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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 한끼-고추2] 야누스의 두 얼굴. 불타오르는 캡사이신의 습격
Bio통신원(서지연)
아이는 엄마의 거울이다. 엄마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고 엄마의 행동을 관찰한다. 빨간색, 초록색, 익어가는 색색의 고추가 어린 날 아이의 눈엔 참 예뻐 보였다. 그리고 그 고추를 잘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에 넣는 어머니의 모습도 멋져 보였다. 어머니의 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아이는 요리하는 어머니를 따라 고사리 손에 작은 가위를 쥐고 어머니를 따라 고추를 잘랐다. 처음 잘라보는 고추는 사각거렸고 가위의 날이 닿자 즙이 톡톡 새어 나왔다. 3분. 5분.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아파. 손이 따가워. 엉엉~” 주의하라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는 듯 엄마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찬물을 담은 그릇에 아이의 손을 담근다. 아이의 표정이 돌아왔다. 금방 울고 금방 웃는다.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솔난다.” “꺄르르르~” 손수 비누를 가져와 아이의 손을 살살 문지르며 엄마는 아이를 어르고 달랜다. 고추의 아픔이 가셨는지 아이의 표정은 온화해져 엄마를 바라본다. 아이에게 고추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아픔의 경험이었지만 엄마의 사랑이기도 했다.
- 어린 날을 회상하며 쓴 일기 中 - |
고추장, 김치, 매운 돈까스, 불닭, 매운 엽기 떡볶이 등 외국인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매운 음식의 종주국으로 유명하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매운맛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다. 뜨겁고 매운 국물을 마시며 ‘시원하다’, ‘칼칼하다’ 라거나 ‘얼큰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매운 맛이 우리 식단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아마도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고추의 매운맛이 캡사이신 (capsaicin) 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캡사이신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샵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카더라’통신으로 말로만 들어본 캡사이신의 구조와 작용방식에 대해서도 매운 음식점의 맛집 위치처럼 잘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캡사이신의 구조와 통각수용기, TRPV1으로의 결합]캡사이신(capsaicin)은 알칼로이드 (alkaloid) 계열의 화합물로 휘발성이자 지용성인 무색의 결정이다(1). 그 구조는 그림 1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그 특징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방향족 고리 (aromatic ring)가 있는 바닐릴 그룹 (vanillyl group)과 아마이드 결합 (amide bond), 소수성 잔기 (hydrophobic side chain)가 그것이다. 구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름과 알코올에 용해되는 형태이며, 아마이드 결합에 의해 시스/트랜스 (cis/trans)의 이성질체가 있지만 대부분 트랜스형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캡사이신은 흔히 통각수용체인 TRPV1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cation channel subfamily V member 1)의 작용제 (agonist)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캡사이신의 바닐릴 그룹의 고리가 TRPV1 수용체에 결합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페놀 그룹 (phenol group)의 수소는 캡사이신이 작용제로 작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소수성 잔기는 캡사이노사이드 생리활성의 강도를 좌우하는데,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8-9개의 탄소로 구성된 잔기일 때 강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2). >
그림 1. 캡사이신 (capsaicin)의 구조(1,2)와 제안 가능한 캡사이신의 TRPV1에 대한 결합 포즈(3).
캡사이신은 섭취했을 때 약 94%가 흡수되고, 섭취 후 1시간 가량이 되었을 때 혈중에 가장 높은 수치에 도달하며, 최대 24.4%가 혈액, 간, 신장, 장으로 이동하고, 약 4일 가량이 지나야 체내에서 더 이상 검출이 되지 않는다. 섭취된 뒤 각 장기에서 대사되는데, 캡사이신의 주요 대사체 (metabolite)로 16-하이드록시캡사이신 (16-hydroxycapsaicin), 17-하이드록시캡사이신 (17-hydroxycapsaicin), 16,17-다이하이드록시캡사이신 (16,17-dihydroxycapsaicin), 바닐릴아민 (vanillylamine), 바닐릴산 (vanillyl acid) 등이 있다. 하지만, 피부에서는 다른 장기에 비해 캡사이신의 전변이 상당히 느리게 나타나며, 단지 소량만이 바닐릴아민이나 바닐릴산으로 대사되고, 대부분은 대사되지 않은 캡사이신으로 남아있는다(2). 피부가 연약한 어린아이의 손은 이 정도 소량의 캡사이신으로도 불타는 듯한 통각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고추 캡사이신의 작용에서 재미있는 것은, 손에서 통각을 일으키지만 실제 우리 몸에 손상을 주지 않고, 일부는 통증의 완화를 돕는 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4). 이렇듯 캡사이신은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줄여주기도 하는 두 얼굴을 지닌 맛있는 야누스이다.
[요약] |
참고문헌
1. (2018) 캡사이신. 위키백과
2. Maria de Lourdes Reyes-Escogido, E. G. G.-M. a. E. V.-T. (2011) Chemical and pharmacological aspects of capsaicin. Molecules 16, 1253-1270
3. Katsuya Ohbuchi , Y. M., Kazuo Ogawa, Eiji Warabi, Masahiro Yamamoto, Takatsugu Hirokawa (2016) Detailed analysis of the binding mode of vanilloids to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type 1 (TRPV1) by a mutational and computational study. PlosOne 11, e0162543
4. Hulick, K. (2016) The cool science of hot pepeprs. in Science News for Students, Nutrition-health, body functions, 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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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에서 동물공학(학부), 응용생명과학(석사), 식품공학(박사)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박사 후 연수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현재, 저널 리뷰어, 동향분석가, 구성작가, 칼럼니스트 등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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