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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신경과학계의 통념을 깬 개안(開眼)수술
의학약학 양병찬 (2015-10-26)

지금까지 의학계와 신경과학계의 통설은 다음과 같았다: "생애 초기의 특정시기를 실명 상태로 지내면, 나중에 개안수술을 받아도 시력을 회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뇌가 시각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을 학습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 마노지 쿠마르 야다브는 태어날 때부터 백내장을 앓았다. 선진국에서는 선천성 백내장을 생후 몇 개월 만에 수술로 간단히 치료하지만,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의료혜택을 볼 수 없는 마을이 많다. 야다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다수의 인도 어린이들처럼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부모는 아들이 좌충우돌하며 기어다니는 것을 보고서야 아들의 눈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챘다. 그러나 야다브는 이미 눈이 먼 상태였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마을의 의사는 야다브의 눈을 검사하더니 '영원히 앞을 볼 수 없다'는판정을 내렸다. "우린 그때 완전히 포기했어요. 다른 병원에 가 봤자 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라고 현재 스물두 살이 된 야다브는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1년, 야다브가 살고 있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마을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뉴델리에서 온 안과 전문의들이었다. 의사들은 야다브와 다른 눈먼 아이들을 정밀진단하더니, 언젠가 눈을 뜰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 그해 8월, 야다브는 아버지와 함께 기차를 타고 13시간을 달려 뉴델리에 도착했다. 시로프 박사가 운영하는 자선안과병원에 입원하니, 한 의사가 백내장에 걸린 수정체를 들어내고 합성렌즈를 넣어줬다.

며칠 후 눈의 붕대를 제거하자 야다브의 눈앞에는 환한 세상이 펼쳐졌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사물들이 어른거렸다. 야다브는 사람과 물체를 구별할 수 없었고, 사물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시신경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아 본 적이 없는 뇌(腦)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자극(visual stimuli)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몇 달 동안, 야다브의 뇌는 눈에서 받아들인 신호를 해석하는 법을 익혀 갔다. 그러면서 희미하고 혼란스러웠던 세상은 점차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참고 1】 책을 읽고 있는 야다브

스물두 살의 마노지 야자브가 인도 북부 고라크푸르의 쉼터를 방문하는 동안 책을 읽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두 눈을 실명한 그는, 무려 18년 뒤인 2011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시력을 회복하기 위해 뇌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있는 야다브

1. 프라카시 프로젝트

야다브는 프라카시 프로젝트 덕분에 시력을 되찾은 수백 명의 어린이, 10대, 청년 중의 한 명이다. ('프라카시'란 산스트리트語로 빛(光)이라는 뜻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 실명환자를 보유한 나라다. 36만 ~ 120만 명으로 추산되는 환자 중 대다수가 시골에 사는 관계로, 가난과 빈약한 의료인프라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환자의 40%는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한 질환(선천성 백내장, 각막손상, 눈감염) 때문에 시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완 신하라는 신경과학자의 주도로 2004년 시작된 프라카시 프로젝트는, 가난한 어린이 실명환자들에게 시력을 되찾아주기 위한 인도주의 운동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과학적 목표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MIT에 재직 중이던 신하는, 새로 시력을 얻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의학계의 해묵은 의문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뇌가 시각을 어떻게 학습하는가?'라는 문제였다. 처음에 미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작된 프라카시 프로젝트는 이제 신경과학계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의사들은 "생애 초기의 특정 시기 동안 실명 상태로 지낼 경우, 나중에 개안수술을 받더라도 시력을 영영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왜냐하면 뇌가 시각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을 학습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카시 프로젝트는 야다브와 같은 사례를 통해 그런 통념을 깨버렸다.

