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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 소식: From Startups to Moguls] 식물로 만드는 에볼라 치료제, ZMapp
Bio통신원(Illozik)
지난 2014년 3월 서아프리카로부터 발발하여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등이 부재한 상태였기 때문에 전인류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2014년 8월 세계보건기구 (WHO)가 한 에볼라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한다고 밝혔습니다. Mapp Biopharmaceutical에서 개발한 ZMapp이라는 치료제였습니다. 당시 ZMapp은 임상시험을 거친 상태가 아니었지만 신속한 대응을 위해 치료에 사용이 되었으며, 실제로 서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두 명이 ZMapp을 사용한 후 상태가 호전되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물론 제한된 양의 ZMapp을 미국인에게만 먼저 사용하게 한 윤리적인 이슈가 있었으며, 이후 ZMapp 사용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효능에 대한 불신 또한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에볼라의 거의 유일한 치료제로 인식되었다는 점, 그리고 여느 치료제와는 다르게 ‘식물’을 이용하여 생산되었다는 점, 또한 최근 임상시험에 대한 일부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점 등에 착안하여 이번 연재를 시작해보겠습니다.
ZMapp을 개발한 업체는 2003년에 설립된 미국 샌디에고 소재의 Mapp Biopharmaceutical입니다. 설립자는 Kevin Whaley 박사 (현 CEO)와Larry Zeitlin 박사 (현 president)이며 각종 전염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Kevin Whaley 박사는 성병 예방을 위한 항체나 백신과 같은 기술개발에 30년 이상 종사해왔다고 하며, Larry Zeitlin 박사는 Johns Hopkins에서 생식생물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현재 직원은 10명 내외로 추정되며, 상업화를 위한 자회사인 LeafBio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라고는 하지만 그냥 조직의 일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림 1. 세 개의 항체로 구성된 에볼라 치료제 ZMapp
(출처: Science)
항체의약품이기 때문에 백신과 기작이 다릅니다. 즉 항원을 넣어서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미리 부스팅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에볼라 바이러스 (및 감염된 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를 인간 몸에 주입하여 직접적으로 감염세포 제거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 (passive immunity) 하는 것입니다. 이미 감염된 환자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치료제인 것입니다.
ZMapp이 등장하자 당시 식물분자생물학계 또한 들썩였습니다. ZMapp을 담배 (Nicotiana benthamiana)를 이용해서 생산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식물공장 생산을 맡은 업체는 현재 미국 2위 담배업체 Reynolds American의 자회사인 Kentucky BioProcessing이었습니다. Nicotiana benthamiana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담배와 종은 다르며, 형질전환이 유용해서 모델 식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종자로부터 성체가 되어 단백질을 추출할 때까지 약 40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고 잎의 바이오매스 성장이 좋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 이번 에볼라 사태와 같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림 2. Kentucky BioProcessing의 형질전환 담배를 이용한 ZMapp 생산
(출처: Kentucky.com)
Mapp Biopharmaceutical이 위에서 언급한 단일클론항체의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LeafBio에게 넘기면 LeafBio는 이를 이용하여 담뱃잎을 형질전환 시킵니다. 그리고 이를 Kentucky BioProcessing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체계입니다. 물론 단백질을 정제하는 공정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영상으로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Kentucky BioProcessing의 담뱃잎을 이용한 ZMapp 생산 동영상
동영상을 보시면 파종 후 2~3주 정도 자란 담배를 단백질 (항체) 용액에 담근 후 담배가 이 단백질을 생산하게 만들어 1주일 정도 더 키운 뒤 단백질을 추출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한 영상이므로 큰 무리는 없겠으나, 사실 담배의 형질전환은 단백질 용액이 아니라 Agrobacterium tumefaciens라는 미생물을 활용합니다. 이 녀석은 원래 식물에 자기 유전자를 전달하여 근두암이라는 종양을 일으키는 균인데, 유전자 전이 능력 덕분에 식물 형질전환에 두루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애기장대와 같은 식물에는 게놈 안에 유전자를 도입하기 위해 이 미생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담배는 잎이 널찍하여 주로 agroinfiltration이라는 transient expression 방법을 이용합니다 (그림 3). 게놈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단기간 내에 단백질을 발현하기에는 충분한 시스템으로 담배에는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림 3. Agrobacterium tumefaciens를 활용한 담뱃잎 형질전환 (agroinfiltration)
