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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세계 최초의 '세 부모 아기', 미국인이지만 멕시코에서 태어나
생명과학 양병찬 (2016-09-29)

치명적인 유전질환을 회피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논란많은 유전학 기술'을 이용하여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술은 시험관아기(IVF)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을 넘어, 유전적인 부모가 셋 이라는 문제 때문에 악명이 높기도 하다. 문제의 아기는 이미 5개월 전에 태어났으며, 한 뉴욕의 출산 전문가는 멕시코에서 수술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실험적 절차(experimental procedure)의 승인을 거부해 온 반면, 멕시코는 미국보다 인간배아조작에 대한 법령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세부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스토리를 처음으로 발표한 <뉴사이언티스트>는 뉴욕 새희망출산센터(New Hope Fertility Center)의 출산 전문가인 존 장 박사가 신생아를 품에 안고 웃으며,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진을 공개했다(참고 1). 아기의 부모(결혼)는 두 아기를 미토콘드리아병(mitochondrial disease)으로 잃은 경험이 있는데, 미토콘드리아병이란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결함 때문에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아기들은 어머니에게서만 미토콘드리아 DNA를 물려받으므로, 어머니가 미토콘드리아 DNA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참고】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장 박사와 아기의 사진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장 박사와 아기의 사진

장 박사는 방추핵이식(spindle nuclear transfer)이라는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다섯 개의 인간배아를 만든 것으로 보도되었다. 즉, 그는 어머니의 난자에서 핵(세포의 DNA 덩어리)을 제거한 다음, 그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 기증자의 세포에 삽입했다. 그 결과 난자에는 '건강한 기증자의 미토콘드리아 DNA'와 '친모의 핵 DNA'가 공존하게 되었다. 기증자의 난자 다섯 개는 이런 식으로 처리된 다음, 아버지의 정자와 수정되었다. 그런데 다섯 개의 배아 중 하나만 염색체 개수가 정상인 것으로 밝혀져, 그것이 어머니의 자궁에 이식되었다.

【참고】 세 부모 아기(미토콘드리아대체)의 2가지 방법 비교

(1) 전핵이식(pronuclear transfer): ① 환자(mtDNA에 돌연변이를 지닌 여성)로부터 난자를 채취하여, 체외수정(IVF)을 한다. ② IVF 결과 생성된 수정란에서 전핵(pronuclei)을 꺼낸다. ③ 환자의 전핵을 (전핵이 제거된) 기증자의 수정란에 이식한다. ④ 융합된 난자는 배아를 형성한다.

(2) 방추핵이식(spindle nuclear transfer): ① 환자의 미수정란에서 방추체(spindle)를 꺼낸다. ② 환자의 방추체를 (방추체가 제거된) 기증자의 미수정란에 이식한다. ③ IVF를 이용하여 융합된 미수정란을 수정시킨다. ④ IVF 결과 생성된 수정란은 배아를 형성한다.
세 부모 아기미토콘드리아대체의 2가지 방법 비교

※ 출처: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45113

오늘 장 박사는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새희망출산센터의 마케팅 담당자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장 박사가 이번 사건을 언론에 보도하게 된 경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아기가 최소한의 감독을 받는 상황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뉴사이언티스트>의 보도 외에, 현재 입수 가능한 정보는 조만간 발간될 《Fertility and Sterility》에 실린 초록이 전부다(참고 2). 여기에는 오는 10월 개최되는 미국생식의학협회 회의에서 발표될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 초록에 따르면, 아기는 출생 후 3개월 시점에서 건강하며, 아기의 세포를 검사한 결과 친모의 결함있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1~2%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기는 (두 형제의 목숨을 앗아간) 리증후군(Leigh syndrome; 참고 3)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초록에 적혀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그 일을 했다'는 주장만 제기된 상황이다"라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디터 에글리 박사(줄기세포생물학)는 말했다. 현재 밝혀지지 않은 비밀로는 'IVF 과정에서 어떤 윤리심사를 받았나(초록에는 IRB의 심사를 받았다고 적혀 있지만, 그곳이 멕시코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인지 알 수 없다)', '아기가 탄생한 이후에 어떤 의학적 치료를 받았나', '장 박사의 이번 사례가 정말로 처음인가', '실패한 전례를 보고하지 않은 적은 없나' 등이 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더스코 일릭 박사(줄기세포과학)는 기자들을 위해 발표한 공개적인 논평에서, "이번 사례는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았으며, 다른 과학자들이 자세한 사항을 검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너무 많다. 조만간 검증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왜 멕시코로 갔나?

