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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새 이야기]13. 탐조의 시작 – 어떻게 볼 것인가?
Bio통신원(까치즐리)
- 김대환(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인하사대부고 생물교사)-
탐조는 새를 보는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새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새가 있다고 하더라도 새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다가가면 날아가 버리기 일쑤이고 새가 올 것 같은 곳에 가서 아무리 기다려도 새는 오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새를 볼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를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어떻게 볼 것인가는 어쩌면 일반적인 특징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일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상황에 적용이 용이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수 요소] 새를 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빛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다.
① 빛 : 새를 볼 때는 언제나 태양을 등지고 봐야 한다. 그래야 새가 잘 보인다. 새에게 접근을 할 때부터 태양은 언제나 내 등 뒤에 있어야 한다. 내가 걸어서 이동하든 차량으로 이동하든 상관없다. 최종 목적지에서 태양은 반드시 내 등 뒤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멀리서 새를 보고 접근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태양의 위치다.
그림 1. 역광에서 관찰된 알락오리와 물닭(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어렵다)
② 거리 : 아무리 좋은 카메라나 필드스코프라 하더라도 거리가 멀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새에게 다가가면 새는 날아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위장을 하거나 천천히 접근을 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일반적인 사항과 별도로 알아야할 것들이 있다. 새에게 접근할 때는 새의 행동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새가 목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새가 불안해하거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행동이다. 따라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새에게 다가가면 날아버릴 확률이 높아진다. 오리의 경우는 갑자기 머리를 위로 높게 드는 행동을 하는데 이것도 긴장으로 인한 행동이다. 반대로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면 안심하고 있는 것이고 이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새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임계거리가 있다. 일정 거리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면 새는 무조건 날아버린다. 문제는 이 임계거리가 새들마다 다르고 동일한 새라 하더라도 장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에게 접근할 때 이런 부분을 잘 살피면서 접근을 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서 새에게 접근하는 것이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거리까지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또, 버드콜(Bird call)이란 것이 있다. 새의 울음소리나 새들이 호기심을 가지는 소리를 흉내 내어 새를 유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의 탐조가들만이 활용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버드콜을 자제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너무 빈번하게 버드콜을 사용하여 새들이 교란을 받아 번식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보고되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경험과 노력이 있어야 새에게 접근이 가능하다.
그림 2. 조류 관찰을 하는 탐조가들(외국) - 이렇게 정성을 들여도 긴장하는 새는 긴장을 한다.
[새들이 긴장하는 이유] 새들이 긴장을 하면 쉽게 날아가 버린다. 그러므로 새들이 왜 긴장을 하는지 언제 주로 긴장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긴장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또, 새들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도 알아야 한다.
① 한적한 곳에 있는 새들이 더 긴장한다 : 동일한 종류의 새라 하더라도 서식지의 특성에 따라 긴장감이 다르다. 예를 들어, 흔하게 보이는 왜가리가 두 마리 있다고 가정하자. 한 마리는 도심 안의 작은 하천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천수만 A지구에 있는 비슷한 크기의 하천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둘 중 누가 사람에 대해 더 긴장을 할까? 정답은 후자이다. 사람이나 차량에 자주 노출된 새는 그만큼 긴장을 덜하게 된다. 그래서 새가 많다는 천수만에 새를 보러 갔는데 100m 거리에서도 새가 날아버려서 새는 못보고 그냥 돌아왔다는 사람은 이런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② 새들은 차량 보다 사람에게 더 긴장한다 : 논에 기러기 무리가 있다. 주변에 차가 지나가다가 중간에 차가 정차를 하면 기러기는 대부분 날아간다. 또 사람이 차량 안에 들어가 있으면 문제가 없으나 차에서 사람이 내리면 기러기는 날아간다. 이런 현상은 기러기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새들에게 모두 적용된다. 재미있는 것은 숨어서 새를 보는 사람이 서서히 노출되는 것은 새들을 긴장시키지 않는다. 이것은 논에서 일하는 농부나 갯벌에서 조개 따는 아주머니는 새들을 긴장시키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결과이다. 결국 익숙해지면 긴장을 덜하게 된다.
③ 포란하는 새들은 사람보다 새끼가 더 중요하다 :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이 새가 포란하는 둥지 옆에 가서 사진을 찍고 새들이 날아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새들과 친해졌다고 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임계거리 안까지 들어갔는데도 새가 도망가지 않는 이유는 번식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무서워서 날아가고 싶지만 새끼나 알이 있기 때문에 날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때때로 포란하는 새들에게 사람이 접근해서 주변의 다른 천적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까치나 까마귀, 직박구리 등은 호기심이 매우 많아서 사람이 있던 장소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람이 있던 곳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을 이런 새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걸 먹으려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때 둥지가 노출되면 번식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따라서 둥지 옆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 둥지 사진은 되도록 찍지 말아야하고 꼭 찍어야할 때는 주변을 훼손시키지 않고 사진을 찍고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한다.
④ 몇몇 새들은 자신의 위장을 과신한다 : 꺅도요류, 꿩, 메추라기, 들꿩 같은 새들은 사람이 극단적으로 접근을 해도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이런 특성은 이 새들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보호색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사람이 다가가도 날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겁이 나서 날지 못하는 것인지 구별할 수는 없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꿩은 발밑에서 날면서 소리까지 지르니 말이다.
