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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당신의 자녀라면, CRISPR로 유전자를 교정해줄 텐가?
생명과학 양병찬 (2016-03-03)

CRISPR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선천성 환자나 장애인의 부모들에게도 발언권을 줄 때가 됐다.

CRISPR
© 기초과학연구원(http://www.ibs.re.kr/)

앞으로 몇 분밖에 안 남았지만 패색이 짙다. 루시 웨이스의 농구팀은 이번에 지면 네 번 연속 지게 된다. 그러나 잠깐 쉬려고 사이드라인에 서 있으면서도, 아홉 살짜리 소녀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코치에게 다시 들여보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잠시 후 코트 안으로 들어간 루시는 동료에게서 패스를 받아 상대편 골 밑으로 바로 드리블했다. 슛! 루시가 두 점을 추가함으로써 그녀의 팀이 리드를 잡았다. 루시는 타임아웃이 되기 직전 두 점을 더 넣어 승리를 굳혔다. 이번 승리는 시즌 첫 번째였지만, 팀 동료들은 전국챔피언 대회에서 이긴 것처럼 환호했다. 상대편 부모 두 명이 잠깐 들러 축하 인사를 했다. 그들은 루시의 엄마와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루시가 13점을 도맡아 넣었다니, 놀라워요!"

루시의 활약이 더 특별한 것은 그녀의 DNA 때문이다. 한 유전자의 스펠링이 틀리는 바람에, 그녀는 백색증(albinism)을 앓고 있다. 몸에서 생성되는 멜라닌 색소가 얼마 되지 않아, 피부와 머리칼이 온통 하얗게 되었다. 그리고 시력이 평균의 1/10에 불과해, 법적으로는 맹인으로 간주된다. 그녀는 아직도 읽기 훈련을 받고 있는데, 아마도 승용차를 운전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농구를 잘할 수 있다. 슛, 패스, 드리블 등 못하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지난 1월, 아빠 이선 웨이스는 루시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네 시력을 앗아가는 유전자를 교정했다면 어땠을까?" 루시는 전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럼, 미래에 네 아기의 유전자를 미리 교정하여 시력을 보호해 주는 건 어떨까?" 루시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다시 이렇게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이선은 딸의 대답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는 UCSF의 의사이자 과학자인지라, 유전자교정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그것은 이론적으로, 아이들이 - 루시처럼 - 선천적으로 치명적 장애나 불구를 갖지 않도록 예방해줄 수 있다. 그리고 루시가 태어나기 전에 유전자를 교정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와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그 기회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신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 루시의 유전자를 교정했다면, 그녀의 특별함(예를 들면, 굳은 의지)이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 루시는 팀 전체에서 '최악의 선수'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엄마아빠 몰래 피나는 연습을 해서 오늘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만약 유전자를 교정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선은 이렇게 생각했다. "루시의 불구를 고쳐 줬다면, 루시와 가족은 - 실망스럽게도 - 달라졌을 거야.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선과 루시뿐만이 아니다. CRISPR–Cas9과 같이 강력한 유전자교정 기술이 등장하자, '그것을 이용하여 인간배아의 유전체를 변형시킬 것인지', '만약 변형시킨다면,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전체가 변동되면, 그 결과가 자손들에게 대대손손이 전달되는데, 그건 지금껏 넘어서는 안 된다고 여겨졌던 윤리적 선(참고 1)을 넘는 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떠오르는 기술들이 사람들의 '선택범위'를 변화시키고 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전달할 것'을 결정하는 능력이 유례없이 증가했다. 그들은 산전 유전자검사(genetic screening)를 통해 다운증후군 등을 체크하고, 그것을 태아에게 물려줄 건지 말 건지를 선택할 수 있다. 착상전 유전자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커플에게 '특정 질병을 초래하는 돌연변이가 없는 배아'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대물림되는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것'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5년 영국 정부는 미토콘드리아 대체요법(mitochondrial replacement therapy)을 허용했는데(참고 2), 이 치료법을 이용하면 어머니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비정상유전자 중 일부를 (공여자의) 건강한 유전자로 바꿀 수 있다.

【참고 】 선택유산

유럽의 경우, 여성의 평균 임신연령이 상승하면서, 1990년에 10,000건당 20건이던 임신중 다운증후군 진단이 오늘날에는 10,000건당 23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는 어린이의 비율은 10,000건당 11건으로 일정하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산전검사를 통해 유산을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다운증후군을 진단받은 임신부의 67~86%가 유산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브라이언 스코토 박사(의료유전학)는 전세계의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의사들은 종종 산전검사에서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은 여성들에게 유산을 권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죄송합니다만'이나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이용하여 임신부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註 1). 예컨대, 다운증후군 진단 후 유산을 선택한 덴마크 여성 71명 중 34%는 "의사들이 상담 중 제시한 옵션 중에 '만기출산'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註 2).

1. 1.Skotko, B. G. et al. Am. J. Med. Genet. 149A, 2361–2367 (2009).

2. Korenromp, M. J., Page-Christiaens, G. C., van den Bout, J., Mulder, E. J. & Visser, G. H. Am. J. Obstet. Gynecol. 196, 149.e1–149.e11 (2007).

인간배아 교정 앞에는 아직도 많은 안전성 문제, 기술적 문제, 법적 장벽이 도사리고 있으며,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장벽을 넘어서기 전에, 배아교정의 시사성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질병을 앓게 될 미래의 자손들에게, 배아교정은 어떤 세상을 가져다줄까?"

