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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연속기고-11] 삼류가 일류를 흉내내다
Bio통신원(김우재)
한국창조과학회는 재벌, 보수기독교, 보수언론이라는 권력의 비호 속에 1981년 카이스트 김영길 재료공학과 교수의 주도 아래 탄생했다.1 이후 36년 동안 이들은 역경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세력을 넓혀왔다. 오직 신앙의 이름으로만 가능한 순례의 길이다. 한국창조과학회는 공주지부를 필두로 16개의 국내 지부와, 3개의 미주지부, 1개의 인도네시아 지부와 1개의 일본 지부를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려 91개의 교회가 학회를 후원하고 있는데2, 서울의 온누리교회나 소망교회 같은 유명한 보수개신교회들을 포함하고 있다. 개신교의 전도활동으로 이해하기에도 상당히 큰 조직인데다, 매년 개최되는 전국학술대회엔 수천명의 신자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국립대에서조차 진화생물학 교과목이 사라지는, 진화생물학을 실제로 연구하는 연구자의 수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창조과학회의 성장이야말로 민간의 주도로 한 분야의 학문이 얼마나 크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혁신의 사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부의 후원 없이 하나의 학회가 이처럼 큰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건, 모든 걸 떠나서 정말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건, 이렇게 꾸준히 이어져온 신학을 가장한 과학학술활동이, 언젠가부터 조직화되고 체계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양승훈이라는 전직 경북대 물리학과의 교수가 있다.
2008년 젊은 지구설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한국창조과학회에서 제명당한 양승훈 교수는 한 매체에 실은 글을 통해, 자신의 결혼 예정일까지 앞당겨가며 창조과학회 창립총회를 준비했던 자신을 제명한 창조과학회를 맹렬하게 비난한다.3 2008년 그가 ‘창조론오픈포럼’4 을 통해 주장했던 다중격변 창조론이 창조과학회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것이 제명의 주된 이유였다. 양승훈 교수가 주장하는 다중격변 창조론이란 지구의 나이가, 심지어, 6000년보다 훨씬 오래 되었을 수 있으며, 노아의 홍수 이전, 인류가 창조되기 전에도 여러 차례 전 지구적 격변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마치 자신의 주장이 한국창조과학회보다 더 과학적인것처럼 주장하며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요 16:13). 우리 모두 이 약속의 말씀을 믿고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엡 4:15) 자라가기를 소원합니다.”라는 말로 글을 마친다.
현재 그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이라는5 교육기관의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여전히 ‘창조론오픈포럼’에6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다. 양승훈 교수가 창조과학회에서 탄압받고 자신의 교육기관과 학술지를 통해 지적설계론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마도 양승훈 교수 정도가 한국인 창조과학자들 중에서 그나마 학술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학자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양승훈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창조론오픈포럼과 VIEW의 허술함에 대한 지적은, 한국창조과학회를 굳이 비판할 필요 없이, 이 한국형 창조론운동’들’의 수준을 드러내는 좋은 시도가 될 듯 싶다.
첫째, 양승훈 교수의 활동은 철저히 ‘신학’이라는 학문적 테두리에 놓여 있다. 그는 물리학 교수로의 전공을 내세워 마치 자신이 창조과학회보다 더 과학적으로 우월한 듯 내세우지만, 단 한번도 그의 창조론을 전세계 과학자들이 읽을 수 있는 영어로 된 학술지에 낸 적이 없다. 양승훈 교수가 주도한 ‘창조론오픈포럼’은 일년에 두 번 발행되는 학술지로, DBpia에는 ‘종교>기독교>기독교, 조직신학’ 혹은 ‘인문학>종교학>기타종교학’으로 등재되어 있는 분명한 신학 관련 학술지다. 그가 세운 VIEW는 기독학술교육동역회 (DEW)가 1997년 양승훈 교수를 캐나다로 파견, 1998년 트리니티웨스턴대학(Trinity Western University)의 ACTS 신학대학원과 기독교세계관문학석사과정(MACS-WSK)을 개설하면서 시작된 분명한 신학대학원이다. 그의 주활동 무대는 신학자들이 연구하는 분야이며, 그의 주요 학술활동은 한글로 된 단 하나의 종교학 혹은 인문학 학술지 ‘창조론오픈포럼’이다. 그는 과학이 아니라 신학을 연구중이다.
