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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간 녹아웃: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생명과학 양병찬 (2017-04-13)

파키스탄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는 유전자’가 1,300개 밝혀졌다. 이는 일부 신약의 임상시험 실패원인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http://www.cell.com/trends/genetics/abstract/S0168-9525(14)00193-0

특정 유전자가 마우스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고 싶을 때, 과학자들은 해당 유전자를 녹아웃(knockout)시킨다. 인간의 경우에는 그런 시험이 불가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녹아웃인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서, 하나 이상의 유전자를 갖지 않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참고 1). 이제 10,500명의 파키스탄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300개 이상의 유전자를 갖지 않아도 특별한 의학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어떤 신약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하고 어떤 신약은 성공하는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외견상 건강한 인간 녹아웃을 찾는 연구'의 최신판이다. 지금껏 아이슬란드인(참고 2)과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그런 연구가 행해진 적이 몇 번 있었다. "인간지놈프로젝트에서는 18,000개의 인간유전자 목록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의도는 '그중에서 특정 유전자가 누락되면 어떤 생물학적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이번 연구를 공동으로 지휘한 브로드연구소의 세카 캐써레산 박사(심장병 유전학)는 말했다.

파키스탄인들은 종종 사촌과 결혼하는데, 이럴 경우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양친이 모두 자녀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 이때 해당 유전자가 성염색체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녀에게 전달된 한 쌍의 유전자는 완전히 녹아웃(full knockout)되어 불능화될 수밖에 없다. 캐써레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파키스탄인 10,503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심장병 및 당뇨병 연구」를 수행하던 중, 그들의 DNA를 시퀀싱해 봤다. 그랬더니 1,317개의 유전자가 완전히 녹아웃되어 있는 게 아닌가! 다음으로, 연구진은 그런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하여, 200개의 임상적 생체지표(예: 콜레스테롤)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일곱 개의 유전자가 불능화된 사람 두 명에게서 몇 가지 생체지표의 이상(예: 인슐린의 혈중농도 저하)이 감지되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4월 12일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3).

이번 연구의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Lp-PLA2라는 효소의 유전자변이는 동맥 플라크(arterial plaque)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액 속에 Lp-PLA2가 많이 존재하면 심장마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제약회사들은 이미 수십억 달러를 들여 「Lp-PLA2 차단제(Lp-PLA2-blocking drug)」를 개발해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Lp-PLA2 유전자가 하나 이상 결핍된 파키스탄인들은 해당 약물을 복용해도 심장병 위험이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p-PLA2 차단제」가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이유'를 밝힌 다른 유전자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참고 4).

한편 연구진은 또 하나의 심장병치료제 표적인 ApoC-III에 대한 긍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ApoC-III는 트리글리세라이드(일명 중성지방)에 대한 대사능력을 제한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참고 5). 캐써레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APCO3 유전자 하나가 결핍된 사람들을 연구해 봤지만, 최근 4년간 한 쌍이 모두 결핍된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미국인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번에 열한 명으로 이루어진 파키스탄인 가족을 발견했는데, 양친과 자녀 아홉 명이 모두 APCO3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가족 구성원들에게 '지방이 가득 든 밀크세이크'를 먹게 했더니, 그들의 혈중 지질농도가 별로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들의 동맥에 지방이 별로 축적되지 않아 심장마비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 가족은 외관상 완벽하게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현재 실시되고 있는 「ApoC-III 차단체(ApoC-III–blocking drug)」의 임상시험에 청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ApoC-III 차단체」는 궁극적으로 다른 심장병 예방제와 쌍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참고 6), 그 역시 'PCSK9라는 유전자가 결핍되어도 건강한 여성'에게서 힌트를 얻어 개발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특정 녹아웃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한 최초의 연구다. 특정 유전자가 녹아웃된 사람들은 매우 드물므로, 우리는 좀 더 많은 사례들을 수집하고 싶어 한다"라고 영국 퀸메리대학교의 데이비드 반 힐 박사(인간유전학)는 말했다. 그는 작년에 영국계 파키스탄인의 녹아웃에 대한 소규모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참고 7). 연구진에 의하면, 약 20만 명의 파키스탄인들을 조사하면 약 8,700개 유전자의 녹아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중에는 초기 발생과정에 필수적이어서 인간 녹아웃이 탄생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한다.

캐써레산 박사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은 "인간녹아웃프로젝트(Human Knockout Project)를 출범시켜, 여러 프로젝트와 대규모 집단연구들의 결과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브로드연구소의 대니얼 매카서 박사는 조만간 EXAC라는 대규모 인간유전체컬렉션(참고 8)에서 나오는 녹아웃 유전자를 포함하는 인간녹아웃프로젝트의 원형(prototype)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의 궁극적인 계획은, 학계의 연구자들과 제약회사들이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개인들을 섭외하여,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 참고문헌
1. /myboard/read.php?Board=news&id=252217
2. http://www.sciencemag.org/news/2015/03/one-thousand-genes-you-could-live-without
3. http://www.nature.com/articles/doi:10.1038/nature22034
4.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6/160615102425.htm
5. http://www.sciencemag.org/news/2013/10/why-lucky-few-can-eat-their-hearts-content
6. http://blogs.sciencemag.org/pipeline/archives/2017/03/20/what-pcsk9-is-telling-us-about-drug-discovery
7.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3/human-knockouts-reveal-genes-we-don-t-need
8. http://www.nature.com/news/a-radical-revision-of-human-genetics-1.20779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7/04/human-knockouts-may-reveal-why-some-drugs-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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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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