지금껏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갑론을박을 거듭해 왔지만, 정작 유전자교정 기술의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선천성 질병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견해들이 드러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며 "심각하고 치명적인 질병을 신속히 제거하려면, 유전체교정을 하루빨리 사용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유전체교정의 영향력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선 웨이스와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강행할 경우, 유전체교정이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사용됨으로써, 현재는 물론 미래의 환자와 사회에 해악을 초래할 것이다."

"선천성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의 톰 셰익스피어 박사(의료사회학)는 말했다.

1. 찬성론

현재 예순 살인 존 사빈은 한때 '영국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지금은 진행성 헌팅톤병 환자여서,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해 지속적인 간호를 필요로 한다. 그의 동생 찰스 사빈도 형과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언젠가는 - 형이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 뇌와 몸이 망가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존과 찰스의 자녀들을 모두 합치면 다섯 명인데, 그들은 모두 50%의 확률로 헌팅톤병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찰스를 비롯하여 헌팅톤병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헌팅톤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환자 또는 자녀의 유전자를 교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법적·윤리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기술 전문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하는 맷 윌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딸 그레이스는 세계 최초로 NGLY1 결핍증(NGLY1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진단받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NGLY1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세포가 기형 단백질(misshapen protein)을 제거할 수 없다. 현재 여섯 살인 그레이스는 심각한 운동 및 발달장애를 겪고 있어서, 걷기나 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녀가 앓는 질환은 새로 발견된 것이어서, 의사들은 '그녀가 얼마나 오래 살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윌시는 CRISPR에 희망을 걸고 있다. "만약 그레이스가 태어나기 전에 돌연변이를 발견하여 교정할 기회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문가들이 배아교정에 관한 논의를 독점하고 있어 불만이 많다. 그는 유전자교정을 둘러싼 윤리적 우려가 해소되어, 몇 년 이내에 그레이스가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증 소아환자의 부모가 할 일은 무엇인가? 그저 병상 옆에 앉아 자녀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CRISPR는 이미 역을 출발한 탄환열차(bullet train)이므로, 이제 멈출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어떻게 하면 CRISPR를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밖에 없다“라고 윌시는 말했다.

작년 12월 미 국립 과학/의학 아카데미, 중국 과학원, 영국 왕립협회는 유전자교정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다양한 안전성 및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여, 인간배아에 관한 연구를 제한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침고 3). 아직도 많은 생명윤리학자와 과학자들은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는 단일유전자의 결함을 유전자교정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신중론

미래에는 인간배아 유전체교정의 의미가 바뀔 거라고 예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작년 12월 미국에서 유전자교정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하버드 대학교의 댄 매카서 박사(유전학)는 이런 트윗을 날렸다. "나의 예상: 의사들은 내 손자의 배아를 검사하여, 생식세포를 교정하게 될 것이다. 유전자교정은 '인간의 존재'를 바꾸는 게 아니라,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의학과 장애의 역사를 연구하는 샌디 수피안 박사도 매카서 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즉, CRISPR는 널리 보급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사람들은 장애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가, CRISPR를 이용하면 장애를 치료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반문한다. "질병을 없앤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반드시 향상된다고 할 수 있을까?" 수피안 박사는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폐세포가 감염과 질병에 취약해지는 질병)을 앓고 있어서, 일주일에 40시간을 점액제거제 흡입, 운동, 물리요법에 할애하는데, 다른 환자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직장을 그만둔다고 한다. 그러나 유전자교정을 통해 낭성섬유증을 치료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한다. 유전질환이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면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에모리 대학교에서 장애연구이니셔티브(Disability Studies Initiative)를 지휘하는 로즈마리 갈랜드-톰슨 박사(문학)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사지감소장애(limb-reduction disorder) 때문에 팔과 손가락이 부족하지만, 장애에 적응했기 때문에 삶이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사교성이 뛰어난데, 그것은 아마도 주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 두 배 세 배 더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불편함이나 제약이 있는 사람들은 제2의 방법을 개발하게 되지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연골무형성증(achondroplasia) 때문에 덩치가 왜소한 셰익스피어 박사도 '장애인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나는 덩치가 작지만,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경력, 자녀, 친구, 사랑)을 모두 얻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유전체교정은 다른 측면에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예컨대 특정 돌연병이 유전자(예: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초래하는 유전자)는 집단 수준에서 이득(예: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이 될 수 있는데, 그 유전자를 제거할 경우 다른 질병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다른 질병을 초래하는 돌연변이의 경우에도 잠재적인 이익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전체교정을 남용할 경우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UCSD의 캐롤 패든 박사(언어학)는 박사는 말했다.

한편 유전체교정이 기술이 전세계에 균등하게 적용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알레스카 오언 박사(사회학)에 의하면, 유전체교정은 생식기술을 승인하고 지지하는 나라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참고 4). 이를테면 영국, EU 회원국 중 일부, 중국, 그리고 이스라엘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news/don-t-edit-the-human-germ-line-1.17111
2. http://www.nature.com/news/scientists-cheer-vote-to-allow-three-person-embryos-1.16843
3. http://www.nature.com/news/gene-editing-summit-supports-some-research-in-human-embryos-1.18947 한글번역 /myboard/read.php?Board=news&id=267572
4. http://www.nature.com/news/where-in-the-world-could-the-first-crispr-baby-be-born-1.18542

※ 출처: Nature 530, 402–405 (25 February 2016) doi:10.1038/530402a
http://www.nature.com/news/should-you-edit-your-children-s-genes-1.19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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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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