⑤ 새들은 사람보다 머리가 좋다 : 초보 때 경험하는 아주 흔한 일이다. 새는 가까이 보고 싶고 새가 가까이 오지는 않고 죽을 맛일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작전을 짠다. 주력 부대는 길목을 지키고 한 두 사람이 살살 몰면 새들은 몰리는 쪽으로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당첨된 사람이 새에게 접근을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새가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린다가 정답이다. 새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새를 몰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종종 새를 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정말로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잘 쉬고 있는 새들을 놀라게 하지 말고 관찰 위치를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⑥ 새가 긴장하면 어떤 행동을 할까 : 새들이 긴장하면 목을 들고 가만히 있는다. 아주 전형적인 모습이다. 백로류, 오리류, 기러기류 그 외에 많은 새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 또 상당수의 새들은 긴장을 하면 머리를 위, 아래로 까딱거린다. 도요류, 물떼새류 등의 새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 그럼 긴장하지 않을 때의 모습은 무엇일까? 먹이 활동을 하거나 머리를 등에 넣고 쉬고 있을 때는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에 새에게 접근해야 한다면 이런 모습일 때 접근할 수 있다.
[새들이 안심하는 이유] 새들이 언제나 긴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새를 보고 또는 상황을 보고 이 상황이 안정적인 상황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걸 설명하려고 한다.
① 새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먹이이고 다른 하나는 물이다. 이 두 가지는 새들에게 그냥 필요한 조건이 아니고 생존과 직결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먹이와 물이 새들에게 중요한 것은 새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리와 연관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새들은 체온이 높다. 체온이 높다는 말은 물질대사가 매우 왕성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래야 날 수 있다. 결국 새의 몸 안에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비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를 많이 확보하겠다고 무조건 먹이를 많이 먹고 영양분을 저장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무게가 늘어나서 날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들은 아주 재미있는 방식의 진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것은 소화관을 짧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먹이를 먹고 빨리 소화해서 가장 흡수되기 편한 영양분만 흡수하여 바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유지하려면 물질대사율을 높여야 하고 그래서 체온이 높은 것이다. 원리는 이렇지만 상황은 그렇게 수월하지 않다. 결국 새들은 엄청난 먹이를 먹어도 빨리 배설되므로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새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먹이에 대한 집착이 높다. 또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체온이 높은 것은 물질대사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높으면 물질대사 자체가 멈춰버리기도 한다. 결국 매우 정밀한 조절이 필요하고 그러자면 많은 물이 필요하다. 새는 땀이 나지 않기 때문에 피부가 쉽게 각질화되고 그래서 자주 목욕을 해야 한다. 새를 관찰하는 측면에서 생각을 해 보면 이런 상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먹이나 물을 먹고 있거나 목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들이 긴장하지 않는다. 만약에 위험 요소가 있다면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림 3. 버드케이크에 유인된 어치
② 새는 유인이 가능하다 : 어떻게 유인을 할까? 당연히 먹이와 물로 유인을 한다. 그런데 이 말은 황당한 말일 수 있다. 먹이라는 것이 특별할 것이 없다.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유인을 한다는 것인가? 물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물이 없는 곳이 없는데 어떻게 새를 유인한다는 것인가? 맞다. 쉽지는 않다. 그래서 찾아야 한다. 보통 유인할 수 있는 새는 산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유인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재 새들이 이용하는 곳을 찾는 것이다. 아무리 물이 많다고 해도 모든 물을 새들이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새들이 이용하는 물은 따로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날까? 물이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주변의 여건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주로 새들이 물을 먹는 곳은 위험 요소를 억제할 수 있는 주변의 여건이 있는 것이다. 그런 곳만을 새들이 이용한다. 이 경우에도 빛은 중요하다. 만약에 산의 북측 사면에 물이 있고 이곳에 새가 찾아오면 어떨까? 새가 오기는 하지만 관찰은 만만치 않다. 이 이유는 어둡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측 사면에 물이 나오는 곳을 찾고 그곳에서 새들이 이용하는 특별한 장소를 찾아야한다. 새가 오는 것을 확인하면 주변을 정리한다. 여기서 정리라고 하는 것은 주변의 나무를 무리하게 자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먹는 장소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물 깊이 즉, 수심이다. 물이 깊으면 새가 들어오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물도 먹고 목욕도하기 때문에 수심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 수심은 산새의 크기를 고려하여 약 2cm 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돌을 넣어주면 용이하다. 먹이의 경우는 보통 물을 먹는 곳에 먹이를 주는 것이 좋다. 먹이는 다양할 수 있다. 곡물이나 과일, 밀웜 등을 이용해도 좋고 버드케이크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버드케이크에 관한 내용은 추후 별도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새들을 도울 수도 있고 관찰을 할 수도 있어서 일거양득에 해당한다.
[결론] 궁극적으로 새를 보는 것은 새를 괴롭히는 것이다.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하더라도 새를 긴장시키지 않고 새를 보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새들은 생태계 안에서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포식자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피식자로 생활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긴장이나 안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결국 탐조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모든 조건이 온전히 고려될 수도 없고 무시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적당한 선은 자신의 수준과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며, 조금이라도 새에게 피해를 덜 줄려면 그만큼 새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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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하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생물교사,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전공은 해조류 생리학과 수질조사 경력이 있었지만 교사가 된 후 생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야생화, 곤충, 버섯 등을 촬영하다가 2002년부터 조류에 심취하여 조류 생태와 관련한 다양한 조사 및 촬영을 하고 있음. 현재 조류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013, 지성사)형태로 찾아보는 우리 새 도감, (2015, 인하대학교 씨그랜트 센터)인천섬 연구 총서 <교동도> - 교동도의 조류를 집필함. 앞으로 다양한 생물에 대한 교육 자료집을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만종의 생물을 촬영하는 <만종 프로젝트>를 지인들과 추진하고 있음. 홈페이지 :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홈페이지 http://ibird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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