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재 능 -사철란Goodyera schlechtendaliana Rchb.f. 그늘진 숲에 자라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2~25cm. 잎은 짙은 녹색으로 잎맥을 따라 흰색 반점이 있다. 7~9월 개화. 7~15개의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핀다. [이명] 알룩난초 꽃 탐사를 하면서 길을 잃었던 적이 서너 번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이 없는 곳을 탐사하다가 방향을 잃었던 것이다. 백두산 주변의 광대하고 어두운 삼림에서 헤맨 적이 있고, 한라산 자락의 원시림에서 나오는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제주도의 그 특별한 원시림은 ‘곶자왈’이라고 부른다. 곶자왈은 화산분출 때 나온 용암이 요철지형을 이루어, 지하수를 풍부하게 저장하고 보온, 보습효과를 일으켜 열대식물의 북방한계선과 한대식물의 남방한계선이 겹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곶자왈은 대체로 평탄하거나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울창하여 평생 제주도에서 살아온 토박이들도 종종 방향을 잃는 것을 보았다. 나는 길을 잃었을 때 당황스럽거나 두려운 마음보다는 뜻밖에 만나는 귀한 식물들이 주는 즐거움이 더 컸다. 늦여름, 제주도의 깊은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책에서만 보고 이름만 들었던 식물들을 만났었다.
섬사철란, 붉은사철란, 털사철란, 덩굴용담, 버어먼초, 백운란, 수정난풀, 애기천마 같은 귀한 식물들을 사전 정보도, 안내자도 없이 만난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우리나라 자생란의 70%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사철란은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만날 수 있다.
사철란이라는 이름은 일년내내 잎이 푸르다는 뜻일 게다. 제주도의 온난한 기후와 습도와 거름기가 풍부한 숲이 갖가지 사철란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었다. 사철란들은 꽃도 여러 가지 색과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잎에 그물 무늬나 물결무늬가 있거나 없는 것도 있어서 여러 가지 다른 사철란을 찾아내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다. 그 재미에 길을 놓았다는 생각조차 까맣게 잊게 된다.
제주도에는 곶자왈처럼 길 잃기 쉬운 숲이 있어서 좋다. 그러한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수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태고의 원시를 느끼며 맑은 고독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갖가지 모습을 한 사철란 같은 요정들과 만나기 위해서도 제주 곶자왈 숲에서 한번쯤은 더 길을 놓아버리고 싶다.
섬사철란Goodyera maximowicziana Makino 울릉도, 남해안의 섬, 제주도의 그늘진 숲에 난다. 높이 5~10cm. 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는다. 잎에 희미한 맥만 보이고 무늬가 없다.9~10월 개화. 연분홍, 흰색의 꽃이 3~7개 이삭꽃차례로 달린다.[이명] 산닭의난초, 줄사철란* 본 글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무단 복제 및 유포를 금지해 주시고, 링크를 활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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