, 숲이 아닌 사바나 같은 열대초원에서 살았다. 연구의 저자이자 일리노이 대학교 어버너 샴페인 캠퍼스의 인류학 교수 리사 루세로(Lisa Lucer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이 나무늘보가 건기와 우기 동안 다양한 식단을 가졌다는 생각을 지지한다. 이로 인해 거대 나무늘보들은 널리 퍼졌고 오래 살아남았다. 꽤나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식단은 주로 소화 효율이 낮은 이파리나 과일처럼 대체로 부드러운 재료였다. 개개의 서식지에 따라 식단이 조금씩 달랐는데 열린 서식지에서는 방목자로 그리고 밀폐된 서식지에서는 잡식을 하였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 거대 나무늘보가 브라질 남부에서부터 북미 대서양 연안과 걸프에까지 분포했다는 점이었다. 벨리즈에서 발견된 고대 멸종 나무늘보의 이빨은 이처럼 거대 나무늘보의 지난 1년을 연구원들에게 들려주었다. 치아 화석으로 남겨진 한 생물의 죽음이 지구의 역사를 증명하며 보이고 있었다. 

북아메리카의 시간을 2만 년 전으로 되돌린다면 거대 나무늘보 주변으로 낙타, 털매머드, 콜롬비아매머드, 마스토돈, 곰포테르, 재규어, 퓨마, 아메리카사자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533만 3천 년 전의 초기 플라이오세부터 살아오던 이 동물은 슬프게도 약 BC 8,500년에 멸종하였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많은 요인들이 아메리카 거대동물의 멸종을 야기했으리라 연구원들은 추정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질문의 범위를 넓혀 생각했다. 그렇게 많고 큰 동물들이 왜 플라이스토세 후반에 왜 사라졌는가. 

 

나무늘보가 현재 모습으로 진화해 온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나무늘보가 현재 모습으로 진화해 온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거대나무늘보의 멸종은 인류의 미래를 돌아보게 한다. 사진 출처 = 위키백과.

 

거대 포유동물의 멸종으로 읽는 미래

지구 역사에서 종의 진화와 멸종은 지속돼 왔다. 지난 5억 4천만 년 동안 최소한 다섯 차례의 대량멸종 사건이 있었다. 거대 나무늘보의 멸종은 마지막 최대빙하기 이후 몸집이 큰 육상동물 대부분이 사라진 가장 최근 멸종에 속했다. 과학자들은 이 다섯 번째 멸종을 두고 여러 가설을 제시했다. 기후가 서늘해지면서 삼림지대가 초지나 나지로 변하기 시작하자 초본(草本)에 실리카 함량이 높아졌고, 이 모래와 같은 질감으로 인해 동물들의 이빨이 빨리 닳아 없어지며 먹이 섭취에 곤란함을 느꼈다. 결국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의 부족과 변화로 거대 초식동물들은 살아남지 못했고 덩달아 거대 포식동물도 죽어 얼어붙은 상태로 오늘날 발견되기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한편, 현생 인류의 출현 때문에 멸종했다는 설이 있다. 대형 포유동물들이 그간 수차례의 간빙기와 대방하기에서 살아남았기에 단순히 최대빙하기만으로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생 인류는 약 40,000 년 전쯤 유럽으로 이동해 대형 동물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살다가 12,000년 전~13,000년 전에 거대 나무늘보가 사는 지역에 들어왔다. 동굴에 새겨진 벽화를 보더라도 현생 인류가 거대 포유동물들과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단서들이 꽤나 있다. 

인간의 확산 때문인지, 질병 때문인지, 극적인 기후변화 때문인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떠한 선택압력이 거대 동물들에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마지막 빙기가 끝날 무렵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10그룹 이하가, 남아메리카에서 최소 50그룹이 사라지면서 지구 상 65%의 대형 포유류가 죽었다. 오늘날 남겨진 동물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들소, 아르마딜로, 퓨마, 재규어 등이다. 

고대 생물의 화석을 연구하는 건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 이상으로 미래를 보게 한다. 생물의 멸종과 진화를 눈여겨보자면, 오늘날 동물들은 ‘인간’이라는 환경 요건을 진화의 DNA에 넣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인위적 서식지 손실과 기후 변화, 환경 파괴로 인해 현재 살고 있는 거대 나무늘보의 후손들은 새로운 위협에 따른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오늘날 나무늘보들이 빛바랜 양피지마냥 아직도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 인간으로 하여금 지난 대멸종을 토대로 미래를 올바로 읽어보라며 자신들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문헌 및 사이트>

1.『환경고고학』(키스 윌킨스, 크리스 스티븐스 저, 안승모, 안덕임 역, 학연문화사, 2007.)
2.『완벽한 빙하시대』(브라이언 페이건 저, 이승호, 김맹기 외 1명 역, 푸른길, 2011.)
3.『선사시대』(더글라스 파머 저, 이주혜 역, 21세기북스, 2011.)
4. https://www.thesun.co.uk/tech/8525145/giant-sloth-sinkhole-belize-tooth/
5.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9/02/190227142733.htm
6. https://edition.cnn.com/2019/02/27/world/giant-ground-sloth-fossil/index.html?no-st=1553823380
7. http://advances.sciencemag.org/content/5/2/eaau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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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교수신문> 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현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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