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렐린 수용체의 내인성 길항제 LEAP2 발견
그렐린(ghrelin)은 위(胃)에서 분비되는 식욕자극호르몬으로, GHSR(growth hormone secretagogue receptor)의 리간드로서 발견되었다. 그렐린은 GHSR을 경유하여 성장호르몬(GH)의 분비를 자극하는데, 이는 기아로 인한 저혈당을 방지하기 위해 진화한 기능이다.
지금껏 그렐린에 의해 매개되는 생물학은 매우 상세히 기술되었지만, 그렐린의 작용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에서, GHSR의 내인성 길항제인 LEAP2(liver-expressed antimicrobial peptide 2)를 발견했다. LAEP2는 포식(fed state) 시에 간과 소장에서 분비되며, 공복(caloric restriction) 시에는 분비가 억제된다. |
과학자들은 한때 '공복 호르몬(hunger hormone)'으로 알려진 그렐린(ghrelin)이 비만 예방의 핵심이 될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그렐린은 체중감량의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제 그렐린의 효과를 차단하는 천연 호르몬이 최초로 발견되어, 당뇨병과 식욕부진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 새 길을 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비만대사 수술(bariatric surgery: 고도 비만 및 관련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위의 크기를 제한하거나 위에서 소장으로 우회로를 만드는 각종 수술법; 참고 1)의 이점 중 일부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매우 인상적이다. 나는 그 임상적 영향이 상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더블린 대학교의 비만대사수술 전문의인 캐럴 리룩스 박사는 말했다.
약 20년 전 연구자들이 그렐린을 발견하고 '공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은 '인간의 식욕을 늘리는 것 같다'는 초기 연구결과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마우스의 그렐린을 차단해도 음식물 섭취를 줄이거나 체중감량을 촉진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렐린은 인간의 대사에 다양한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그렐린은 근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여, 이에 자극받은 과학자은 그렐린을 모방하는 약물이 (암 환자들이 종종 겪는) 근육 퇴화 및 악화를 상쇄하는지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그렐린 차단 화합물을 찾기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주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NGM 바이오파마슈티컬스의 연구자들은 비만대사수술이 대사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그들은 비만 마우스를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의 일종인 위소매절제술(vertical sleeve gastrectomy)을 통해 위의 대부분을 제거했다. 그리고는 수술 후에 어떤 유전자들의 활성이 증감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LEAP2(liver-expressed antimicrobial peptide 2)라는 펩타이드의 생산량이 5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12월 7일 《Cell Metabolism》에 실렸다(참고 2).
(1) LEAP2는 위(胃)가 아니라 간과 소장에서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역할은 분명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LEAP2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그것이 인간의 수용체단백질들을 자극하거나 차단하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LEAP2는 그렐린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그렐린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 다음으로, 연구진은 LEAP2가 생체 내에서도 그렐린을 차단하는지 궁금했다. 그렐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음식물의 섭취가 부족할 때 혈당의 급락을 방지하는 것인데, 그 메커니즘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함으로써 포도당 합성을 촉발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굶주린 마우스에게 LEAP2를 주입하자, 예상했던 대로 혈당상승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마우스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LEAP2 생산량을 3배 증가시켜봤다. 그로부터 1주일 후 극단적인 저칼로리 먹이를 공급하자, GM 마우스는 혈당이 극적으로 저하되어 극단적으로 쇠약해졌다. "그들은 먹이를 줘도, 다가와서 먹을 힘조차 없었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 쉐카이 거 박사(세포생물학, 現 UC 머세드)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LEAP2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그렐린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임을 밝혔다. 'LEAP2를 겨냥함으로써 비만, 식욕부진, 당뇨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지'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제프리 지그먼 박사(내분비학)는 말했다.
리룩스 박사는 LEAP2를 이용하여 비만과 싸우는 방법을 한 가지 제시했다. "체중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은 종종 식욕증가로 인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데, 이는 아마도 그렐린 농도가 반사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LEAP2(또는 그와 유사한 분자)를 사용하면, 체중감량에 수반되는 공복감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듀크 의대의 제니 통 박사(내분비학)는 "비만이나 당뇨병에서 그렐린이 수행하는 역할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므로, 현재로서는 LEAP2를 이용한 비만이나 당뇨병 치료를 언급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번 연구가 그렐린의 기능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렐린 시스템을 조작하는 도구를 하나 얻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myboard/read.php?Board=news&id=247633 2. http://www.cell.com/cell-met…/fulltext/S1550-4131(17)30630-7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12/gut-molecule-blocks-hunger-hormone-may-spur-new-treat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