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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20회> 양성자치료(2) ; 전(煎)을 부쳐야 하는 이유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7-10-10)


<새우전과 동태전1)>

지난 회와 마찬가지로, 암 치료를 위한, X선 등의 전자기파와 양성자 등의 입자를 이용하는 두 종류 방사선치료법의 차이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양성자치료를 위해서는 양성자 빔을 방출하는 사이클로트론이라는 가속기를 비롯한 대규모 부대시설이 필요하다(일반인은 보통 환자가 눕는 치료기가 있는 작은 방안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실제 암환자의 몸 안에 양성자를 쪼이기 전까지 수차례의 모의치료와 컴퓨터를 이용한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몇 단계에 걸친 사전작업 과정이 필요하다2). 물론 X선 방사선 치료법도 암 덩어리에 최대량의 방사선을 주기 위해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 치료계획을 수립한다3)고는 하지만 양성자 치료와 단순비교를 해 볼 때 소규모 시설에, 간단한 사전작업을 거친다.

이번 추석명절에도 어김없이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반가운 인사는 잠시. 어머니께서는 곧바로 전을 부치라 신다(몇 년 전부터 명절전날 전 부치는 일은 우리 부부의 일이 되어 버렸다). 올해는 새로운 재료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우가 등장했다. 벌초 다녀오시다가 유명한 곳 들러 사오셨단다. 작년엔 웬 굴을 그렇게 많이 준비하시더니... 어느 해엔가는 인삼도 부쳐봤다^^;; 어머니는 기본적으로 고구마, 호박, 동태에, 지루함을 덜도록(?) 해마다 특별 재료를 추가로 준비하신다. 여하튼... 누군가 그랬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고-,.-

(X선 치료법처럼) 싱싱한 새우는 껍질만 까서 날로 먹거나, 푹 쪄서 먹으면 간편하고 좋다. 그러나 (양성자 치료법처럼) 새우전을 만들어 먹기 위해서는 상당한 설비(?)와 몇 단계에 걸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설비라 함은 휴대용 가스버너에 부탄가스(반드시 여분의 부탄가스가 필요하다. 전 부치는 일은 금방 끝나지 않는다), 식용유, 뒤집개 등을 말한다. 몇 단계에 걸친 준비과정도 필수다. 어머니는 이미 1단계 작업인 새우 손질(일일이 껍질은 물론이요, 머리를 따고 내장 제거를 위해 등도 따야 한다!)과 2단계 작업인 치자물을 준비해 놓으셨다(어머니는 전을 부칠 때 항상 몸에 좋고 예쁜 노란색을 낸다는 치자물을 이용하신다. 전을 부치다 보면 그 노란색에 질려 별로 안 예쁘다^^;;). 마지막 3단계로 새우를 부침가루에 묻혀 치자물에 담궈 기름 듬뿍 있는 프라이팬에 올리면 된다. 앞뒤로 차분히 바삭바삭해질 때까지 익혀야 한다(꾀를 부리느라 금방 꺼내면 어디선가 다시 더 익히라는 엄한 명령이 떨어진다^^;;).

올해도 꼬박 반나절 아내와 함께 2인 1조가 되어, 아내가 힘들어하는지 두루 눈치를 살피며, 전 부치는 과업을 무사히(?) 마쳤다. 작년에 고향 다녀오는 자식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모님이 싸준 음식들을 다 버리고 간다는 뉴스를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그런지, 올해는 어머니가 전이랑 음식들 싸가란 말씀을 안 하신다. 그래서 송편만 조금 싸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돌아와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다.

전은 기본적으로 혼자 먹기 위한 음식이 아니다. 그 어떤 음식보다도 누군가에게 주고자 하는 목적을 뚜렷이 담고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을 부칠 때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훈훈하다. 전을 부쳐서 훈훈한 것인지, 훈훈한 마음에 전이 부쳐지는 것인지 헷갈리긴 하다^^

긴 연휴 덕에 여유 있게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아이 캔 스피크’를 보았다. 주인공 옥분 할머니(나문희)가 명절을 맞아 생선전(분명 내가 며칠 전 부친 동태전과 생김새가 똑 같았다!)을 부쳐 아들 손자뻘 되는 박민재(이제훈)와 동생(성유빈)에게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옥분 할머니의 따뜻한 모습은 나의 어머니와 똑같다(전 부치는 일을 아들내외에게 시키는 것만 빼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런 영화를 보면 별 장면 아닌데도 자꾸 주책없이 눈물이 나온다. 큼큼...

최첨단 과학을 이용한 양성자 치료법을 전 부치기에 빗대어서 죄송스럽긴 하지만, 긴 연휴 중에도 양성자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아암환자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치료를 준비하고 시행한 의료진들이 있다면, 마음으로나마 내가 정성스럽게 부친 새우전을 드리고 싶다.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의료진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전 보다 더 영양가 있는, 양성자를 받았으니 금방 쾌유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 땅의 모든 소아암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파이팅~!

 

 

※ 출처
1) 중1 둘째 딸아이가 그린 그림
2) http://ncc.re.kr/main.ncc?uri=proton_therapy03
3) http://ncc.re.kr/main.ncc?uri=proton_radiat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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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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