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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블록체인 기술 속에 숨겨진 생명연구의 원리 - 그래프이론과 시스템생물학
생명과학 곽민준 (2018-08-29 10:00)
블록체인 시스템
[그림 1] 블록체인 시스템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눈에 들어왔고, 친구들은 이전에 비트코인을 사뒀다면 지금 취업 걱정 할 일도 없다는 둥 너희 같은 애들이랑 놀지도 않았을 거라는 둥 다들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나도 3년 전 쯤 처음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난으로라도 조금 사 볼 걸 하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차 장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약 1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비트코인 붐이 온 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후, 지금은 그 관심이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이었던 블록체인 기술로 옮겨진 상황이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미래 경제 시스템과 사회적 연결망의 새로운 기반 기술로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이에 대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지니는 메리트는 한 마디로 '탈중심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사회적 연결망은 대부분 은행이나 정부 등을 중심으로 모든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중앙집권 형 네트워크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여기서 더 나아간, 개인이 다른 모든 개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분산 형 네트워크로, 시간과 비용을 모두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수학적으로 접근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적 연결망(특히 경제 시스템) 속의 주체(개인, 정부, 은행 등)들을 점으로, 그들 간의 상호작용(주로 거래)을 선으로 나타내면 특정 네트워크를 선과 점으로만 구성된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 2]는 현재의 중앙집권 형 구조의 네트워크와 미래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P2P(peer to peer)네트워크를 각각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을 보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훨씬 안정적인 형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1). 대신에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필요한 선(상호작용)의 수가 현재의 연결망에 비해 훨씬 많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점의 수가 증가한다면2) 필요한 선의 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중앙집권 형 시스템(왼쪽)과 블록체인 형 시스템(오른쪽)을 
 
간단한 그래프로 표현한 그림
[그림 2] 중앙집권 형 시스템(왼쪽)과 블록체인 형 시스템(오른쪽)을 간단한 그래프로 표현한 그림

이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현실 사회에서 모든 개인이 서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해낸 네트워크의 형태가 바로 현재의 중앙집권 형 네트워크다. 즉, 현재의 네트워크 형태는 모두가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하여, 하나의 믿음직한 중간단계(은행, 정부 등)만을 거치면 모두가 간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교적 효율적인 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는 또한 중심에 있는 한 매체가 없어지면 이 그래프가 유지될 수 없다는 불안정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이나 정부와 같이 웬만해서는 사라질 일이 없는 주체를 중앙에 두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두었다. 한 마디로 현재의 은행 거래 시스템은 수학적으로 불완전한 효율성과 안정성의 문제를 인간사회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해결하여 완성한 네트워크인 것이다.

반면 모든 개인이 서로 직접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형태의 네트워크는 수학적 관점에서 최고의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안정성이나 효율성의 측면에서 말이다3). 그러나 이 네트워크는 현실적으로 정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연결망(특히 경제 시스템)에 정부 등의 규제기관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에 매우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류의 역사에서 민간에게 화폐발행권이 넘어갔을 때 그 경제 체제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경제학자들은 암호화폐의 화폐적 가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처럼 정부의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분야에 블록체인시스템이 도입되어 각각의 개인에게 사회적 활동의 자유와 권리가 모두 넘어가게 되었을 때, 사회는 수학적 모델로는 예측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점들, 예를 들어 연결망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자들이 전체 네트워크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행위나 정부의 눈을 피해 불법적 거래를 하는 행위 등에 직면하여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4).

JTBC 뉴스룸 긴급토론 -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그림 3] JTBC 뉴스룸 긴급토론 -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5)

한 마디로, 현재의 중앙집권 형 네트워크가 이론적 문제점을 현실적 방안으로 해결한 연결망이라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P2P 네트워크는 이론상으로는 완벽하나 아직 현실적인 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사회적 연결망의 대안이라 볼 수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 중 대부분은 일상 속의 생명과학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에서 왜 이렇게 블록체인 이야기만 오래하는지 의아해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블록체인 기술을 조합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이유는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지금까지 소개한 블록체인의 예시와 비슷하게 그래프 이론을 활용하여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프이론과 시스템 생물학
[그림 4] 그래프이론과 시스템 생물학6)

