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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과 면역계 질환
Bio통신원(박지은)
지난 연재를 통해, 미생물과 우리의 면역계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장 내는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항상성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면역계와 장내미생물 상호작용의 불균형과 관련되었다고 보고된 질병 중 크게 두 가지를 꼽아 본다면, 첫 번째는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염증성 장질환)이고 두 번째는 자가 면역 질환이 되겠다. 이번 연재에서는 면역계와 미생물 상호작용의 불균형과 관련되었다고 보고된 질병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우선, 염증성 장질환부터 알아보자.
위키백과에서는 염증성 장질환(IBD)을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UC)·크론병·베체트병 등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장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 이라 정의하고 있다. 크론병의 경우, 윤종신씨가 투병 사실을 방송에서 언급하며 조금 더 알려져 있을 것이다.1)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설사(때로는 피가 썩인)나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은 매우 비슷하지만 병명처럼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하여 발병하는 것에 비해, 크론병은 소화관에서 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발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보통 서양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지만, 한국의 경우, 2009년~2012년, 3년 새에 발병률이 12%나 증가하는 등 아시아에서도 꾸준히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수 / © 동아닷컴
발병률은 높지만, 그동안 이러한 만성 염증성 질환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여러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이 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의 연구에서는 GF mice(Germ-free mice, 무균 쥐)에 장내 공생균인 B.fragilis를 정착시켜주니 IL-10(Interleukin-10*)의 생산이 증가 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고, 대장염 발병을 막아주는 것이 확인되었다.2) 또한, 쥐의 Clostridium species를 먹인 쥐에서 대장염 발병에 저항을 가지며 colonic Tregs(조절 T세포*)의 수를 증가시켰다는3) 연구결과도 존재하는 등 다양한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이 만성 염증성 질환과 연관이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UC) 환자에게 Lactobacillus species, Bifidobacterium species, Streptococcus salibarius subsp, Thermophilus 등의 균을 섞어 주입시킨 결과 병이 호전되었음이 증명되면서, 이러한 환자에게 미생물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치료의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음이 알려졌고,5) 현재는 분변이식이라는 방법으로 임상적으로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분변이식은 2013년도에 발표된 네덜란드 연구진의 연구결과로 단숨에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종래의 항균약 치료법과 분변이식법의 두 가지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항균약 치료법의 치료율이 20~30%인데 비해 분변이식은 80~90%의 놀라운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6)
대장 질환(위막성 대장염), 대변으로 치료한다고? / © 헬스조선
면역계와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는 장내 미생물은 또한 자가 면역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가 면역 질환중 잘 알려진 류마티스 관절염(Rhematoid arthritis, RA) 또한 현재까지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류마티스 관절염도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한 결과 병이 호전되어, 공생균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7)는 연구 결과도 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무균 환경에서 키운 쥐가 균이 있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쥐에 비해 좀 더 심각한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다는 결과를 얻어 특정 균은 자가 면역 질환의 악화를 초래하지만, 또 다른 특정 균은 자가 면역 질환의 발병을 억제하거나, 발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관해서만 간략하게 언급하지만, 장내 미생물은 류마티스 관절염 외에도 제 1형 당뇨병, 전신 홍반성 루프스 낭창 등의 자가 면역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있다.9)
막스 폰 페텐코퍼(1818-1901) / © Wikipedia
2014년도 Nature에는 “병원균”이라는 말을 버려야 한다10)는 기고문이 올라왔다. 저자는 “숙주가 없으면 균은 병을 일으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균’이라는 단어 자체가 함축하는 바로 인해 오히려 우리가 병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자가 면역 질환의 경우 세균이 병을 유발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병의 원인이 늦게 밝혀지기도 하였다. 질병의 원인이 숙주에게, 혹은 미생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은 숙주와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여러 결과들 중 하나”라는 것. 미생물학자는 ‘세균’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숙주를 상수로 생각하고, 면역학자는 ‘숙주’를 중요한 변수로 보고 세균을 상수로 잡고 문제를 다루며 실험을 설계 하고 있다는 대목이 인상 깊다. 과학계의 환원론적인 패러다임이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기서 파스퇴르가 한 말이 떠오른다.
“관찰의 영역에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장내 미생물과 우리는 대체 어떤 관계인지, 환원론적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를 규명할 기회를 얻는 이는 누구일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연구 결과들이 전광판에 입력된다고 상상해 보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큼이나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지 않을까:)
참고 )
*IL-10 : 장의 항상성 유지와 면역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1)
*조절 T 세포 : 면역계를 조절하는 T 세포 들 중 한 집단으로, 자가항원에 대한 관용을 유지하고 자가면역 질병을 없앤다고 알려져 있다.12)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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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임상병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중에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보건복지부 기자단으로 1년 활동하였으며, 평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여 과학의 매력을 일반인에게 전하고 싶은 꿈을 품고 지내던 차에 감사한 기회가 생겨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분자미생물화학연구실에서 실험하며 체내 미생물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연재주제를 미생물로 잡게 되었습니다. 공부중인 학생인지라,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글 연재를 통해 성장해 나갈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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