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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과정 규명
Bio통신원(한국연구재단)
반세기 전부터 사용된 항생제인 젠타마이신 B의 미생물 내 합성 과정의 비밀이 밝혀졌다. 윤여준 교수(이화여대)의 주도로, 차선신 교수(이화여대), 항웬 류 교수(Hung-wen Liu, 텍사스대학교), 박제원 교수(고려대) 연구팀이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과정을 완전히 규명하고, 젠타마이신 중간체들이 유전병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젠타마이신 B는 결핵균, 포도상구균 등에 사용되는 가장 오래된 항생제이다.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에 사용되는 2세대 항생제인 이세파마이신의 합성 원료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극소량만 생산되므로, 그 생합성 과정을 규명하고 생성물의 양을 늘리려는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중간체들을 화학 합성하고, 만들어낸 물질들을 관련 효소와 반응시켜 확인하는 방법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경로를 최초로 규명하였다.
이를 통해 미생물 내에서 젠타마이신 B가 극소량 생산되는 원인이 밝혀졌다. 반응에 필수적인 효소가 기질 유연성이 낮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생합성 과정에서 유전병 치료에 응용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중간체들도 발굴되었다.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필수 단백질의 결손으로 야기되는 질환인 낭성 섬유증,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헐러 증후군 등의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
윤여준 교수는 “이 연구는 50년 동안 알려지지 않은 주요 항생제의 미생물 내 합성과정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라며, “특히 생합성 과정 규명을 통해 찾아낸 자연계에 극소량 존재하는 중간체들은 유전병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네이처 케미칼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1월 15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저자정보
논문명
Complete reconstitution of the diverse pathways of gentamicin B biosynthesis
저 자
윤여준 교수(교신저자, 이화여대), 항웬-류 교수(Hung-wen Liu, 교신저자, 텍사스대학교), 차선신 교수(교신저자, 이화여대), 반연희 박사(제1저자, 이화여대), 송명종 박사(공동 제1저자, 이화여대), 황재연(공동 제1저자, 이화여대), 신혜령(공동 제1저자, 이화여대), 김학중 박사(공동 제1저자, 텍사스대학교), 홍승곤 박사(공동 제1저자, 이화여대), 이나준(고려대), 박제원 교수(고려대)
□ 연구의 주요내용
1. 연구의 필요성
○ 젠타마이신은 반세기 전부터 사용된 최초의 결핵치료제 스트렙토마이신과 같은 계열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로서, 결핵균, 포도상구균과 녹농균 등 그램음성 병원균 치료에 사용되는 가장 오래된 항생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병원균*이 빈번히 발견되어 기존 항생제의 구조를 변형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 다제내성 병원균 : 약리작용이 다른 2종 이상의 항생제에 대하여 내성을 보이는 세균
○ 1970년에 개발된 대표적인 2세대 항생제인 이세파마이신은 젠타마이신 B를 원료로 화학 합성을 통해 얻어지는 반합성 항생제로, 다제내성 병원균의 치료에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에서 미생물이 젠타마이신 B을 생합성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이를 기초로 젠타마이신 B를 주생성물이 되도록 조절하는 연구는 필수적이다.
○ 젠타마이신을 생산하는 토양미생물(방선균*)인 마이크로모노스포라 에키노스포라는 성장속도가 보통 미생물 보다 10배 이상 느리고, 유전자 조작이 어려우며, 젠타마이신 B를 극소량만 생산하므로 오랫동안 어떤 원리로 합성이 되는지 연구하기 힘들었다. 최근 젠타마이신 생합성 과정 중 일부가 알려졌지만, 야생생산균주에서 극소량 생산되는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경로 규명은 1972년에 처음 발견된 이후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 방선균 : 토양·식물체·동물체·하천·해수 등에 균사체 및 포자체로 존재하는 미생물로 세균에 가까운 원핵생물로 분류됨. 각종 유기물의 분해, 특히 난분해성 유기물 분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항생물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짐.
2. 연구내용
○ 젠타마이신 B는 야생생산균주로부터 극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유전자를 삭제한다고 하더라도, 축적되는 중간체를 검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예상되는 모든 중간체들을 화학 합성하고, 생합성 과정에서 필요한 효소들을 발현·정제하여 각각의 중간체들이 효소 반응을 통하여 만들어낸 물질들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젠타마이신 B의 합성 경로를 최초로 규명하였다.
○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생합성 과정의 규명을 통하여, 젠타마이신 B가 자연에서 미생물로부터 극소량 생산되는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당전이 효소와 C6’-아민화 효소의 낮은 기질 유연성과 DAN의 전사 과정을 통하여 살펴본 2’-탈아민화 효소의 낮은 발현 양상은 야생생산균주에서 젠타마이신 B의 낮은 생산성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C6’-아민화 과정은 해당 효소의 결정 구조 분석으로 보다 자세하게 기질 특이성을 이해하였다.
