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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신기술] 매일 하루에 2333억개의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 (2)
Bio통신원(땡칠이닥터)
SUMMARY
사람의 적혈구의 경우 매일 2333억 개의 적혈구가 없어지고 또 그 만큼 새로 만들어진다. 적혈구 뿐만 아니라 우리의 피부, 모든 세포들이 줄기세포가 있어 계속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주는 덕분에 우리는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1600년대 놀라운 성능의 현미경이 개발되면서 혈액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빨리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으로 100년전, 러시아의 과학자 알렉산더 막시모프는 혈구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줄기세포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여 조혈기능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였다. 이는 현대의학에서 골수이식 등의 시술이 가능하게 된 바탕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매일 하루에 2333억개의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
사람의 혈액량은 체중대비 약 8% 정도로 알려져 있다. 70kg 성인 남자 기준으로 하면 5.6리터의 혈액이 사람 몸에 있는 것이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의 혈액 가운데 적혈구 부피 비율은 40~60%이다. 원심분리기로 혈액을 고속으로 돌리면 무거운 적혈구가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부피 퍼센트로 표시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적혈구 용적을 PCV (packed cell volume) 또는 헤마토크리트 (hematocrit)라고도 표시한다. 남자의 경우 혈액 중 적혈구 용적이 평균 약 45% v/v, 여자의 경우 43% v/v 이다.
적혈구를 현미경에서 세어보면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셀 수가 없다. 그래서 희석을 해서 숫자를 세는데 혈액 1mm3 (1ul)당 적혈구 숫자는 무려 5백만개나 되니 1ml에는 50억개의 적혈구가, 1리터에는 5조개의 적혈구가 있고 70kg 성인 남자는 무려 28조개나 되는 적혈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적혈구 수명은 90일에서 140일 정도 된다고 하니 120일 정도를 평균으로 계산해 보면 일정한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2333억 개의 적혈구가 수명을 다함과 동시에 새로 만들어져야 하고 이는 매 시간마다 거의 100억개의 적혈구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숫자들의 혈구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혈구들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생각보다 일찍 시작된 혈구에 대한 연구
인류 최초로 적혈구(red blood cell)에 대한 기록을 남긴 사람은 네덜란드 생물학자 Jan Swammerdam이었다. 그는 1658년 거의 돋보기 수준의 현미경으로 개구리의 적혈구를 관찰했고 1674년 Anton van Leeuwenhoek는 요즘 광학현미경과 비교해도 될만한 놀라운 성능의 현미경으로 적혈구를 관찰하고 적혈구의 크기에 대해서 다소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는데 “아주 고운 모래 알갱이보다 25,000배 더 작다”라고 기록하였다. 대체 아주 고운 모래 알갱이는 어느 정도 크기일까? 고운 모래 알갱이라는 주관적인 기준에 25,000배라는 정확한 숫자를 덧붙인 그였지만 그가 생물학, 의학 분야에 남긴 성과는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450년전 인물인 그는 300배 확대 배율의 현미경을 만들었고 그 현미경으로 적혈구와 정자도 관찰을 해서 “현미경의 아버지”로 불러도 될 만큼, 초기 광학 현미경 성능 개선에 큰 업적을 쌓았다.
필자가 굳이 450년 전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생각보다 혈구들에 대한 연구가 빨리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함이다. 단순 형태학적인 관찰 수준을 넘어서 혈액을 구성하는 각종 혈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숫자가 유지되고 있는지 그 기전을 궁금해하고 연구한 과학자가 100년쯤 전에 러시아에 있었다. 100년전 러시아로 다시 거슬러 가보자.
