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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자폐증 진단은 어떻게 진화해 왔나
의학약학 양병찬 (2018-05-14 09:29)

많은 질병들은 소견(description)과 진단기준(diagnostic criteria)이 처음부터 일치했다. 예컨대 밀실공포증(claustrophobia)이나 어지럼증(vertigo)이 그러했다. 그러나 자폐증은 그렇지 않았다. 듀크 대학교의 제프리 베이커 교수(소아청소년과 역사)에 따르면, 자폐증 진단의 역사에는 굴곡이 많았다고 한다.

자폐증은 맨 처음 '소아기 조현병(childhood schizophrenia)의 한 형태'와 '냉정한 양육(cold parenting)의 결과'로 기술되었고, 뒤이어 '일련의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order)'를 거쳐 '광범위한 수준의 장애를 수반하는 스펙트럼 질환(spectrum condition)'으로 마무리되었다. 관점이 변화함에 따라 진단기준이 요동친 것은 당연하다.

미국에서 진단 매뉴얼로 사용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자폐증에 대한 이해'가 아래와 같이 진화해온 과정을 알 수 있다.

1. 자폐증이 최초에 정신질환으로 간주된 이유는?

1943년 자폐증을 처음 기술했을 때(참고 1), 오스트리아계 미국인 정신과 및 내과 의사인 레오 카너는 극도의 자폐적 고독(extreme autistic aloneness), 지연반향어(delayed echolalia), 동일성 유지에 대한 근심어린 강박적 욕구(anxiously obsessive desire for the maintenance of sameness)와 같은 성향들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그 어린이들은 종종 총명하며, 비범한 기억력을 가진 어린이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고 기술했다.

따라서 카너는 자폐증을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심각한 정서장애(emotional disturbance)'로 간주했다. 그의 견해와 같은 맥락에서, 1952년 출판된 DSM-II는 자폐증을 정신질환, 즉 '현실에 무관심한 것이 특징인 소아기 조현병의 한 형태'로 정의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자폐증이 '쌀쌀맞고 감정 없는 엄마에게서 비롯된다'고 간주되었는데, 저명한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그런 엄마들에게 냉장고 엄마(refrigerator mother)라는 별명을 붙였다.

2. 자폐증이 발달장애로 인식된 때는 언제였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자폐증은 생물학적 토대에 기반하며, 뇌발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냉장고 엄마'라는 개념은 틀린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리하여 1980년에 출판된 DSM-III는 자폐증을 별도의 진단명으로 확립하고, 조현병과 완전히 다른 '전반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로 기술했다.

종전 버전에서는 진단과정의 많은 측면들을 임상의들의 관찰과 해석에 일임했지만, DSM-III는 진단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을 열거했다. 즉, 출생 후 30개월 동안 나타나는 자폐증의 세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규정했다: ① 사람들에 대한 관심 결여, ② 의사소통 능력의 심각한 손상, ③ 환경에 대한 특이반응.

3. 기존의 정의(定義)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나

1987년에 개정된 DSM-III는 자폐증의 진단기준을 상당히 바꿨다. 즉, 스펙트럼의 끝 부분에 달리 분류되지 않은 전반발달장애(PDD-NOS: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not otherwise specified)를 추가하고 '생후 30개월'이라는 단서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자폐증의 개념을 넓혔다.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는 '자폐증은 단일질환이 아니라, 평생 동안 나타날 수 있는 질환들의 스펙트럼이다'라는 이해를 반영한 것이었다.

개정된 편람은 기존에 확립된 세 가지 영역에 걸쳐 16개의 기준을 제시했는데, 자폐증으로 진단하려면 그중 8개를 충족해야 했다. 단, PDD-NOS이 추가됨으로써 의사들의 재량권이 인정되어,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지만 발달 및 행동 상의 뒷받침이 요망되는 어린이들은 자폐아로 진단될 수 있었다.

4. 자폐증이 스펙트럼 질환으로 처음 제안된 때는 언제였나

자폐증을 스펙트럼으로 처음 분류한 것은 1994년에 발간되고 2000년에 개정된 DSM-IV였다.

DSM-IV는 독특한 소견을 보이는 질환을 다섯 가지 열거했다. 즉, ① 자폐증, ② PDD-NOS 외에 ③ 아스퍼거장애(참고 2)를 열거했고, 스펙트럼의 끝 부분에 ④ 소아기붕괴성장애(CDD: childhood disintegrative disorder, 참고 3)와 ⑤ 레트증후군(Rett syndrome)을 추가했다.  CDD는 심각한 발달 역행 및 퇴행(developmental reversals and regressions)이 특징이며, 레트증후군은 주로 소녀들의 운동 및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이러한 분류는 그 즈음 제기된 '자폐증은 유전학에서 기인한다'는 가설 및 '각각의 범주는 궁극적으로 일련의 특이한 문제 및 치료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에 배치된다.

