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뇌졸중 환자에게 뜻밖의 희소식: HIV 약물이 손상된 뇌 회복을 촉진!](/upload/geditor/201902/0.02659800_1550793546.png)
뇌졸중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뇌졸중 발병 후 몇 시간 내에 혈전용해제인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화제(tPA: tissue plasminogen activator)를 투여하면, 뇌의 손상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골든타임이 지나 일단 뇌가 손상되면, 손상된 뇌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약물은 알려져 있지 않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뜻밖의 표적을 겨냥하면 그런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CCR5로, HIV가 세포를 감염시키도록 허용하는 세포 단백질이다. 과학자들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CCR5를 불능화시키면 생존한 뉴런들이 새로운 연결(connection)을 만들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CCR5 변이를 보유한 사람들은 뇌졸중 이후의 회복이 양호하다고 한다.
"뇌졸중 이후의 회복을 촉진하는 분자표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아지 힐리스는 말했다. 뇌졸중 환자에게 HIV 약물인 CCR5 차단제를 투여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백혈구는 표면에 발현된 CCR5를 이용하여 케모카인(chemokine)의 신호를 접수하여, 면역반응을 지휘한다. 그러나 HIV는 CCR5를 빌미로 백혈구에 침입한다. CCR5 유전자를 불능화하는 변이를 보유한 사람들은 HIV 감염에서 보호되는데, 허 지안쿠이 (贺建奎)이라는 중국의 과학자가 최근 논란 많은 인간실험(참고 1)에서 CCR5의 변이를 의도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CCR5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영리한 생쥐 찾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영리한 생쥐'란 학습 및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전적 변이를 보유한 생쥐를 말한다. UCLA의 알시노 실바(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148가지 생쥐 계열 중에서 학습 및 기억 능력이 우수한 것을 선발하려던 중이었다. 연구팀은 2016년, "건강한 생쥐의 뇌에서 CCR5 수준을 낮추면 기억형성 및 학습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UCLA의 뇌졸중 전문가인 토머스 카마이클은 실바의 연구에 흥미를 느꼈다. "뇌줄중에서 회복중인 환자를 관찰해 보면, 그들은 걷기나 말하기를 다시 배우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그는 말했다. 사실, 손상부위 주변의 생존한 뉴런들은 '덩굴손' 비슷한 것을 뻗어, 뇌 전체와 새로 접속한다. CCR5를 겨냥하는 약물은 뇌졸중 이후의 회복을 촉진할 가능성이 엿보이며, 그런 약물은 이미 출시되어 있다. CCR5를 차단하는 마라비록(Maraviroc)은 2007년 미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HIV 감염 치료제로 사용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이번 주 《Cell》에 실린 논문에서(참고 2), 실바와 카마이클이 이끄는 연구진은 "뇌졸중 이후 생쥐의 뉴런에서 CCR5 수준이 급증하여 몇 주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그것이 회복을 더디게 하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마라비록 또는 유전자(CCR5의 생성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이용하여 생쥐 뉴런의 CCR5를 차단한 다음, 운동능력 테스트(예: 금속 격자판 위를 걸어갈 때 몇 번 미끄러지나)를 실시했다. 그 결과, CCR5가 차단된 생쥐들은 9주 후 대조군에 비해 운동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뇌졸중 후 3주까지 기다렸다가 마라비록을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쥐의 운동능력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연구에서는, 3주가 지난 후에는 가망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라고 캐나다 오타와 대학교에서 뇌졸중 회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데일 코베트(신경과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의 닫혔던 회복창(recovery window)을 다시 여는 게 가능함을 시사한다."
CCR5를 차단하면, 인근의 뉴런들과 손상된 부위 간의 연결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CCR5가 차단되면, 운동영역의 뉴런들이 뇌 반대쪽으로 더 많은 돌기(projection)가 돋아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생쥐가 상실한 운동을 다시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CCR5가 뇌졸중 이후의 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CCR5가 급증하는 것은 뇌졸중에 대한 염증반응의 일부다"라고 워싱턴 의대의 로빈 클라인(신경면역학)은 말했다. "염증분자는 뉴런이 케모카인 수용체(CCR5)를 더 많이 발현하도록 촉진한다." 발달하는 뇌에서, 케모카인은 '뉴런의 이동 및 연결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이 발병한 후에는 케모카인이 손상부위 주변의 뉴런에서 연결점(connection site)의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과정이 재성장과 회복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은 불분명하다.
"또한 CCR5를 차단하면 뉴런의 특정한 유전자가 발현되어, 흥분성(excitability)이 증가하고 발화(firing)가 촉진된다"라고 카마이클은 말했다. "아마도 뉴런은 뇌졸중 이후에 활성을 낮추고 납작 엎드려 흥분독성(excitotoxicity)이라는 치명적인 세포광란(cellular frenzy)을 회피하려고 CCR5를 증가시키는 것 같다. 그러나 CCR5는 그 이후에도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그 방어 메커니즘(protective mechanism)이 되레 회복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쥐를 이용한 연구 결과는 종종 인간에게 무의미한 것으로 밝혀지곤 한다. 그러나 카마이클 팀이 이스라엘의 TABASCO(Tel Aviv Brain Acute Stroke Cohort)팀과 손을 잡고 연구한 결과, 고무적인 단서가 발견되었다. 유럽인의 약 10%가 CCR5를 불능화하는 유전자 결실(deletion)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동유럽계 유대인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TABASCO팀은 코호트에서 68명의 뇌졸중 생존자들을 찾아냈는데, 그들은 하나 이상의 CCR5 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다. 변이가 없는 사람들과 비교해본 결과, 보인자(保因者)들은 뇌졸중 후 6개월 및 1년 시점에서 그들보다 운동능력, 감각능력, 인지능력이 약간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CCR5 변이의 효과가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얼마간의 차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상적이다"라고 UC 어바인의 스티븐 크라머(뇌졸중신경학)는 논평했다. 그는 뇌졸중 회복과 관련된 유전자를 연구해 왔다.
카마이클이 이끄는 연구진은 현재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30명의 뇌졸중 환자가 입원했던 재활치료시설을 떠나는 시점(뇌졸중 후 4주 만에 떠나는 상례다)에서 마라비록을 투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올해 말에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일부 연구자들은 CCR5의 스토리가 '학습 및 기억 유전자에 기반한 뇌 회복 전략'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에 영감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뇌졸중 회복에 필요한 'tPA 같은 순간'을 기다려 왔다. 이번 연구의 성패(成敗)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한줄기 서광(曙光)이 비치고 있다"라고 코베트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myboard/read.php?Board=news&id=300473&SOURCE=6
2.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9)30107-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9/02/hiv-drug-could-improve-recovery-after-str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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