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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이보디보 연구실을 휩쓰는 유전자편집: CRISPR의 기대되는 괴물(hopeful monster)
생명과학 양병찬 (2016-08-18)
CRISPR는 ‘기이한 피조물’의 유전자를 쉽게 변형함으로써, 진화발생생물학의 킬러앱(killer app)이 될 것으로 보인다.


© Wikipedia

1983년 이후 매년 여름이 되면, 젊은 진화발생생물학자들은 매사추세츠 주 우즈홀에 모여, 이보디보(evo-devo) 분야의 트릭들을 연마해 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양생물학연구실에서, 연례적인 배아학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성게와 빗해파리를 해부하고, 상이한 동물에서 유래하는 세포들을 접목한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에는 우즈홀의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열정적인 수강생들은 뭔가 새로운 기법을 배워왔는데, 그건 바로 유전자편집 기술이다.

이보디보란 진화적 적응의 밑바탕에 깔린 발생학적 변화를 설명하려고 애쓰는 분야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유전자편집 기술인 CRISPR–Cas9은 이미 생명과학 연구실들을 폭풍처럼 접수했는데(참고 6), 이제 그것도 모자라 이보디보마저도 접수하고 있다.

'역사적인 천이(historic transition)를 초래한 것이 무엇인가?', 예컨대 '물고기는 어떻게 사지가 생겼나?'를 단순히 추론하는 대신, 과학자들은 CRISPR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가설을 직접 검증할 수 있다. 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지느러미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물고기의 유전자들을 잘라낸 다음, 물고기가 '다리를 닮은 신체부위'를 형성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8월 17일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연구자들이 보고한 게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CRISPR를 이용하여, '물고기는 어떻게 다리를 발달시켜 걷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했다(참고 1).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연구자들은 CRISPR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나비는 어떻게 정교한 색각(colour vision)을 진화시켰나', 그리고 '갑각류는 어떻게 집게발을 획득했나'를 설명했다.

"CRISPR는 모든 생물학 분야를 아우르는 혁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보디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CRISPR를 이용하면, 종전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다"라고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아노드 마틴 박사(진화발생생물학)는 말했다.

1. 지느러미는 어떻게 다리가 되었나?

시카고 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이자 발생생물학자인 닐 슈빈 박사는 유전자편집을 이용하여, '물고기 지느러미의 끄트머리(ray)가 어떻게 네발달린 육상 척추동물(tetrapod)의 다리와 손발가락으로 대체되었는지'를 연구했다.

과학자들이 '고대 물고기들이 사지를 발달시켰다'고 알고 있는 동안, 2004년 슈빈이 이끄는 연구진은 그 천이과정의 현행범으로 보이는 3억 7,500만 년 전의 화석을 발견했다(참고 7). 또한 그들은 다리를 '물고기에 등가물이 없는 진화적 신기성(evolutionary novelty)'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느러미살(fin ray)와 다리는 상이한 종류의 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빈에 의하면, 유전자편집이 그의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CRISPR를 이용하여 (hox13 유전자들의 다양한 조합이 결여된) 제브라피시들을 조작했다. 연구진은 이미 ‘hox13 유전자가 지느러미살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 결과, 완전한 다리를 가진 변이체는 하나도 없지만, 일부 변이체들은 '네발동물의 손발가락을 형성하는 뼈'로 구성된 손가락 모양의 지느러미(fingery fin)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고생물학자로서, '두 종류의 뼈가 발생학적·진화학적으로 완전히 무관하다'는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훈련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그런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라고 슈빈 박사는 말했다.

