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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태학 톺아보기] 1편 - 분자생태학의 서막
Bio통신원(Pisces)
분자생태학(Molecular ecology)은 이름 그대로 ‘분자생물학’과 ‘생태학’의 합성어이다. 필자는 분자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이며, 여러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대중들에게 분자생태학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분자생태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저변을 확대하고자 <분자생태학 톺아보기>이라는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1. 들어가며
송강호 주연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필자는 단연 철길에서 도주하는 용의자와 형사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고르고 싶다. 형사들은 이성을 잃어가며 용의자를 심판하고자 하지만, 극적으로 도착한 유전자 감식 결과의 반전에 의해 좌절되버리고 만다.
그림1.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
분자생태학에 대해 소개하며 이 영화의 장면을 언급한 이유는 이 장면만큼 분자 마커가 증거로서 갖는 위력을 극적으로 설명해주는 장면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증거에 굴복할 수 밖에 없고 또한 그래야만 하는 형사들의 모습이 과학자들의 모습과 사뭇 닮아있기도 하다). 재래식 방법(심문, 탐문조사, 부검) 이 내리지 못한 답을 분자 마커를 이용한 검사가 제시해주었고, 상황은 그 즉시 종결되었다. 이처럼 분자마커들은 법의학의 도구로서 기여하고 있고, 그 분자마커의 출발점인 유전학 자체에도 날개를 달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비단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전통적인 생태학 분야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하기 시작했다.
2. 분자생태학의 등장
분자생태학의 시작은 전통적인 생태학이 봉착한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으로 생태학적 분석을 위한 데이터들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자면,대형 포유류 몇 마리의 행동 반경을 연구하기 위해 GPS 추적기를 부착하고 추적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고비용이 막연하게 요구된다. 이는 비단 큰 야생동물에 국한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실험생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생에서 채취된 털과 분변에서 DNA를 추출한 뒤 분자마커로 분석한다면, 어떤 개체가 어느 정도 면적의 영역을 갖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이동했는지 알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지역에 존재하는 개체수를 알 수 있으며, 그 지역에 사는 개체들의 식성과 장내미생물의 조성은 물론이고, 장내기생충 감염 여부와 개체들 사이의 혈연관계도 분석이 가능해진다. 재래식 방법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밀한 생태적 특성까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잠시 샛길로 빠져서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며 부연하자면, 필자 역시 물고기 암컷의 배우자 선택의 진화에 대한 행동생태학적 연구를 하고자 했으나, 살아있는 생물을 통제하고 그 생물로부터 행동을 정량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구애행동을 관찰하려고 사육하던 수컷 물고기들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려오는 통제불능의 소음들 때문에 번식행동 대신 도피행동을 보여주었고, 어렵게 채집해서 살려온 물고기들을 천장에서 샌 오수 때문에 하루만에 몰살시키기도 했다.
어렵사리 행동을 관찰하고 정량한 수치에 대한 확신도 어려웠다. 행동을 정량화한 수치가 같은 개체 내에서도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예컨대 암컷에 대한 구애행동의 정도를 수치화 했을 때 100에 가까웠던 수컷이 어느 상황에서는 고작 1 정도의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처럼 개체 내에서도 분산이 큰 측정치를 바탕으로 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컸으며, 이런 경험들에 더해 분자계통학과 집단유전학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연구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기존 생태학적 방법론의 한계는 다른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분자생태학의 선구자들은 전통적인 생태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분자 마커가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였다.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생태학적 가설을 검증하는데 적극적으로 적용했던 선구자들은 기존의 생태학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로서 분자마커가 갖는 잠재성을 입증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또한 그들은 이 분야가 초래할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여 새로운 학문 분과로서의 ‘분자생태학’을 제안한다. 이처럼 분자생태학은 기존의 생태학이 해결해주지 못한 난제를 ‘분자 (DNA, RNA, 단백질 등)’를 활용해 해결하는 것에 그 지향점이 있기에 다분히 해결사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분자생태학의 해결사로서의 역할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의 분자마커들을 이용하는데 많은 제약이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초창기에는 유전자 감식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의 개발과 보급은 제한적이었고, 분석을 위해 많은 시간을 씨름해야 했다. 인프라가 갖추어졌을지라도 초창기에는 분자마커들을 이용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동력이 요구되었고, 심지어 재현성과 신뢰성까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했다. 또한 초창기 이용된 분자마커들은 변이가 충분치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게놈 내의 일부 조각들의 변이만 들여다봐야 했으니 집단 내 모든 개체가 똑같은 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는 그저 시간과 돈을 공중분해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현장에서 데이터를 얻는 전통적인 생태학자들에게 분자마커의 적용이 시기상조라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고 실제로 그것은 타당한 비판이었다.