식물을 이용한 단백질 생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바로 glycosylation 패턴이 동물과 다르다는 점 때문입니다. 식물은 자일로스 (xylose)와 푸코스 (fucose) 같은 당들을 단백질 glycosylation에 활용하기 때문에, 식물을 통해 생산한 항체는 인간 몸에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합니다. 즉, 인간화 (humanization)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ZMapp 생산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fucosyl-transferase와 xylosyl-transferase의 발현이 억제된 형질전환 담배를 사용했습니다. 당패턴 변이체를 다시 항체생산용으로 형질전환 시킨 것입니다. Mapp Biopharmaceutical두 설립자의 2011, 12년 PNAS 논문에 의하면 이 담배에서 생산된 항체들의 글리칸 패턴이 포유류와 매우 유사했으며, 심지어 CHO 세포로 생산한 단백질보다 더 비슷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식물을 이용한 의약품 생산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이 저렴하며, 수송과 보관이 용이하고, 무엇보다 실험도중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적어 안전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시도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중앙대학교 의대, 농촌진흥청, 그리고BioApp (POSTECH 스핀오프) 등이 식물 유래 의약품 개발 중에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Mitsubishi Tanabe가 담배를 이용한 독감 백신을 2020년 이전에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올해 초에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생산한 ZMapp이 정말 에볼라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올해 1월 29일 임상결과가 나왔다고 LeafBio가 발표했습니다. 결론은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충분한 모수의 환자를 모집하지 못해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 에볼라 창궐 이후 약 1년에 걸친 ZMapp 임상시험을 진행하였는데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미국에서 임상참여자를 모집했으나 당초 목표인 200명의 36%에 그친 70여명만이 지원했습니다. 반으로 나누어서 진행한 결과 ZMapp 처리군은 36명 중에 8명, 대조군은 35명 중에 13명이 사망하여 ZMapp이 약 40% 정도 낮은 사망률을 보였으나, 모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도 혈액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정도 등이 처리군에서 빨랐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이번 임상결과 후 미국 FDA에서는 Mapp Biopharmaceutical에게 추가 개발을 장려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달에 다룬 MIT의 스마트팜 (OpenAG Initiative)과 같은 플랫폼에 이번 편에서 소개한 형질전환 식물을 키우게 되면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에 있어 큰 시너지를 낼 것 같습니다. 동물이나 미생물을 이용한 생산, 혹은 화학합성에 비해 효율과 생산성이 좋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것은 이들의 몫이겠지만 말입니다.
[출처]
1. https://en.wikipedia.org/wiki/ZMapp
2.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2/new-reports-highlight-long-term-risks-ebola-infection-limits-zmapp
3.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113218/#R11
4. http://www.kentucky.com/living/health-and-medicine/article44501046.html
5. Zhang YF, Li DP, Jin X, Huang Z. Fighting Ebola with ZMapp: spotlight on plant-made antibody. Sci China Life Sci, 2014, 57: 987–988, doi: 10.1007/s11427-014-4746-7
6. Zeitlin L, et al., Enhanced potency of a fucose-free monoclonal antibody being developed as an Ebola virus immunoprotectant. Proc Natl Acad Sci USA, 2011, 108: 20690–20694
7. Olinger GG Jr., et al., Delayed treatment of Ebola virus infection with plant-derived monoclonal antibodies provides protection in rhesus macaques. Proc Natl Acad Sci USA, 2012, 109: 18030–18035
8. http://mappbio.com/leafbio-announces-conclusion-of-zmapp-clinical-trial/
9.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3&contents_id=67126
10.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2190
11. http://www.fiercepharma.com/r-d/mitsubishi-tanabe-s-tobacco-based-flu-jab-to-enter-late-stage-trials-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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