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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지원사업, 이대로 좋은가?
오피니언 호원경 (2019-03-18 10:16)

“대학혁신지원사업, 제대로 하자”라는 글을 3월 14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한 후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85814.html), 대학혁신지원사업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한된 지면이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였으니 어설픈 문제 제기가 되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신문 지면에 못 담은 설명을 보충해야 할 필요에 오랫만에 소리마당에 돌아왔습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 사업이어서 문제 제기의 배경 설명을 위해 교육부 R&D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 R&D가 GDP 대비 세계 1위라는 사실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학의 연구참여 비중은 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더구나 2009년 11%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대학의 연구참여 비중이 이토록 낮은 것은 국가 전체 R&D투자의 3/4을 담당하는 기업 R&D가 대학으로 유입되는 부분이 미미한 탓도 있지만, 정부 R&D에서조차 대학 투자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부 R&D를 수행주체별로 나누어 보면 대학이 수행하는 비중이 1/4이 채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림 1).

연구수행 수행주체별 정부 투자액 및 부처별 대학연구비 지원 현황

"대학 R&D 4.4조를 부처별로 구분해 보면 과기부 1.7조, 교육부 1.6조로 (2017년 기준), 예산상으로는 교육부가 과기부와 거의 비슷한 규모의 R&D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체감은 전혀 그렇지 않지요. 교육부 R&D가 1.6조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이공계 기초연구사업 4000억과 인문사회 지원사업 3000억 뿐이고, 나머지 9000억은 대학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사업에 “연구계수”를 적용해서 계산된 R&D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연구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 외에 대학을 지원하는 연구 목적의 사업이 있는 건 참으로 마땅한 일입니다. 문제는 이들 사업이 대학연구기반 확충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이지요.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연구계수"를 적용해 R&D로 계산한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구체적 사업 내역을 찾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대학연구비 미스터리: 숨은 1조원은 어디에 있을까, 고려대 강세종,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4867).

교육부 예산 중 연구 계수를 적용하여 R&D에 산입되는 사업

보시다시피 대학원생 인건비 지급 사업인 BK21 플러스 사업을 제외하고는 연구와의 관련성이 없는 학부 교육을 대상으로 한 사업들이어서 애초부터 이들 사업을 R&D에 포함시킨 것은 R&D 부풀리기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대학 길들이기를 한다는 비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 재정지원사업 중 ACE, PRIME, CORE 등 5개의 사업을 통합하고  대학 자율적으로 혁신 방향을 세워 재정투자를 하라고 개편한 사업이 “대학혁신지원사업” 입니다.

교육부가 대학자율에 맡겼으니 이제  일정 부분은 실제로 대학 연구역량강화 목적으로 써야하지 않겠냐는 게 제 주장입니다. 통합개편하면서 기존 사업에 비해 예산이 증액되어 19년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은 약 5700억 입니다. 50%를 연구역량강화에 쓴다면 2800억입니다. 그렇게 쓰면 연구와 전혀 상관없는 사업에 연구계수를 적용해 R&D 부풀리기를 하며 생긴 R&D 통계에 대한 불신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학부교육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했던 사업이 통합된 것이니 학부교육과정 개편에만 써야한다는 것이 대부분 대학 행정 당국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었다고는 하지만 교육부의 대학지원 목적을 “교육은 학부교육, 연구는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원생 인건비 지원”으로 이분화 한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연구역량 강화에 쓰는 일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니 과기부 산하의 과기특성화대학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환경을 구축하는 목적의 재정 지원은 없이 100% 개개 연구자들의 경쟁으로 받아오는 연구비에 의존해 연구가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에서의 연구는 교수 개인이 연구비를 따서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취급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개개 연구자가 하는 연구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않고 대학 연구가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목적이 학부 교육에 국한되지 말고 연구환경 구축까지 확대되어야 합니다. 교육부 총 예산 61.6조 중 R&D 1.6조는 2.6%에 해당합니다. 숫자로만 R&D인 허수를 빼면 1조 남짓으로 1.6% 불과합니다. 정부 R&D 20조 시대에 걸맞는 교육부의 실질적 R&D 투자는 얼마일까요? 합당한 목표를 세우고,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할 수 없다면 신규 사업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대학 간의 경쟁이 우수한 학생 유치 경쟁에 머물지 않고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경쟁이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교육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서울의대 호원경
서울의대 호원경

* 위 기고문은 BRIC 소리마당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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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경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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