다행히도 이러한 한계들이 극복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캐리 멀리스(와 동료들)에 의해 Taq을 이용한 PCR이 90년대에 개발된 이후 수백~수천 bp 정도의 분자마커를 증폭하고 생어(Sanger) 시퀀싱으로 읽는 편의성이 증대되었고,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로 말미암아 차세대 시퀀싱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난날 분자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과 높은 비용이 발생되었던 것이 현재는 시간과 비용이 놀라울 만큼 절약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비단 게놈에서 작은 일부의 서열만을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술한 차세대시퀀싱을 통해 전체 게놈 수준의 분석까지 보급되게 했다. 이제는 손바닥 보다 작은 사이즈의 기기로 실시간으로 전체 게놈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빠른 기술적 진보가 가능했던 원동력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자생물학을 기반으로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의 저변이 확대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높은 수요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제 분자생태학은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만한 발전을 해온 분자생물학을 등에 업고, 행동생태학, 집단생태학, 집단유전학, 계통분류학, 생물지리학, 보전생물학과 같은 다양한 진화생물학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바야흐로 분자생태학의 본격적인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3. 분자생태학의 활약
분자생태학은 등장과 동시에 마치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이 그 동안 생태학 분야에 쌓인 오래된 난제들을 빠른 속도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분자생태학이 현재 다루고 있고 해결해나가고 있는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가) 각 생물종과 집단은 어떤 진화적 역사를 갖고 있는가?
개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와 과정으로서 유전적 변이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그 유전적 변이를 통해 생물이 겪은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컨대, 세대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누적되는 개체의 생존에 크게 직결되지 않는 변이(중립변이, Neutral mutation) 들을 통해 우리는 두 집단 사이에 변이의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은 결국 공통조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러한 집단 사이의 변이는 결국 동일한 변이에서 파생(치환, substitution)된 것으로 전제할 수 있다. 따라서 변이의 비교를 통해 언제 이 두 집단이 서로 다른 진화적 운명을 달리했는지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연재에서 보다 깊이 있게 다룰 예정). 이처럼 우리는 생물들이 갖고 있는 유전변이들을 비교하여 서로 다른 집단이 언제 갈라졌는지 더 나아가서 종은 언제 갈라졌는지 까지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종들의 집합인 속(genus)과 그 이상의 계통학적 진화적 역사와 각 종간 관계도 추론하는게 가능하다 (이러한 학문 분과는 분자계통학이라고도 한다).
물론 이전에도 계통진화적 역사에 대한 추론은 분자 데이터 없이도 계통분류학이란 학문으로 연구되어 왔다. 그래서 “굳이 분자마커가 필요한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혈연관계가 없는데도 얼굴이 매우 닮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역으로 혈연관계가 가까운데도 생김새가 많이 다른 경우가 존재하듯이 형태적 유사성만으로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했다가 실은 매우 먼 관계인 사례는 드물지 않다. 분자마커를 적절히 이용한 진화적 역사의 추론은 이러한 오류를 보정해줄 수 있다.
그림 2. 분자를 이용한 진화적 역사의 재구성은 시간과 공간의 범위에 따라 세 영역의 학문분과(집단유전학, 계통지리학 그리고 분자계통학)로 나뉘어져 있다. <출처: Edward et al. 2016>
(나) 무엇이 개체로 하여금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게 했고, 그 유전적 배경은 무엇인가?
