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가 오는 11월 영국 요크셔의 생태 야생공원으로 이사 간다. 한국에서 태어난 통키는 사람 나이로 치면 고령에 가깝다. 북극곰 ‘통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이동을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영국 요크셔 수의사가 한국으로 와 북극곰 ‘통키’의 건강을 체크했다. 이젠 안전한 이동을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 등만 잘 확인하면 된다. 현재 북극곰은 절멸위협종(threatened species)이다. 부디 새로운 곳에 가서 북극곰 ‘통키’가 정착하길 기원한다.
동물을 이동시켜서 재배치하는 건 위험하고, 대담한 실행이 필요하며,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며, 비용이 많이 든다. 한 마디로 이동시키는 데 복잡한 접근법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서식지를 이동하는 가운데 불가피하지만 스트레스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거대 육식동물은 최대 400km 거리에서 포획 장소로 돌아가는 일관성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동물을 먼 거리로 보내는 건 본능에 반하는 일이다.
동물의 이동, 위험하고 복잡한 일
최근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코뿔소, 라이노 8마리가 이동하다가 죽고 말았다. 코뿔소는 홀수 개의 발굽을 가진 유제류(有蹄類)에 속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개체군의 위협을 받는 코뿔소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케냐 관광부에 따르면, 불법 밀렵꾼들 때문이 아니라 짠 물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검은코뿔소(Diceros bicornis)가 케냐 남동부의 동차보 국립공원(Tsavo East National Park)의 새로 만들어진 은신처에 도착하고서 소금기가 많은 물을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짠 물을 많이 마실수록 코뿔소는 더욱 목이 마르게 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케냐의 야생동물 보호 단체인 ‘와일드라이프디렉트(WildlifeDirect)’의 대표인 파울라 카훔부(Paula Kahumbu)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번의 동물의 장소 이동(translocation)은 완전 재앙이었다. 케냐인들은 코뿔소의 죽음에 대해 투명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야생 동물들에 대한 최적의 장소 이동 방법을 찾아 다시는 이와 같은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아야 한다.”
케냐 야생동물 보호국은 당초 검은코뿔소 14마리를 국립공원 두 곳인 나이로비와 나쿠루에서 옮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11마리가 옮겨간 뒤 8마리가 죽었다. 공원 관리자는 남아 있는 3마리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죽은 코뿔소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부검보고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 3마리 라이노들에겐 임시 물 저장고의 신선한 물이 제공되고 있다.
원래 옮기려고 했던 14마리 중 3마리는 그냥 놔둘 계획이다. 14마리의 코뿔소는 ‘국가 라이노 보존과 관리 계획’의 일환으로 새로운 개체군을 만들어가는 마중물이었다. 야생동물 관계자들은 코뿔소들이 새 개체군으로 성장해나가길 희망했었다. 2005년과 2017년 사이, 케냐는 코뿔소 재배치를 성공한 바 있다. 총 149마리의 코뿔소가 지역을 이동해 8마리만 죽었다. 이전에 죽은 코뿔소들은 이번에 죽은 8마리가 아니다.
게다가 ‘수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방흰코뿔소의 마지막 수컷이 올해 3월에 죽었다. <브릭>에서도 지난 5일 인공 수정과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북방흰코뿔소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소개한 바 있다. 현재 북방흰코뿔소 수컷의 정자만 냉동 보관해 놓은 상태이다.
점점 줄어드는 검은코뿔소, 이유는 뭘까?
검은코뿔소들은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IUCN(국제 자연 보전 연맹)에 따르면, 20세기에는 약 85만 마리의 검은코뿔소가 있었지만, 그 수는 줄어들면서 2010년에는 겨우 4,880마리만이 남았다. 검은코뿔소 개체군은 1970년대에 7만 마리였던 것이 1995년에 2,500마리 미만으로 줄었다. 케냐의 검은코뿔소 개체군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에 2만 마리에서 약 250마리로 줄었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케냐의 검은코뿔소는 오늘날 약 650마리가 남아 있다.
암시장에서 코뿔소 뿔에 대한 수요로 많은 코뿔소 종들이 절멸 위기에 처해있다. 코뿔소 뿔이 다양한 질병을 고쳐준다는 소문 때문이다. 코뿔소 뿔은 특히 베트남에서 선호한다. 하지만 코뿔소의 뿔은 대게 케라틴(단백질)이다.
지난 2월, 안타까운 장면이 포착됐다. 죽은 어미 곁에서 굶주린 배를 채우려는 1개월 된 새끼 코뿔소(라이노). 어미 코뿔소는 뿔이 잘려나간 채 죽어 있다. 정말 다행인 건 새끼 라이노가 구출돼 보살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잔혹함은 그 끝을 모른다. 어미 잃은 새끼는 또 다시 밀렵꾼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수가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 활동가들과 케냐 정부는 야생동물을 재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비영리단체인 ‘아프리칸 팍스(African Parks)’는 검은코뿔소를 포함한 여러 멸종위기 종들을 대륙을 가로질러 운송했다. 주로 남아프리카에서 르완다와 차드로 옮겼다.