"나는 일 년 반 만에 모든 사물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라고 야다브는 말했다. 작고 야윈 체격의 야다브는 공손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하는 동안,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연신 이리저리 굴렸다. 그것은 안진(nystagmus)이라는 증상으로, 선천성 실명의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백내장이 치료되었으므로 시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제 나는 붐비는 시장에서 자전거를 탈 수도 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참고 2】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야다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야다브

"프라카시 프로젝트는 '실명한 지 오래 된 환자들에게도 가소성(plasticity)과 복구(recovery)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증명했다"고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교의 올리비에르 콜리뇬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되찾은 시력이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의 시력과 똑같은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프라카시 프로젝트로 인해 신경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프로젝트의 성과가 뚜렷해짐에 따라, 프로젝트의 리더들은 일련의 후속연구에 착수했다. 그중에는 '착시에 대한 반응을 검사하는 간단한 실험'에서부터 '뇌가 시각정보에 반응하여 재구성되는 과정을 (fMRI를 이용하여) 분석하는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시력을 되찾은 환자들이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동안, 과학자들은 '선천적인 시각요인'과 '후천적인 시각요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과학 교재에는 "선천성 실명 환자를 10년 이후에 치료하는 것은 어렵다"고 씌어 있다.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토르스튼 위즐과 데이비드 허블은 고양이와 원숭이를 이용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뇌가 출생 직후 결정적 기간(critical period)에 시각신호를 박탈당하면, 영원히 시각을 상실하게 된다"고 결론내렸다. 윤리적 문제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실시하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인간의 결정적 기간을 6~8세까지라고 가정했다. 시로프 박사도 처음에는 이 가정에 입각하여, 여덟 살 이상 된 환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었다.

그러나 신하는 관련 문헌을 뒤지다가 수십 년 전 발표된 논문 두 편을 찾아냈다. 거기에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잃은 성인들이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약간의 시력을 되찾았다"고 적혀 있었다. 신하는 2002년과 2003년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실명 환자들의 증세와 원인을 조사했다. 그러던 중 백내장 수술을 하고 나서 시력을 일부 되찾은 성인 네 명을 만났다. 실태조사 후 확신을 얻은 신하는 파라카시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시로프 박사를 설득하여 어린이들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프로젝트에 소속된 연구진(안과 전문의와 보건의료인들)은 농촌 마을에 간이검사소를 설치하고, '백내장 수술이 가능한 환자'와 '비수술 치료(안경, 안약, 내복약)가 가능한 환자'를 가려냈다. 연구진에 의하면, 현재까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은 약 500명, 비수술 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은 1,400여 명이라고 한다.

2. 인간은 빈 서판(blank slate)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시력을 되찾은 어린이들 중에서 출생 직후 실명한 환자 150명을 선별하여, 의학계의 해묵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최근 실시한 연구 결과, 특정 시각기능의 경우 선험적인(경험이 필수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즉, 뇌는 시각세계의 일부를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고전적 착시실험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착시(visual illusion)란 우리가 특정 이미지를 사실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착시를 '뇌신경의 선천적 배선(innate wiring)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른 신경과학자들은 착시를 '학습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논쟁을 해결하기는 매우 까다로웠다. 논쟁을 해결하려면 (시각경험이 없는) 갓난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하는데, 갓난아기들은 시각경험을 보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험을 위해 갓난아기들의 시각경험을 박탈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라카시 프로젝트를 통해 시력을 되찾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이 배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출생 직후 실명했기 때문에, 시각적인 측면에서 갓난아기와 똑같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1년, 신하가 이끄는 연구진은 백내장 수술을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어린이 9명을 연구대상으로 선택했다(부모들과 시로프 자선병원 측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은 출생 직후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연구진은 수술이 끝난 후 눈의 붕대를 제거한 환자들에게 폰조 착시(Ponzo illusion) 문제를 보여줬다. 폰조 착시는 1세기 전에 발견된 것으로, 사다리꼴 모양으로 기울어진 두 변 사이에 같은 길이의 수평 선분 두 개를 위아래로 배치하면, 위의 선분이 더 길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폰조 착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뇌가 2D 이미지를 3D 이미지로 해석하여, 위의 선분이 아래의 선분보다 멀리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폰조 착시가 학습의 결과라면, 9명의 어린이들은 착시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9명의 어린이들은 모두 착시를 일으켰다. 이는 폰조 착시가 선험적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9명의 어린이들은 뮐러-라이어 착시(Müller-Lyer illusion) 문제에서도 착시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폰초 착시와 뮐러-라이어 착시가 '학습(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선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뇌는 특정 이미지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신하 박사는 말했다. 신하 박사는 이 연구결과를 《Current Biology》 5월호에 발표했다(http://www.cell.com/current-biology/abstract/S0960-9822(15)00282-1). "우리는 빈 서판(blank slate)을 갖고서 태어나지 않는다"라고 뉴욕 주립대학교 메디컬센터의 수사나 마르티네즈-콘데 박사(신경과학)는 말했다.

