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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19회> 양성자치료(1) ; 브래그 피크, 우선 힘을 뺄 것!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17-09-26)



 <양성자(Proton, 빨간색)와 X선(Photon, 분홍색)이 인체조직에 전달하는 에너지 전달 패턴 비교1),
; 빨간색 커브의 오른쪽 제일 높은 부위가 브래그 피크(Bragg Peak)>

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방법은, 외과적 수술, 항암제를 이용하는 화학요법 및 방사선치료이다. 방사선치료는 또다시 X선 등을 이용하는 전자기파 방사선치료와 양성자 등을 이용하는 입자 방사선치료로 나눌 수 있다. 입자 방사선치료가 전자기파 방사선치료에 비해 여러 면에서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체조직에 전달하는 에너지 전달 패턴의 차이 때문이다. 전하와 질량이 없는 X선(분홍색)은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상당량의 에너지를 몸의 표면 근처 정상조직에 전달해 버림으로써, 정상조직에 불필요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전하와 질량을 가지고 있는 양성자(빨간색)는 속도(광속의 60%정도까지)를 가하여 인체에 쪼여주면 앞쪽 정상조직엔 소량의 방사선이 노출되고 암세포에 도달하는 순간 브래그 피크를 형성, 막대한 에너지를 전달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암 치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2)

운동 삼아 생활체육으로 탁구를 배운지 대략 10개월이 됐다. 레슨을 받으며 거울보고  혼자 자세연습 3개월, 공 튀어나오는 기계와 함께 3개월, 서브연습 3개월, 지루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 클럽 회원들과 함께 게임하기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다(그 전에는 회원들이 피해 다녀서 함께 게임을 할 수 없었다^^;;).

탁구 레슨을 받을 때 코치로부터 제일 많이 지적 받으며 듣는 말이 바로 ‘힘 좀 빼세요’ 이다. 나는 왜 힘을 못 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평소 내가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나? 잘못된 자세가 문제인가? 그래서 지난번에 어깨 통증이 와서 물리치료까지 받은 건가? 사무직이라 컴퓨터 자판을 너무 오래 쳐서 그런가? 그럼 직업병? 집안 청소할 때 물걸레질을 너무 힘주어 해서 그런가? 그래, 밀 땐 힘주고 당길 땐 힘을 뺏어야 했어ㅜㅜ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처음부터 다 써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가 딱 맞는 타이밍에 에너지를 발산하는 양성자처럼, 탁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어깨 힘으로 들이대며 라켓을 쭉 휘두르지 말고, 힘을 빼고 그 힘을 간직하고 있다가 공이 딱 맞는 위치에 다가왔을 때, 라켓을 내밀며 힘(에너지)을 발산해야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이틀 레슨 받고 금방 실력이 늘 줄 알았으나, 왜 이리 더디 느는지, 또 아내와 함께 랠리를 하다가 잘 안 되면 왜 그리 짜증이 나는지(아내가 화가 나서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 서너 번... 정말 힘들게 고비를 넘기며 여기까지 왔다)... 도무지 실력에 진전이 없을 때는, ‘역시 운동은 젊어서 배워야지’, ‘나이 들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라고 합리화하며 여러 번 그만두려했다. 그 위기를 넘기고 돌아보니(사실 아직도  미약한 실력이라 여전히 갈 길이 멀었지만^^;;) 이 역시도 힘을 빼고 기다리지 못한 것이다. 실력에 진전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조금씩 늘고 있었는데 빨리 피크를 봤으면 하는 조바심의 발로였던 것이다.

공부와 운동은 계단식으로 그 실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일정기간 지루한 투자의 시간이 있어야 어느 순간 갑자기 점프를 하게 되는 것. 여기에 브래그 피크 이론을 접목하면, 투자의 결실인 점프를 이뤘다고 해서 계속 들떠 설치지 말고 바로 또 힘을 빼야한다. 그래야 그 다음에 또 다른 준비기를 거쳐, 더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 목련 몇 그루가 있다. 오랫동안 지나다니며 그 목련나무를 봐왔지만, 봄에 일찍 꽃을 피워 금방 떨어트리는 줄만 알았지, 열매가 있는 줄은 몰랐다. 얼마 전 책3)을 읽다가 모든 나무엔 열매가 있다기에 유심히 살펴보니, 정말 기다랗고 빨간 열매가 있었다. 그동안 이 나무를 수없이 보며 지나쳤지만 진짜로 본 것이 아니었다. 목련나무는 평소엔 힘을 빼고 있다가 때가 되면 힘(에너지)을 발산하여 꽃을 피우고, 잎을 내고, 열매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군자처럼4) 제 때에 맞춰 자기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목련나무였던 것이다!

5)

이제 곧 추석명절 긴 연휴가 시작된다. 힘을 빼기에 좋은 기회다. 9개월 동안 충실히  살았고 풍성한 가을 열매들처럼 나도 무언가 수확할 것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올해가 아니면 내년에 거두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힘을 빼고 이 가을의 쓸쓸함을 달래본다.

그러나저러나 탁구 실력은 언제 느나...


※ 참고문헌
1)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2/BraggPeak.png
2) https://synapse.koreamed.org/Synapse/Data/PDFData/0119JKMA/jkma-51-638.pdf
3) ‘나무철학’(강판권, 글항아리)
4) 논어, 학이(學而)편
5) 2017. 9. 21 오후에 촬영한 목련나무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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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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