생명 연구에서 네트워크 분석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생명 현상의 주요 특성 중 하나인 창발성(emergency of property) 때문이다. 따로 존재하는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는 이 세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이들의 화학적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물 분자는 생체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물질로 이용된다. 이처럼 분자 수준, 혹은 세포, 조직, 개체, 생태계 수준에서 발생하는 생명 단위들 간의 상호작용은 기존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생명의 새로운 특성이 다음 단계의 상위 수준에서 등장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런 생물학적 상호작용을 선으로, 각각의 생명 단위(단백질, 세포, 개체 등)들을 점으로 표현한 그래프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면 생명현상의 특성에 대한 조금 더 체계적인 분석이 가능해진다. 그래프이론이 생물학 연구에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몇 가지 예시를 통해 그래프를 통한 네트워크 분석이 생명과학 분야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생명 현상을 여러 수준에서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생명 단위들 간의 연결고리를 규명하여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학문을 시스템생물학이라 부른다7). 그리고 그래프 이론은 시스템생물학 분야 연구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시스템생물학적 연구들은 단순히 여러 수준에서 생명단위들의 시퀀스를 살펴보는 수준에 불과했다8). 그러나 컴퓨터와 기술의 발달로 생물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며 시퀀스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생명단위들 간의 상호작용과 그로 인한 효과들에 대한 규명도 가능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동종, 이종 간의 생물 네트워크 유사도의 비교를 통해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기능, 그리고 진화과정 등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8).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과 이를 모형화하여 나타낸 그래프
[그림 5]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과 이를 모형화하여 나타낸 그래프8)

유전적 보존지역(conserved region)을 통한 유전자 기능 연구는 이러한 생물 네트워크 연구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유전적 보존지역이란, 생명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진화적으로 유지되는 유전자 부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진화적으로 가깝지 않은 두 생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네트워크는 대부분 유전적 보존지역이며, 이 유전자는 생명현상의 매우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두 종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그래프로 표현해 서로 비슷한 상호작용을 보이는 그룹이 존재한다면, 이를 분석해 해당 유전자(유전적 보존지역)가 가지는 중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8). 그래프 이론을 통한 생명 연구가 유전자의 중요한 기능을 알아내는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생물 네트워크 분석은 현대 생물학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실험모델 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다.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동물실험과 복잡한 생명환경(niche)을 재현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시험관 내 실험은 모두 자연 상태를 통제 가능한 환경에 재현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실험의 완성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생물 네트워크 비교를 통해 사람의 목적 유전자 또는 단백질과 매우 유사한 패턴의 분자 환경을 보이는 다른 생명의 네트워크를 찾게 된다면, 그리고 이 생명이 윤리적인 문제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기존의 생물학적 모델들의 단점을 모두 개선한 발전된 모델로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그래프 이론을 활용한 생물 네트워크의 분석은 다양한 생명과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인간의 질병연구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까지 하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9), 말라리아 병원균의 단백질 네트워크는 생명연구에 주로 쓰이는 대부분의 모델들과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 한다. 단, 유일하게 효모와는 3개의 공통된 네트워크를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들의 연구가 틀리지 않았다면 말라리아 치료법과 약을 연구하는 자들은 다른 생물모델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 유일하게 병원균과 공통된 네트워크를 가지는 효모를 이용한 실험이 접근 방법이라는 사실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물 네트워크의 분석은 질병 치료법 개발을 위해 드는 현실적인 비용을 줄이는 것에도 매우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그래프 이론을 접목시킨 생물 네트워크의 분석은 시스템 생물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컴퓨터 기술이 발달할 미래 사회에 더욱 거대해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생명과학연구에서는 기존의 물리, 화학적 실험뿐만 아니라 기술적 접근을 통한 컴퓨터 연구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생명과학 분야의 패러다임이 또 한 차례 뒤집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몇몇 독자들은 여전히 필자가 왜 그렇게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했어야만 했는지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프 이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다 해도 서론치고는 너무 긴 분량으로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가 그래프 이론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설명하고, 또 이를 매우 상세히 설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서로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인간 사회와 생명 시스템이 사실은 매우 비슷한 구조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생명 네트워크에게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힌트를 얻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의도대로 글이 잘 완성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독자들이 하나만은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인간 사회는 생명 시스템을 정말 많이 닮아있고, 우리는 생명현상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참조]

1) 수학적으로도 그러하다. 블록체인 시스템 그래프의 경우 어떤 점을 제거하더라도 그래프가 유지되지만, 중앙집권 형 구조의 그래프는 중앙에 위치한 점이 제거되면 네트워크 전체가 완전히 망가지기 때문에 더 불안정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2) n개의 점으로 구성되는 블록체인 형태의 그래프에 필요한 선의 최댓값은 n(n-1)/2, 중앙집권 형 그래프에 필요한 선의 수는 n-1개로 n/2배 차이나기 때문에 n이 커질수록 선의 수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된다.

3) 1)에서 설명했듯이 블록체인 구조의 그래프는 어떤 점이 제거되더라도 유지되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인 그래프이며, 또한 모든 점들이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그래프이기도 하다.

4)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5)의 영상을 참고하라.

5) JTBC 뉴스룸 긴급토론 -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GfaQgl50Mv4

6) Jeong. H et al. "Lethality and centrality in protein networks", Nature(2001).

7) 위키피디아 “시스템 생물학”

8) 조환규 “그래프 모형을 활용한 생물 네트워크 분석법 개요”

9) S. Suthram et al. "The Plasmodium protein network diverges from those of other eukaryotes", Nature(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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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준 (POSTECH 생명과학과)
글을 통해 나의 지식과 생각을 표현하는 게 즐거운 평범한 생명과학도입니다. "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 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생물학적 물음에 대한 답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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