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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카의 꽃.나.들.이]179. 산골 아이의 선악과, 뱀딸기
Bio통신원(아이디카)
- 이 재 능 -
뱀딸기
Duchesnea indica (Andr.) Focke
풀밭이나 논둑에서 자라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덩굴이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4∼10월 개화. 뱀이나 벌레에 물렸을 때 열매의 즙을 약용한다.
[이명] 배암딸기, 큰배암딸기, 홍실뱀딸기
어릴 적에는 뱀딸기를 자주 따먹곤 했었다. 그 때의 맛은 달작지근한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요즘 먹어보면 달지도 않고 밋밋하기만 하다. 필시 혀가 사치스러워 진 탓이리라. ‘뱀딸기’는 뱀이 먹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지만, 뱀이 이 열매를 먹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중국 이름이나 한약재로 쓸 때 이 풀을 ‘사매(蛇梅)’라고 하며, 열매의 즙이 뱀이나 벌레에 물린 데 약이 된다고 한다. 뱀딸기는 뱀이 다닐만한 논둑이나 풀밭에 살면서 뱀처럼 땅을 기는 줄기를 길게 뻗어가면서 자라니 이래저래 이 풀은 뭔가 뱀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뱀딸기는 뱀이 겨울잠을 자고 나오는 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땅속으로 들어가는 가을까지 오랫동안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정말 뱀처럼 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뱀딸기의 개화 기간은 쥘 르나르(Jules Renard, 1864~1910)의 뱀이라는 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뱀 / 너무 길다.
세상에서 ‘제일 짧다’는 이 시는 ‘너무 길다’이다.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먹은 후 시작된 인간의 죄가 뱀처럼 길게 수만 년을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일까. 나의 죄는 뱀딸기를 따먹었을 때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금단의 열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글 몽글 먹음직한 빨간 사탕 같은 열매는 먹을 것 없었던 산골 아이에게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서너 살 쬐끄만 입술에 빨간 물을 묻히고서도 먹지 말라는 뱀딸기를 왜 먹었냐는 꾸지람에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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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79년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31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할 때까지 삶의 대부분을 자연과 벗하며 지냈다. 야생화를 즐겨 찾으며 틈틈이 써 놓았던, 조상들의 삶과 꽃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이곳에 연재한다. 그 이야기들을 모아 2014년 9월 ‘꽃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1편 어디에서나 피는 꽃, 2편 그곳에서 피는 꽃’ 를 출간하였다. 블로그 주소 : http://blog.daum.net/leejn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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