Figure 1.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찍은 이미지에 색상을 입힌 사진. 적색은 적혈구, 노란색은 혈소판, 파란색은 백혈구이다. (자료 출처 : By Electron Microscopy Facility at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at Frederick (NCI-Frederick) - [1],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07197)
100년전 발견된 혈액에서의 줄기세포 (stem cell)라는 개념을 생각해낸 100년전 과학자 알렉산더 A. 막시모프
1874년, 광활한 러시아제국의 북서쪽 끝 발트해와 연접한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 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알렉산더 알렉산드로비치 막시모프 (Alexander Alexandrowitsch Maximow). 비교적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난 덕분에 그는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랐고 17살이 되던 해에 그 당시 러시아에서 최고의 교육 기관 중 하나로 꼽혔던 황실 군의학교 (Imperial Military Medical Academy)에 입학한다. 이 황실 군의학교는 당시 러시아 제국 파벨1세에 의해 설립되어서 러시아 제국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조건 반사 실험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이반 파블로프 (Ivan Pavlov) 등을 배출한 명문학교였다. 막시모프는 1891년에 이 학교에 입학하고 그의 생애 첫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은 “동물에서 실험적으로 유도한 간 아밀로이드 변성에서의 조직 재생에 관한 연구 (Histogenesis of experimentally induced amyloid degeneration of the liver in animals)”로 이 때부터 막시모프가 조직 재생이나 조직 분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1896년에 학위를 취득하고 독일에 건너가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1903년부터 1922년 까지 조직학(histology)과 발생학 (embryology)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했다. 이 시기에 막시모프는 학문적으로 많은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당시 그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코 혈액 (blood)과 결합조직 (connective tissue)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연구 역시 350년 전 현미경의 발달과 보급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막시모프는 1906년 독일 베를린 혈액학 학회에서 중요한 논문을 한편 발표했다. 여담이지만 필자가 글을 연재하면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논문의 제목을 적절한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제목 번역을 하다 보면 아직 정확한 한국어 용어가 없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 용어가 있어 막상 옮겨봐도 뜻이 잘 통하지 않거나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필자는 논문을 읽어보고 저자의 의도에 맞게 번역하는 편이다. 그래도 잘 못 번역되었을 가능성이 있어서 원어 제목도 항상 같이 표시해 드린다. 하여간 막시모프의 논문 제목은 “포유동물의 배발달기에서 다른 혈액구성물로 변화되는 줄기세포로서의 림프구 (The lymphocyte as a stem cell, common to different blood elements in embryonic development and during the post-fetal life of mammals)” 였다. 1906년도의 막시모프는 이미 줄기세포(stem cel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왜 그가 줄기세포라는 말을 쓰게 되었는지 조사를 하던 중 CTT (Cellular Therapy and Transplantation)라는 학회가 1906년도에 독일어로 발표된 막시모프 논문을 2009년에 영어로 다시 번역해서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Maximow 1909). 논문을 읽어보니 왜 막시모프가 논문을 발표한지 정확히 100년이 지난 2009년에 CCT학회가 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재 출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논문의 일부를 의역을 포함해서 옮겨보자.
“최초의 혈액세포는 혈액섬(blood islet)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양은 불규칙하고 중배엽유래 세포들이 엉켜있는 것이죠. 혈도에서 유래한 말초 세포들이 납작해지면 내피세포(endothelial cell)가 되고 이 세포들이 솟아올라서 혈장으로 나가면 바로 최초의 혈액세포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혈액세포를 저는 원시 혈액세포 (primitive blood cell)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는데 이 세포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처럼 적혈구모세포(erythroblast)가 아니라 적혈구모세포와 완전히 다른 세포인데 이 세포는 둥글게 생긴데다가 밝은 핵(nucleus)을 가지고 있고 염기성 염색약에 잘 염색되는 세포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세포들은 적혈구 또는 백혈구와도 달랐습니다. 이 세포들은 림프구와도 상당히 유사하게 보이고 엄청나게 증식을 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위의 번역문에 나와 있는 용어 중 혈액섬 (blood island)은 과거에는 혈도 (blood islet)이라고 했다가 용어가 개정되어 지금은 혈액섬이라는 용어로 불리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혈구 형성은 성인에서는 주로 골수(bone marrow)에서 일어나지만 태아시기에는 원시중간엽 (primitive mesenchyme) 유래 혈액섬에서 시작된다. 아래 figure는 닭 태아에서 혈관형성과 관련된 주요 이벤트를 아주 잘 표현한 그림인데 닭 태아 발생 8일째가 되면 혈관 신생은 난황(yolk sac)과 닭 태아 내부 두 군데서 각각 이루어지게 된다 (Jones, le Noble et al. 2006). 난황에 있는 혈액섬과 닭 태아내부에서 혈관 신생이 이루어지는데 그림에서 파란색 점은 혈관내피세포의 형성을, 붉은색 점은 적혈구모세포를 뜻한다. 혈액이 본격적인 순환을 하기 전, 혈액이 흐를 혈관내피세포가 먼저 복잡한 구조를 먼저 이루는 것을 알 수 있다.