【참고 3】 착시효과의 진실

출생 직후 백내장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가 프라카시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개안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시력을 회복한 직후 실시된 실험에서 두 가지 고전적 착시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뇌가 본래 특정 이미지를 잘못 읽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착시효과의 진실

3. 경험과 학습을 통한 시각회복은 얼마나 가능한가?

프라카시 프로젝트의 환자들의 시력이 수술받은 후 몇 달 만에 현저히 회복된 것은 뇌의 사전배선(prewiring)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각획득(visual acquisition) 과정에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쪽은 '선험'보다는 '경험'과 '학습'인 것 같다. 유아뿐만 아니라 성인의 뇌도 구조와 기능이 변화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액션 비디오게임을 정기적으로 즐기는 성인들은 특정 시각작업(예: 약병에 깨알같이 적힌 글씨 읽기, 군중 속을 헤쳐나가며 여러 명의 친구들을 추적하기)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1) 프라카시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3D 공간에 대한 심상구축이었다. "공간심상(spatial imagery)은 우리의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내가 당신에게 '부엌에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 당신은 부엌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라고 프라카시 프로젝트의 멤버인 타판 간디는 말했다. 이처럼 공간심상은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하지만, 맹인들은 공간심상을 구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연구진이 프라카시 환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해 본 결과, 수술 전에는 공간심상 능력이 부족했지만 수술 직후 향상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가 공간심상을 구축하려면 시각이 꼭 필요하다. 뇌가 공간심상을 구축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결정적 시기'가 아예 없거나 매우 늦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간디는 말했다. 간디와 동료들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Psychological Science》 2014년 3월 12일호에 발표했다(http://pss.sagepub.com/content/25/3/693).

(2) '인간의 얼굴'과 '얼굴 비슷한 사물'을 구별하는 능력에서도 비슷한 적응효과가 확인되었다. 파라카시 환자들은 수술 직후에 이 둘을 구별하지 못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얼굴'과 '얼굴 비슷한 것'을 구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얼굴들도 구별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은 선천적'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된다. 또한 파라카시 환자들은 촉각과 시각을 신속하게 연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그들은 눈을 떴을 때, 눈가리개를 했을 때 만져봤던 물건들을 먼발치에서 보고도 알아맞힐 수 있었다.

(3) 그러나 가소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콜리뇬이 이끄는 연구진이 캐나다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선천성 백내장 환자로 태어나 한 살 이전에 교정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2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며, 3D 지각력과 운동탐지능력도 미약했다"고 한다. 연구진에 의하면 연구대상자들의 뇌는 배선상태가 달라져, 시각피질이 정상인들과 달리 청각신호까지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Current Biology》 8월호에 발표했다(http://www.cell.com/current-biology/abstract/S0960-9822(15)00870-2).