동물을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작전은 성공에 이르기도 한다. ‘인도 라이노 비전 2020’에 따라, 인도 코뿔소들을 카지란가 국립공원에서 인도 북동부 아쌈에 있는 마나스 국립공원으로 옮겨졌다. 2012년 2마리가 이동했다. 이로써 이 당시 단계별로 무사히 옮겨간 인도 코뿔소들은 18마리였다.
동물들의 재배치가 필요한 상황은 돌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15년 12월, 인도네시아에선 산불을 피해 과일 농장으로 숨어든 오랑우탄 소식이 전해졌다. 잠부라고 불린 오랑우탄은 열대 과일 람부탄을 재배하는 농장을 거쳐 숲으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숲에 불이나자 잠부는 돌아가지 못하고 과일 농장에 오랫동안 머물며 서식했다. 과일 농장 주인은 구조팀에 연락을 했다. 결국 잠부를 마취시켜 다른 곳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조 센터에 머물게 했다.
동물 이동의 발생 원인과 결과
동물을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재배치는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 특히 기생충은 토착 동물 개체군에 잠재적 위험을 가져온다. 보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럽 들소의 경우, 유럽 여러 나라들로 장소 이동을 해 재배치되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유럽 초식동물은 1998년 폴란드에서 침입 기생 선충류(Ashworthius sidemi)의 새로운 숙주로서 받아들여졌다. 그때부터 폴란드에서 유행한 이 비토착 기생충은 들소뿐 아니라 다른 야생 반추동물들에서도 증가했다.
2011년, 5마리 유럽 들소들은 폴란드에서 체코 공화국으로 옮겨졌다. 체코의 한 사냥금지구역에서 유럽 들소 두 마리와 붉은 사슴 두 마리의 위장관을 살펴봤다. 형태학적·분자 차원의 조사 방법을 활용한 결과, 살펴본 모든 동물에서 침입 기생 선충류(Ashworthius sidemi)가 발견됐다. 사슴보다 유럽 들소에서 감염 정도가 높았다. 중유럽 지방의 기후 속에서 선충류 감염의 역학적 패턴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생충이 체코 공화국에서 점차 퍼질 것이며 다른 토착 반추동물들을 숙주로 하여 기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동물 재배치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뉴질랜드 환경부는 동식물 재배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살아 있는 토착 식물과 동물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한 계획된 관리이다. 동물의 지역 이동은 계획, 이동, 방출, 관찰, 이후 관리를 포함한다.” 동식물의 이동은 종의 생존과 회복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단기 혹은 장기적 방법이다. 이로써 새로운 개체군을 확립하고, 기존의 개체군은 강화될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 멸종된 종을 다시 자리 잡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선 1000번의 동식물 재배치를 분석한 결과, 개체군 확립에 성공한 경우는 7∼40%였다. 물론 어떤 종이냐에 따라 그 결과는 각각 다르다.
동식물의 성공적인 지역 이동을 위해선 ▲ 개체의 수 ▲ 방출 지역의 서식지 크기, 질, 유형 ▲ 서식지 연결성(부적합 서식지와 다른 비슷한 서식지까지의 거리) ▲ 방출 지역의 포식자 통제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재배치의 성공 여부는 △ 이동과 방출 △ 초기 또는 단기 생존 △ 재생산의 증거 △ 개체군 증가 △ 생육 가능한 개체군(장기적 성공)의 단계를 거친다.
동물들을 애써 이동시켜야 하는 일은 인위적인 일이다. 그저 자연 상태 그대로 이동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녹색평론사, 2007)엔 라다크의 도시 ‘레’에서 활보하는 동물이 묘사된다. 동물은 원래 이래야 한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가장 건강한 이동은 동물의 자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여름에는 ‘조(야크와 암소의 교배종. 조는 이 동물의 이름이다.)’를 찾아가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놈들은 멀리까지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어서 때로는 높은 산고갯길을 이삼일 걸을 거리까지도 가버린다. 흔히 그놈들은 초지에서 내려오는 길을 찾아서 불쑥 마을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 짐승을 당장 다시 초지로 데리고 간다. 멀리서 보면 내 눈에는 그놈들이 자줏빛 자갈밭을 배경으로 검은 점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데스키트의 열 살짜리 아들 앙축은 그놈들이 야크나 소가 아니라 ‘조’라는 것을 알 뿐 아니라 자기집 짐승을 다른 것들과 구별해서 알아볼 수 있다.
참고 문헌 및 사이트
7.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녹색평론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