"뉴욕의 의료진이 멕시코를 선택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그런 실험절차를 시도하거나, 심지어 승인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뉴욕 인간생식센터의 출산전문가 노버트 글레이처 박사는 말했다. "나는 FDA와 회의를 갖고, 미국의 환자들(불임 포함)에게 미토콘드리아 DNA 대체(mitochondrial DNA replacement)를 실시하는 문제를 논의하려고 노력해 왔다(참고 4). 그러나 아직까지 만날 약속을 하지 못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영국은 물론,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위원회도 질병예방을 위한 미토콘드리아대체(mitochondrial replacement) 실시를 원칙적으로 승인한 상태다(참고 5).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의회가 FDA로 하여금 그런 실험적 치료를 일절 승인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규제상황은 불합리하다. 그러다보니, 연구진과 의료진이 궁여지책으로 규제가 허술한 곳으로 장소를 옮겨 실험적 치료를 강행하고 있다. 우리가 그 결과를 지금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라고 글레이처 박사는 말했다.

에글리 박사도 글레이처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 사건의 교훈은 'FDA와 같은 규제기관이 앞장서서 실험적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치료는 수십 년의 연구경험이 있는 미국의 연구진과 의료진이 맡았어야 했다."

장 박사 팀에게 규제에 관해 조언을 제공해왔던 자크 코헨 박사(임상배아학)는, 자신들이 미국의 제한을 피해 멕시코에서 치료를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하며, "멕시코에서 실시했다고 해서 비윤리적이라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에 세포질이식(transfer of cytoplasm) 등의 논란많은 출산실험을 주도했던 인물인데, 세포질이식 역시 '세 부모 자녀'를 탄생시키게 된다.

장 박사의 전력

장 박사는 배아변형기술(embryo modification techniques)의 초보자는 아니다. 그는 2003년에 중국에서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난자의 핵을 교환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단, 그때는 난자가 이미 수정된 상태였다). 그 사건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지만(참고 6), 그에 관한 논문은 지난 달 《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겨우 실렸는데, "30세의 여성이 쌍둥이를 임신하는 데 성공했지만, 태아들이 출생 전에 모두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2009년에는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원의 수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마카크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토콘드리아대체에 성공함으로써 논란을 재점화한 적이 있다. 미탈리포프 박사는 《Science》에 보낸 서한에서,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절망에 빠진 부모가 감시가 소홀한 나라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은 것은 슬픈 현실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의회가 FDA를 가로막아, 미토콘드리아대체 절차를 불허했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 참고문헌:
1.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107219-exclusive-worlds-first-baby-born-with-new-3-parent-technique/
2. http://www.fertstert.org/article/S0015-0282(16)62670-5/fulltext?rss=yes
3.  http://rarediseases.org/rare-diseases/leigh-syndrome/
4. http://www.sciencemag.org/news/2015/03/controversial-fertility-treatments-focus-eggs-power-plants
5.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2/boys-only-panel-endorses-mitochondrial-therapy-says-start-male-embryos; http://www.nature.com/news/us-panel-greenlights-creation-of-male-three-person-embryos-1.19290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69368)
6. http://www.nytimes.com/2003/10/14/us/pregnancy-created-using-egg-nucleus-of-infertile-woman.html?_r=0

※ 출처: 1.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9/unanswered-questions-surround-baby-born-three-parents
2. Nature http://www.nature.com/news/three-parent-baby-claim-raises-hopes-and-ethical-concerns-1.2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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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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