5. DSM-5가 연속 스펙트럼(continuous spectrum)이라는 견해를 받아들인 이유는?

1990년대를 통틀어, 연구자들의 바람은 자폐증에 기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2003년 인간지놈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많은 연구들은 자폐증 유전자 목록(autism genes)을 작성하는 데 전념했다(참고 4). 그들은 수백 개의 유전자를 발견했지만, 그중에서 자폐증과 배타적으로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하여 'DSM-IV에 명시된 다섯 가지 질환의 유전적 원인과 그에 상응하는 치료법을 발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폐증을 - 경증부터 중증까지 아우르는 - 포괄적 진단(all-inclusive diagnosis)으로 기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상이한 주(州)와 클리닉에 속한 의사들이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PDD-NOS라는 진단을 내리는 과정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점차 증가했다(참고 5). 2000년대에 자폐증 유병률이 급증했는데(참고 6), 이는 임상의들이 간혹 보호자들의 로비에 휘둘렸음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보호자들은 '개인적인 호불호'와 '각 주(州)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 때문에 특정 진단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발간된 DSM-5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라는 용어를 도입했다(참고 7). 이 진단명의 특징은 '유아기에 나타나는 두 가지 그룹의 소견'으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상호간의 사회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장애(persistent impairment in reciprocal social communication and social interaction)'이고, 다른 하나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패턴(restricted, repetitive patterns of behavior, 참고 8)'이다. 이러한 소견에는 특이적인 행동들이 포함되었고, 의사들에게 그중 몇 가지 이상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DSM-5는 아스퍼거증후군, PDD-NOS, 고전적인 자폐증을 폐지했지만, 언어장애와 사회적 장애만 나타내는 어린이들을 포함하기 위해 사회적의사소통장애(social communication disorder)라는 진단명을 신설했다(참고 9). 그리고 소화기붕괴성장애와 레트증후군은 자폐증 범주에서 제외되었다(참고 10).

6. DSM-5가 수많은 우려와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2013년 DSM-5가 발간되기 전부터, 많은 자폐증 환자와 보호자 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참고 11). 자신들의 진단명이 편람에서 사라질 경우, 복지혜택이나 보험급여를 받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참고 12).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진단받았던 사람들은 '진단명이 사라지는 것'과 '정체성 상실'을 동일시하며, "원인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덕분에 소속감도 가질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전문가들 중에는 'DSM-5의 까다로운 진단기준'을 문제 삼으며, "경미한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거나, 급증하는 유병률을 충분히 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로부터 5년 후, DSM-5가 이미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감소시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경미한 환자, 소녀들, 나이든 환자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DSM-IV에 비해) 늘어났다'는 증거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7. DSM의 대안(代案)은?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국제질병분류(ICD: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를 사용하고 있다(참고 13). 1990년대에 발간되어 현재 10판에 이른 국제질병분류편람(참고 14)은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레트증후군, CDD, PDD-NOS를 "전반발달장애"라는 섹션에 포함하는 등, DSM-IV와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8. 자폐증 진단의 미래 전망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폐증을 연속 스펙트럼 질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DSM을 개정할 계획이 없지만, 2018년에 출간될 예정인 ICD-11의 초안에 나오는 용어들을 살펴보면 DSM-5의 기준을 답습하고 있다(참고 15). ICD-11에서는 자폐증의 기준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별도의 섹션으로 옮겼다.

ICD-11은 DSM-5와 여러 가지 핵심척인 측면에서 다르다. 특정한 소견의 개수를 요구하는 대신, 식별용 소견(identifying feature)들을 나열하고, 환자의 특성이 소견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임상의의 판단에 맡긴다. ICD는 글로벌 사용을 염두에 둔 것이므로, DSM-5보다 광범위하고 문화적 특이성이 낮은 기준을 제시한다. 예컨대,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의 '종류'보다는 '엄격한 게임규칙의 준수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ICD-11은 '지적 장애를 동반하는 자폐증과 '지적 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자폐증'을 구분하며, 여성과 나이든 개인 들은 간혹 자폐 특성을 은폐한다는 점을 강조한다(참고 16).

※ 참고문헌
1. https://spectrumnews.org/opinion/viewpoint/leo-kanners-1943-paper-on-autism/
2. https://spectrumnews.org/wiki/asperger-syndrome/
3. https://spectrumnews.org/features/deep-dive/the-most-terrifying-childhood-condition-youve-never-heard-of/
4. https://spectrumnews.org/news/autism-genetics-explained/
5. https://spectrumnews.org/news/autism-tests-struggle-to-balance-accuracy-and-speed/
6. https://spectrumnews.org/news/autism-rates-united-states-explained/
7. https://spectrumnews.org/opinion/dsm-5-redefines-autism/
8. https://spectrumnews.org/wiki/repetitive-behavior/
9. https://spectrumnews.org/opinion/social-language-lapses-hint-at-syndrome-distinct-from-autism/
10. https://spectrumnews.org/news/reclassification-of-rett-syndrome-diagnosis-stirs-concerns/
11. https://spectrumnews.org/news/analysis-of-new-diagnostic-criteria-for-autism-sparks-debate/
12. https://spectrumnews.org/opinion/service-impact/
13. http://www.who.int/classifications/icd/en/
14. http://apps.who.int/classifications/icd10/browse/2016/en
15. https://spectrumnews.org/news/new-global-diagnostic-manual-mirrors-u-s-autism-criteria/
16. https://spectrumnews.org/features/deep-dive/costs-camouflaging-autism/

※ 출처: Spectrum  https://www.spectrumnews.org/news/evolution-autism-diagnosis-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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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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