생물 종과 종 내 집단들은 다양한 환경에 맞추어 그 적응을 달리해왔다. 예컨대 북미에 서식하는 한국의 도롱뇽(Hynobius sp.)과도 닮은 거친피부영원(roughskin newt, Taricha sp.)는 피부에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TTX)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거친피부영원과 함께 살아가는 포식자인 가터뱀(Thamnophis sirtalis)의 어떤 집단은 이 독성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데, 이런 경우 TTX에 대한 저항성을 갖고 있는 개체가 생존에 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여러 세대를 거치며 TTX 저항성을 갖는 개체의 비율이 집단 내에 점진적으로 증가될 것이다. 이러한 가터뱀의 저항성에 대항하여 거친피부영원의 독성도 강해지는 방향의 선택압이 작용하는 공진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적응들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배경을 갖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변이들은 자연선택과 관련없이 중립적이지만, 일부 변이들은 표현형적 변이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큰가시고기(Gasterosteus sp.)의 가시 길이와 뼈로 된 갑옷구조(인판, armor plate)에 관련된 유전자 위치 (좌위, locus)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게놈 수준의 탐색은 이러한 변이들의 발굴을 보다 가속화 시키고 있다. 최근들어 지구상의 150만종 생물종의 게놈을 해독하는 컨소시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생물들의 다양한 적응과 관련된 유전적변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생물은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다양한 적응을 해왔으며, 이러한 적응에 관련된 유전 변이들을 찾고 그 변이들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지 추적하는 것은 비단 과학적 사실의 발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직간접적인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름도 모를 물고기의 지느러미 가시에서 분비되는 마취 화합물이 기존의 외과용 마취제보다 효과적인 마취제 성분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림 3. 영원류 <photo credit: Tyler Donaghy>
(다) 무엇이 개체 수준의 표현형의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가?
생물은 설령 같은 유전형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발생단계의 어떤 자극에 의해 다양한 표현형으로 발달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표현형적 가소성(phenotypic plasticity)이라 한다. 예를 들어 포식자인 물고기가 있는 호수에 사는 물벼룩(Daphnia sp.)들은 포식자가 분비하는 분비물에 노출될 시 날카로운 가시를 발달시킨다. 이러한 표현형적 가소성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전적 변이와 환경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규명이 가능하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한 이러한 형태적 가소성을 밝히는 것은 분자생태학이 해결 가능한 숙제이기도 하다. 한편, 어떤 유전적 메커니즘이 이러한 가소성에 기여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생물의 역동성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생태학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림 4. 물벼룩류 (Daphnia lumholtzi)의 표현형적 가소성의 예. 좌측은 포식성 물고기로부터 유래한 화학물질에 노출된 개체이며, 우측은 일반적인 형태이다. 이 두 표현형은 한때 형태적 기준으로 다른 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Photo credit: Anurag Agrawal>
(라) 무엇을 보전하고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가?
현대는 제6의 대멸종 시기라고도 한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변화와 인간에 의한 환경교란으로 초래된 막대한 변화는 새로운 지질학적 연대인 인류세(Anthropocene)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에 의해 반응하는 생물종의 집단 수준의 유전적 변화를 진단하고 연구하여 생물 종의 절멸을 방지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당위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인간의 생존과 번영은 결국 생물다양성이 있기에 가능해왔고 앞으로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의 유지를 위한 신생분야가 바로 보전유전학이며 이러한 보전유전학의 발전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편승해 분자생태학이 발전해왔듯, 분자생태학의 발전이 견인하고 있다.
분자생태학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아가는 생물들의 집단유전학적 구조 (genetic structure)를 규명함으로서 보전 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기본적인 단위(conservation unit)를 설정하는데 기여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보전의 단위가 규정되어야 적절한 보전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며, 만약 보존의 단위를 잘못 규정하게 되면, 보전 정책의 혜택에서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구상에서 한반도 고흥과 여수 일대의 일부 소규모 하천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새끼손가락만한 좀수수치(Kichulchoia brevifasciata)라는 민물고기는 절멸에 치명적인 위협에 처해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고흥반도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 집단 사이에 유전적 구조가 존재하고 이들 동과 서 집단의 분화가 꽤나 오래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이 종을 보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자 할 때에는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는 이 종의 보전을 위한 국가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혹시나 복원이라는 명분으로 이 두 집단을 뒤섞게 되고 두 집단 사이에 교배된 개체가 낮은 생존력(적응도, fitness)을 갖게 될 경우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자생태학은 보전 전략을 위한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작은 집단의 크기를 갖고 있음에도 멸종되지 않고 집단의 크기가 자연적으로 유지되어온 집단들을 연구하는 것은 종의 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가 어떻게 생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도 진단할 수 있다. 일례로 유럽의 고원지대의 호수에 서식하는 whitefish라는 물고기들은 최근에 다른 종으로 분화되었고 이 종들은 산란하는 수심대가 종마다 차이가 있다. 인간에 의해 유발된 부영양화는 깊은 수심대의 산소를 고갈시키고, 이로 인해 산란하는 수심대가 중첩되어 발생된 종간 교잡으로 인해 분화된 종이 한 종으로 유합(역종분화, speciation reversal)되는 상황이 초래되어 생물다양성이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보전 전략에 대한 평가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생물종 보전을 위해 일부의 개체들을 야생에서 채취해서 인공적으로 증식하여 야생에 풀어놓는 포획증식(captive breeding)과 재도입(reintroduction)은 기존의 야생 집단들이 갖고 있던 변이들의 빈도를 변화시키고 때로는 적응에 관련된 대립유전자들의 다양성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해한 대립인자의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 잠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증거가 최근 제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생물종보전의 재래식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은 두말 할 것 없을 것이다.