둘째, 그는 마치 다중격변설을 주장하며 창조과학회를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여전히 그의 주장들은 창조과학회와 거의 동일하다. 예를 들어, 그가 최근 창조론오픈포럼에 발표한 논문 ’98.5%라는 착각 -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학적 차이의 비교’를 살펴보자.7 이 논문은 생물학을 전공한 학자가 읽지 않으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 논리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적어도 그의 글은 근거를 취사선택할지언정 논증의 기초는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치 기존 학설인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학적 차이 98.5%를 과학적으로 비판하는듯 보이는 이 논문은, 2017년에 쓰여졌으면서도 최근의 논문들을 전혀 인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12년에 보노보 침팬지의 유전체가 해독되면서 다시 한번 확인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학적 유사성은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8 또한 이 글은 하나의 학술지를 계속 인용하는데 그 학술지는 ’Answers Research Journal’이라는 이름의 창조과학 학술지다. 일반인이 보기엔 그럴듯한 온라인 학술지처럼 보이는 이 곳은 이미 사이비과학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과학자들은 진지하게 고려조차 하지 않는 논의들이 오가는 곳이다.9 요약하자면, 창조과학회를 뛰쳐나가 마치 좀더 과학적인 듯 활동하는 양승훈 교수의 논문조차, 과학자의 논문이 갖춰야할 기본중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삼류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양승훈 교수와 창조론오픈포럼, 그리고 VIEW의 활동을 보면서 느낀 점 한가지를 말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그들은 비겁하다. 첫째, 외부자들의 눈에는 신학자인냥 포장을 해두고, 그들은 사이비과학을 설파하고 있다. 그들은 과학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는 열린 광장으로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발표하고 비판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만’ 황당한 주장을 마치 학술적인냥 내놓고 있는 셈이다. 둘째, 이들이 사이비학술활동을 하는 방식은 더 비겁하다. 창조론오픈포럼은 한국학술지이고 한글로 된 논문들만 존재하지만, 이들은 제목과 초록의 일부만 영어로 바꾸는 방식으로 마치 국제학술지인냥 이미지를 포장하고 있다. 셋째, 이런 방식이 정말 비열한 이유는, 그들의 과학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주장들이 과학의 언어인 영어로 열린 토론에 노출되지 않고, 폐쇄된 자기들만의 잔칭 머문다는 점이다. 소통하지 않는 과학은 모두 사이비다.
한국의 창조과학자들 중에서, 가장 진화했다는 학자조차, 이런 사이비의 면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양승훈 교수가 그의 침팬지 논문을 영어로 작성해서 제대로 된 생물학 국제 학술지에 싣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의 ‘창조과학자’로서의 업적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겠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말이다.
김우재, 급진적 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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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창조과학회 웹사이트에는 자세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필자의 한겨레 칼럼도 참고할 것.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3172.html
2 절은 물론 성당도 없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창조과학회 운동은 기독교 신앙인들의 왜곡된 전도활동의 일종이다.
3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825
4 https://www.dbpia.co.kr/Publication/PLCT00002091
5 http://www.view.edu
6 굳이 시간을 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발행되고 있는 이 학술지의 저자 숫자를 세어보지 못했다. 양승훈 교수와 조덕영 교수가 주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군가 한번 도대체 이 학술지에 저자로 글을 발표한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세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그런 일을 하기엔 시간이 좀 아까운 건 사실이다.
7 https://www.dbpia.co.kr/Journal/.......=1&PageSize=20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창조론오픈포럼의 유사 논문들은 제목과 초록, 그것도 한글초록보다 훨씬 짧은 양의 초록만이 영어다. 이는 착시효과를 주는데, 이 학술지는 한글학술지다.
8 Prüfer, Kay, et al. "The bonobo genome compared with the chimpanzee and human genomes." Nature 486.7404 (2012): 527.
9 예를 들어 다음의 문장을 보라. Answers Research Journal. Answers Research Journal (ARJ; ISSN 19379056) is a "peer-reviewed" creation "science" pseudojournal published by Answers in Genesis (AiG). ARJ features pseudohistory, bad philosophy, and Biblical literalist analysis pieces, but not much in the way of science. https://rationalwiki.org/wiki/Answers_Research_Journal 네이처지는 이미 이 저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Brumfiel, Geoff. "Creationists launch 'science' journal." (2008): 382-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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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과학은 개발독재 시대, 경제논리에 밀려 과학의 정신이 뿌리내릴 기회조차 없이 대학과 연구소에 자리잡았다. 과정의 합리성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고자 하는 과학정신의 부재는, 한국 과학의 산실이라는 카이스트부터 대부분의 주류 대학들에서 버젓히 창조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들과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의 탄생을 막지 못했다. 지난 몇 번의 정권을 거치며 우리는 창조과학이 한국사회의 주류로 진입하려는 모습을 목도 중이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청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정을 통해, 창조과학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 이 사이비과학 집단에 맞서 한국 과학의 건강성을 담보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일은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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