혈액섬이 100년전에도 알려진 것 임에도 2006년에 혈관 신생에 관련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유는 혈관신생은 암(tumor)에서도 매우 중요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가 조직을 만드는 과정을 포함 왕성한 혈관 신생 기전에 기여하는 부분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면 매우 효과적인 항암제나 암 저지 약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여기서 진짜 중요한, 막시모프의 1909년 논문 중반부를 다시 인용해 보자. “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추해 보건대 동물이나 사람의 성장이 완료되고 나면 큰 크기의 림프구에서 작은 크기의 림프구들로 분화가 완료되는데 림프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크기의 림프구들은 더 이상 증식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이상 증식이 불가능해지는 이유는 핵과 세포질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림프구들도 더 증식이 가능하다고 확신하며 림프구가 혈액을 타고 순환하다가 적절환 상황이 되면 다시 미분화상태의 중배엽세포가 되어 기능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포로의 분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막시모프는 혈액세포에 대한 염색과 오랜 현미경 관찰로 림프구가 하나의 조혈 줄기세포가 아닐까 생각했고 림프구가 유일한 백혈구들의 근원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약 100년 전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현대에 이르러 수정되어야만 했는데 대표적으로 조혈줄기세포에서 각종 혈구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그의 가설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지만 림프구가 그 조혈줄기세포는 아니었다.
현재의 줄기세포 과학에서 밝혀낸 바와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에서 어떻게 혈액 세포가 계속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설명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막시모프가 줄기세포 (stem cel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제목에서 딱 한번이고 본문중에서는 한번도 줄기세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동물계에서 줄기세포 (stem cell)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논문이라고 판단되며 100년 전임에도 하나의 세포가 다른 세포 분화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생각해낸 막시모프라는 과학자의 혜안이 놀랍다.
CTT (Cellular Therapy and Transplantation)라는 학회는 약 100년전에 이러한 놀라운 개념을 생각해낸 막시모프를 기념해서 지금도 막시모프상 (Maximow award)을 만들어 신진과학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EPILOGUE
이번 연재의 도입부에서 하루에 무려 2333억개의 적혈구를 만드는 조혈작용에 대해 설명했는데 만약 골수에 이상이 생겨 재생불량성빈혈이 생기거나 또는 백혈병이 생긴다면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을까?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데 골수이식에는 줄기세포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으며 이러한 치료는 벌써 60년 전부터 환자에 적용되고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1950년대 골수이식 시술을 가능하게 한,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한 현대적 발견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참고문헌
Fitchen, J. and M. Cline (1981). Inhibition of hematopoietic cell proliferation. Tissue Growth Factors, Springer: 385-404.
Jones, E. A., F. le Noble and A. Eichmann (2006). "What determines blood vessel structure? Genetic prespecification vs. hemodynamics." Physiology 21(6): 388-395.
Maximow, A. (1909). "The lymphocyte as a stem cell, common to different blood elements in embryonic development and during the post-fetal life of mammals." Folia Haematologica 8: 12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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