그림 5. 좀수수치(Kichulchoia brevifasciata)의 동쪽 그룹(위)과 서쪽 그룹(아래)의 모습. 형태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분자마커에 의해 오래전 분기된 그룹으로 나타났다. 보전을 위해서는 두 그룹을 상호 이주 시키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photo credit: Hyung-Bae Jeon>
4. 앞으로의 연재 계획
이상으로 분자생태학의 개요, 간단한 등장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실제 연구들을 바탕으로 분자생태학의 활약상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분자마커의 종류와 특성, 분자데이터를 통한 종의 식별 방법, 분자마커를 이용한 생물다양성의 발굴과 조사, 분자 데이터를 통한 계통학적 역사의 추론에 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5. 참고자료
1) Freeland, J. & Peterson, S. (2011). Molecular Ecology 2nd edition. Wiley-Blackwell
2) 이항. (2003). 보전유전학과 DNA 은행. BRIC Biowave
3) Herron, J. & Freeman, S. (2013). Evolutionary Analysis 5th edition. Pearson
4) van Straalen, N. & Roelofs, D. (2012). An Introduction to Ecological Genomics 2n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5) Avise, J. (2012). Molecular Markers, Natural History and Evolution.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6) Brodie Jr, E. D., Ridenhour, B. J., & Brodie III, E. D. (2002). The evolutionary response of predators to dangerous prey: hotspots and coldspots in the geographic mosaic of coevolution between garter snakes and newts. Evolution
7) Edwards, S. V., Potter, S., Schmitt, C. J., Bragg, J. G., & Moritz, C. (2016). Reticulation, divergence, and the phylogeography–phylogenetics continu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8) Agrawal, A. A. (2001). Phenotypic plasticity in the interactions and evolution of species. Science
9) Futuyma, D. (2009). Evolution. Sinauer Associates
국내에도 <진화학(대표역자: 원용진)>이란 제목의 번역서가 있으며, 진화생물학과 분자생태학에 관심있는 분께 제일 처음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10) Kim, D., Conway, K. W., Jeon, H. B., Kwon, Y. S., & Won, Y. J. (2013). High genetic diversity within the morphologically conservative dwarf loach, Kichulchoia brevifasciata (Teleostei: Cobitidae), an endangered freshwater fish from South Korea. Conservation genetics
11) 전형배. 고흥·여수 좀수수치, 세상에서 둘도 없다. 한겨레 에코토피아 http://ecotopia.hani.co.kr/?document_srl=204783
12) Barrett, R. D., Rogers, S. M., & Schluter, D. (2008). Natural selection on a major armor gene in threespine stickleback. Science
13) Colosimo, P. F., Hosemann, K. E., Balabhadra, S., Villarreal, G., Dickson, M., Grimwood, J., ... & Kingsley, D. M. (2005). Widespread parallel evolution in sticklebacks by repeated fixation of ectodysplasin alleles. Science
14) Araki, H., Cooper, B., & Blouin, M. S. (2007). Genetic effects of captive breeding cause a rapid, cumulative fitness decline in the wild. Science
15) Vonlanthen, P., Bittner, D., Hudson, A. G., Young, K. A., Müller, R., Lundsgaard-Hansen, B., ... & Seehausen, O. (2012). Eutrophication causes speciation reversal in whitefish adaptive radiations. Nature
16) $5bn project to map DNA of every animal, plant and fungus.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8/nov/01/5bn-project-to-map-dna-of-every-animal-plant-and-fun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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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태학을 전공하고 현재 박사후 연구원으로 “인위적 교란에 따른 담수어류의 진화"를 집단유전체의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있다. 과학자는 지식의 발견과 더불어 지식의 확산이라는 소명을 갖고, 분자생태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저변을 확대하고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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