제브라피시는 인기있는 모델생물로, 실험실에서는 그 유전체를 정기적으로 조작한다. 그러나 CRISPR는 슈빈의 연구팀이 수행하는 실험들을 광범위하게 가속화시키고 있다. "다음 단계 실험은, 사지를 얻은 고대 물고기와 매우 비슷한 물고기 종(種)들을 대상으로, hox13 유전자를 녹아웃시키는 것이다"라고 UCSD의 아디트야 삭세나와 킴벌리 쿠퍼 박사(진화발생생물학)는 말했다. 그들은 이번 논문과 함께 《Nature》실린 논평에서(참고 2), "오늘날 우리가 그런 실험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CRISPR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2. 게와 나비를 편집하다

그렇다면 CRISPR의 적용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좀 더 난해한 동물에서는 CRISPR가 작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이유는 거의 없다. CRISPR는 모든 생물에서 보편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고 마틴 박사는 말했다. 마틴 박사는 (이보디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파르히알레 하와이엔시스(Parhyale hawaiensis)라는 해양갑각류에 CRISPR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 《Current Biology》에 기고한 논문에서, 마틴 박사와 UC 버클리의 니팜 파텔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P. hawaiensis의 상이한 Hox 유전자를 불활성화했더니, 더듬이와 집게발 등의 전문화된 부속지 발달이 교란되었다"고 보고했다(참고 3). "만약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한 동물을 성공적으로 사육하여 그 난자에 접근할 수 있다면, 당연히 CRISPR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마틴 박사는 말했다.

"그런 유연성은 이보디보 연구자들에게 중요하다"라고 뉴욕 대학교의 클로드 데스플란 박사(발생신경생물학)는 말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달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CRISPR를 이용하여 호랑나비의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나비의 눈에 있는 광수용체가 초파리 등의 곤충보다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빛을 탐지하는 과정'에 관한 이론을 검증했다”고 보고했다(참고 4). 그의 연구실에서는 유전자편집의 범위를 말벌과 개미로 넓혀가고 있다.

이보디보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CRISPR를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의 활성을 제거하거나 특정 유전자(예: 동물의 발생을 추적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녹색형광단백질 유전자)를 도입하는 데 집중해 왔다(참고 5). 그러나 마틴 박사는 연구자들이 조만간 동물의 DNA 시퀀스를 정확하게 변형하여, 특정 유전적 변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조절 DNA(regulatory DNA)의 시퀀스를 변형할 경우, 유전자의 활성장소와 시점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적응(예: 네발동물의 사지발생) 과정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고대의 과도기적 동물들의 DNA 시퀀스를 과학적으로 추정한 다음, CRISPR를 이용하여 그것을 현생동물의 유전체에 삽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예일 대학교의 바르트-안잔 불라르 박사(고생물학)는 말했다. 불라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작년에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닭의 발생경로를 변형했는데, 그 경로는 수각아목 공룡의 주둥이를 현생조류의 부리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것이었다(참고 8). 그는 이제 CRISPR를 이용하여 그런 실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우즈홀에서 열린 배아학 강의에 참가했던 불라르 박사는, 학생들이 유전자편집 실험에 성공하고, 과학자들이 CRISPR를 이용하여 제브라피시, 갑각류(P. hawaiensis), 개구리, 배고둥, 멍게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을 보고 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CRISPR를 이용하면 모든 게 가능하다. 그것은 진화발생생물학의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잡을 것이다"라고 불라르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Nakamura, T., Gehrke, A. R., Lemberg, J., Szymaszek, J. & Shubin, N. H., “Digits and fin rays share common developmental histories”,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9322 (2016).
2. Saxena, A. & Cooper, K. L. Nature (2016). ;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aop/ncurrent/full/nature19425.html
3. Martin, A. et al. Curr. Biol. 26, 14–26 (2016).
4. Perry, M. et al. Nature 535, 280–284 (2016).
5. Serano, J. M. et al. Dev. Biol. 409, 297–309 (2016).
6. http://www.nature.com/news/crispr-the-disruptor-1.17673
7. http://www.nature.com/news/2006/060403/full/news060403-7.html
8. http://www.nature.com/news/dino-chickens-reveal-how-the-beak-was-born-1.17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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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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