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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파지와 손잡고 면역계 농단하는 세균. 마이크로바이옴에 바이러스 추가요 ~
의학약학 양병찬 (2019-03-29 09:38)

이번 연구는 인체가 일부 미생물에게 관용을 베푸는 이유를 설명하고, 더 나은 만성감염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Internalization of Pf bacteriophage within a mammalian cell.

Internalization of Pf bacteriophage within a mammalian cell.

Endocytosis of Pf by dendritic cells and other leukocytes triggers viral 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which suppress bacterial clearance. This three-dimensional image was generated by using confocal microscopy and z-stacked images (purple, actin stain; blue, DAPI (4′,6-diamidino-2-phenylindole) stain; green, Alexa Fluor 488–labeled Pf4). / @ Science

미국의 병원감염(hospital-acquired infection) 중 약 10%를 차지하는 세균은, 어떤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면역계를 속임으로써 자신을 무시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지(phage)로 알려진 이 바이러스는, 종종 항생제 치료에 저항하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참고 1)을 감염시킨다. 그런데 3월 28일 《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참고 2), 파지는 면역계를 자극하여 미생물 숙주 대신 자신을 뒤쫓게 만든다고 한다. 세균과 (파지의 일종인) Pf는 공생관계로 존재하는데, 과학자들은 '세균 + Pf'라는 공생체가 종전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미생물 세계에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는 면역계가 유익균(예: 장내미생물)에게 관용을 베푸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더 나은 감염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파지들은 미생물 숙주를 살해하지만(참고 3), 어떤 파지들은 숙주를 죽이지 않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산다.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공존(coexistence)은 '바이러스가 세균에게 모종(某種)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왔다.

개방된 상처

파지가 '세균과 인간숙주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연구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교의 폴 볼리키(면역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111명의 만성상처(예: 감염된 화상)에서 면봉으로 샘플을 수집했다. 그중 37개의 상처는 P. aeruginosa에 감염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P. aeruginosa에 감염된 샘플의 68%가 Pf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연구팀이 '파지에 감염된 세균'을 생쥐의 개방된 상처(open wound)에 옮겼더니, 감염이 시작되는 데 필요한 세균의 수가 줄어들었으며, 생쥐의 사망률이 'Pf 없는 P. aeruginosa'를 옮겼을 때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균은 대식세포(phagocyte)라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였는데, 대식세포들은 본래 세균을 잡아먹지만 바이러스는 회피한다. 그러나 'P. aeruginosa + Pf'에 감염된 상처를 공격했을 때, 대식세포는 약간의 세균만 잡아먹은 후 곧 자리를 뜨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바이러스만 공격하는 면역세포'들을 상처로 유도하는 신호를 보냈다.

연구팀이 생쥐를 '세균 + 바이러스' 공생체에 감염시키기 전에 항(抗) Pf 백신을 접종했더니, P. aeruginosa 감염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바이러스 추가

연구자들은 "파지가 이중나선 RNA를 만듦으로써 '인간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흉내내어, 면역계를 자극하여 자신을 공격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면역계가 체내에 상주하는 통상적인 유익균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도, 부분적으로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볼리키는 말했다.

'이것은 획기적인 논문이다"라고 폴란드 과학아카데미의 안제이 구르스키(세균학)는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파지가 염증에 영향을 미치며, 알레르기 예방에서 일익을 담당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참고 2). 그러나 구르스키에 따르면, 파지가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이번 논문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파지들은 세균을 잡아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면역계에도 - 좋든 나쁘든 - 영향을 미친다"라고 구르스키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놀랍다"라고 콜로라도 대학교의 브렉 뒤르코프(미생물학)는 말했다. "이제 연구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집합체)을 더욱 광범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숙주-마이크로바이옴의 상호작용'에, 지금껏 간과되어 왔던 복잡성을 한 층(層) 추가했다."

현재 볼리키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발견의 더욱 직접적이고 임상적인 측면을 파헤치고 있다. 그들은 Pf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하여, (화상을 입었거나 피부에 상처가 있는) 돼지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 바이러스(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Pf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Pf가 인체와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과 'Pf를 겨냥함으로써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고 싶다"라고 볼리키는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팀들도 ('P. aeruginosa + Pf' 커플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다른 '세균 + 바이러스' 커플을 광범위하게 연구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 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news/the-drug-resistant-bacteria-that-pose-the-greatest-health-threats-1.21550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3/6434/eaat9691
3. https://www.nature.com/news/modified-viruses-deliver-death-to-antibiotic-resistant-bacteria-1.22173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09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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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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