"주목할 것은, 출생 후 불과 수 주 ~ 수 개월 동안 실명상태로 지내더라도 시각피질이 청각에 반응하도록 처리하도록 재조직되며, 그 여파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라고 콜리뇬은 말했다. "그런데 프라카시 환자들의 경우 실명상태가 수년 동안 지속되었으므로, 시각피질이 재조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완전한 시력회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즉, 그들의 뇌에는 과거에 실명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 때문에 정상시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과 똑같은 시력을 갖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4) 신하 박사의 연구결과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확인되었다. 파라카시 환자들은 정상인들만 한 시력(acuity)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수술받은 어린이들을 오랫동안 관찰해 보니, 시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력형성의 '결정적 기간'이 8세 이전에 종료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참고로, 현재까지 수술받은 어린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여덟살이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야다브의 경험은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안경을 끼고 신문의 헤드라인을 읽을 수 있지만, 수술 후 4년이 지나도록 신문과 책의 작은 글씨를 읽는 데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5) 대비감도(contrast sensitivity)의 경우에도 '결정적 시기'가 일찌감치 종료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비감도란 대조, 음영, 패턴을 구분하는 능력으로, 매우 기본적인 시각기능 중 하나다.) 신하 박사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프라카시 어린이들에게 4개의 패턴(집, 사각형, 사과, 원)을 보여주고, 크기와 대비도(contrast)를 변화시키며 패턴을 알아맞춰 보라고 하니, 수술 수 몇 개월 동안 대비감도가 현저히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즉, 어린이들은 대비도가 매우 높은 경우에 한하여, 매우 제한된 크기의 패턴을 인식하는 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시각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예: 시력, 대비감도)가 있으며, 각 요소 별로 '결정적 시기'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시각을 회복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라고 신하 박사의 연구실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아미 칼리아는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 우리 폴랏 박사(신경과학)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 의하면, '결정적 시기'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회복속도가 느릴 뿐이라고 한다.

2004년 폴랏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훈련을 통해 약시(amblyopia)를 치료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선천성 약시환자는 어린 시절에 시각피질의 정상적 발달이 저해된다. 그리하여 시력과 대비도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 양안시binocular vision가 손상되는데, 이렇게 약화된 시각은 열 살이 지나면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폴랏 박사는 약시 환자들을 가버패치(Gabor Patch: 크기와 대비도가 변하는 흐릿한 흑백패턴)로 훈련시킨 결과, 1개월 만에 시력과 대비감도를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교의 아미르 아메디 박사(신경과학)도 훈련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맹인들이 외출할 때 의존하는) 촉각과 청각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맹인들은 청각이나 촉각신호를 해석할 때 (정상인들이 시각신호를 해석하는 데 사용하는) 시각피질의 일부에 의존한다고 한다. 예컨대, 맹인들은 점자를 읽을 때, 정상인들이 독서에 사용하는 뇌영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파라카시 프로젝트는 2016년 기숙학교를 오픈하여, 신체활동과 다감각경험(multisensory experience)을 통해 백내장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의 재활과 교육에 힘쓸 예정이다.

4. 시각회복이 시각피질에 미치는 영향

프라카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과학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시각회복이 시각피질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들은 수술받은 어린이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fMRI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수술 전후 2일에 환자의 시각피질을 촬영해 비교한 결과, 시각피질의 다양한 부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자, fMRI 영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시각피질의 여러 부분들이 각각 다르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시각피질에서 분업(division of labor)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환자에게 사람의 얼굴사진을 보여주니, 정상인의 뇌에서 얼굴에 반응하는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4】시각회복이 시각피질에 미치는 영향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한 프라카시 환자의 시각피질을 fMRI로 촬영한 영상. 그들의 뇌는 정상인들이 얼굴인식에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부분을 이용하는 법을 점차 배워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회복이 시각피질에 미치는 영향

아베디 박사는 이 분석결과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각피질이 난생 처음으로 시각정보를 받아들일 때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사물을 보든 인간을 보든,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는 학습을 통해 사물, 형태, 얼굴을 분간하게 된다. 왜냐하면 시각피질의 여러 부분들이 전문화되어, 제각기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정작 신하 자신은 환자들의 뇌에서 그런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시각을 잃은 지 한참 지난 후에 현저하고 신속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만도 놀라운 일이다." 또한 그는 프로젝트가 이룩한 결과가 과대평가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오래 전에 실명한 환자들이 시각을 되찾지 못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는 프라카시 프로젝트가 야다브와 같은 청년 수백 명에게 광명을 찾아줌으로써, 시각신경과학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 출처: Science, 23 October 2015 Vol 350 Issue 6259
(http://news.sciencemag.org/health/2015/10/feature-giving-blind-people-sight-illuminates-brain-s-secr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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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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