○ 또한 그 과정에서 자연에 극소량 존재하여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중간체 7 종을 확인하였다. 새로운 중간체들은 넌센스 돌연변이*에 의해 생성된 조기 종결 코돈의 계속적인 해독을 유도하는 활성을 보였다. 이와 같은 활성을 가지는 물질들은 넌센스 돌연변이로 조기 종결 코돈이 생겨 특정 단백질이 결핍된 환자에게 투여하였을 때, 종결 코돈을 계속적으로 해독 하도록 하여 정상 단백질의 합성이 가능하도록 한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인 G418은 이러한 활성을 가지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새로운 젠타마이신 B 중간체들은 G418과 비교하였을 때 독성은 현저히 감소되고 활성은 유지되는 특징을 나타내 낭성 섬유증,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헐러 증후군 등의 유전병 치료에 응용 가능한 잠재력을 보였다.
* 넌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 : DNA 염기서열이 단백질로 전환될 때, 염기서열의 일부가 정지코돈으로 전환되어 더 이상 단백질의 합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돌연변이를 의미한다. 특정 단백질이 넌센스 돌연변이로 인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에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유전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데, 그 예로 낭성 섬유증,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헐러 증후군, 모세혈관 확장성 운동 실조증후군 등이 있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세균의 반란’으로 불리는 다제내성 병원균의 출현과 여전히 감염성 질환이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의 1위라는 현실은 세균에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에 세계보건기구와 각국은 다제내성 병원균을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 이 연구 결과는 1972년 발견된 이후 50년 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주요 항생제인 젠타마이신 B의 미생물 내 합성과정을 최초로 밝힌 매우 의미 있는 결과이며, 미생물에서 젠타마이신 B의 낮은 생산성을 이해하도록 하여 생산성 향상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또한 생합성 과정 규명을 통해 찾아낸 자연에 극소량 존재하는 새로운 중간체들은 유전병의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제약 산업의 고부가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과 관련된 미래 사회 창출에 필수적인 원천 기술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림1) 젠타마이신 B의 생합성 과정
이 연구에서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중간체들로부터 각각 C6’-아민화 효소(GenQ-GenB1), C4’’-메틸화 효소(GenD1)와 2’-탈아민화 효소(GenJ-GenK2)에 의한 세 가지 경로에 의하여 젠타마이신 B가 생합성 됨을 최초로 규명하였다.
(그림2) C6’-아민화 효소(GenB1)의 결정 구조 분석
C6’-아민화 효소의 구조 분석을 통하여 기질 특이성을 이해할 수 있다 (a,b). 구체적으로 (c) 음전하 홀(negatively charged hole), (d) 방향족 플랫폼(aromatic platform), (e) 메틸 포켓(methyl pocket)의 형성은 C6’-아민화 효소의 낮은 기질 유연성을 설명하였다.
(그림3) 유전병 치료에 응용 가능한 새로운 중간체들의 발굴
자연에 극소량 존재하여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중간체 7 종을 확인하였다. 이들은 독성은 현저히 감소되고 활성은 유지되는 특징을 나타내 유전병 치료에 응용 가능한 잠재력을 보였다.
연구 이야기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하여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병원균이 빈번히 발견되고 있으며, 이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다제내성 병원균에 작용하는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1970년에 개발된 대표적인 2세대 항생제인 이세파마이신은 젠타마이신 B를 원료로 화학 합성을 통해 얻어지는 반합성 항생제로, 다제내성 병원균의 치료에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자연에서 젠타마이신 B가 생합성되는 과정을 규명하고, 이를 통하여 미생물 내에서 젠타마이신 B가 극소량 생산되는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이 연구에서는 반세기 동안 고착된 과학자들의 기존 가설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설을 통하여 예상되는 모든 중간체들을 화학 합성하고, 생합성 과정에서 필요한 효소들을 발현·정제하여 각각의 중간체들이 효소 반응을 통하여 만들어낸 물질들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젠타마이신 B의 합성 경로를 규명하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서 젠타마이신 B가 극소량 생합성 되는 원인을 밝혀내고 새롭게 발견된 중간체들은 유전병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자연에서 극소량 생산되는 젠타마이신 B의 생산균주는 성장속도가 매우 느리고, 유전자 조작이 어려워 오랫동안 어떤 원리로 합성이 되는지 연구하기 힘들었다. 우리 연구팀 역시 젠타마이신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부딪혔으나, 국내외 유수 연구팀과의 다학제적 공동연구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첫째, 50년 된 항생제 젠타마이신 B의 미생물 내 합성과정의 비밀을 최초로 규명하고, 자연에서 젠타마이신 B의 낮은 생산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생합성 과정 규명을 통해 유전병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중간체들을 발굴하였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이 연구를 통하여 최초로 규명된 젠타마이신 B 생합성 과정을 통하여 젠타마이신 B의 낮은 생산성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는 생산성 향상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자연에 극소량 존재하는 새로운 중간체들은 유전병의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제약 산업의 고부가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과 관련된 미래 사회 창출에 필수적인 원천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슈퍼박테리아인 그램 음성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80년대 말 카바페넴이 개발된 후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규 항생제 후보물질 개발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랫동안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물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쌓아온 우리 연구팀만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신규 항생제의 효율적인 생합성 방법론과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우리 연구팀은 기초 연구를 하면서 바로 응용이 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생물 내 항생제의 생합성 과정을 밝히는 일은 기초적인 것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항생물질을 만드는 데 연계가 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연구는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소요가 된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기까지 어려움이 많지만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해서 우리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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