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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CRISPR 2.0: 새로운 유전자가위 발견
생명과학 양병찬 (2015-10-05)

"과학자들은 세균의 면역계를 탐사하던 중 새로운 유전자가위를 두 개 발견했다. 어쩌면 세균의 면역계에는 더 많은 유전자가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세균(적색)은 'RNA-효소복합체'를 이용하여 바이러스(녹색)가 삽입한 DNA를 물리친다. 과학자들은 이 시스템을 유전체편집 도구로 전환시켰다
(※ 출처: 브로드연구소 보도자료 https://www.broadinstitute.org/news/7272)

▶ 3년 전 생물정보학 전문가 대니얼 해프트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생물의 DNA 시퀀스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다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집단을 하나 발견하고는, 그중 하나에 Cpf1이라는 시시껄렁한 이름을 붙였다. "그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게 진핵세포의 유전체를 마음대로 편집하는 차세대 도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현재 국립 생명공학정보연구소(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소재)에 재직중인 해프트는 회고했다.

그런 Cpf1이 마침내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 같다. 그는 바로 CRISPR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분자생물학자 장 펑(브로드연구소, MIT 부설 맥거번 뇌연구소)이다. 장 펑은 《Cell》 9월 24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해프트가 발견한 유전자(Cpf1)에 코딩된 유전자가위(DNA 절단효소)가 CRISPR를 좀 더 간단하고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닌 것 같다. 과학자들은 Cpf1이 발견된 것을 하나의 조짐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세균계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유전체수술 분자들(genome-surgery molecules)이 우글거리며, 이제나 저제나 하며 과학자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CRISPR에는 수백 가지의 변종이 있으며, 그것들은 각각 독특한 이점을 갖고 있어서 유전체 편집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에모리 대학교의 데이비드 와이스 박사(미생물학)는 말했다. 실제로 장 펑이 참가했던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의 컨퍼런스에서, 다른 과학자는 CRISPR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균단백질을 또 하나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CRISPR는 DNA를 삭제·첨가·변형하는 최신기술로,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CRISPR는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자(略字)로, 세균이 외계의 DNA(예: 바이러스의 DNA)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개발한 천연 방어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CRISPR 시스템은 단백질과 RNA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RNA는 DNA를 인식하는 역할을 하고, 단백질(뉴클레아제, 일명 '유전자가위'라고 부름)은 - 종종 다른 분자의 도움을 받아 - 침입자의 유전물질을 절단하는 역할을 한다.

【참고1】 CRISPR의 작용 메커니즘

유전자교정방법

※ 출처: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5&nNewsNumb=002355100015

▶ 한때 과학자들은 'CRISPR가 너무 복잡하여, 유전체편집에 이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침내 Cas9라는 간단한 유전자가위가 발견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Cas9는 약간의 RNA 외에 별다른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아, 유전체편집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Science, 23 August 2013, p. 833). 그리하여 양자(兩者)를 결합한 CRISPR/Cas9는 순식간에 농작물과 동물의 DNA를 변형하는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생물학 및 의학 연구는 물론 - 논란이 있지만 - 인간배아의 유전체를 조작하는 방법으로까지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로템 소렉 박사(미생물학)에 의하면, CRISPR/Cas9는 완벽하지 않다고 한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자자위(Cas9)가 실수로 표적을 빗나가 엉뚱한 유전자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CRISPR에 사용되는 표준 Cas9는 비교적 덩치가 커서, 세포 안으로 집어넣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myboard/read.php?Board=news&id=258033). 이에 코펜하겐 대학교의 쉬라즈 샤 박사(생물정보학)는 Cas9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 펑이 이끄는 연구진의 생각도 소렉이나 샤와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미 국립 생명공학정보센터 유진 쿠닌 박사(생물정보학)의 도움을 받아 젠뱅크(GenBank: 유명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진 끝에, '세균은 적어도 다섯 가지 형태의 CRISPR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독특한 유전자가위를 사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 펑과 쿠닌은 그중에서도 특히 Cpf1 패밀리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Cas9 패밀리보다 더 작은 RNA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두 사람이 젠뱅크에서 찾아낸 Cpf1 유전자의 수는 16개였는데, 장펑은 후속연구를 통해 그중에서 두 개가 인간에게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것들은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겨냥하여 절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pf1은 또 하나의 혁신적인 유전자가위다"라고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에서 CRISPR를 연구하는 스탄 브라운스 박사는 말했다.

장 펑에 의하면, Cpf1과 Cas9의 결정적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첫째, 모든 유전자가위가 DNA 절단을 시작하려면, 소위 'PAM(protospacer adjacent motif) 시퀀스'를 이용하여 표적 DNA의 한쪽 말단에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Cas9는 구아닌(guanine)과 시토신(cytosine)이 포함된 PAM을 필요로 하는 반면, Cpf1은 두 개의 티민(thymine)이 붙어 있는 PAM을 선호한다. "원하는 부분을 마음대로 절단하려면, 다양한 유전자가위를 구비해둘 필요가 있다"라고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 처치 박사(유전학)는 말했다. Cpf1은 특히 인간이나 말라리아병원충(Plasmodium falciparum)의 유전체를 조작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 유전체에는 티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둘째, Cpf1이 필요로 하는 RNA의 길이는 Cas9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로돌프 버랑구 박사(분자생물학)에 의하면 이것은 Cpf1의 확실한 장점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유전자편집 복합체(gene-editing complex)의 합성작업을 용이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셋째, Cas9는 DNA 이중사슬을 단칼에 잘라 밋밋한 단면(blunt end)을 남기는 반면, Cpf1은 계단식으로 절단하므로 들쭉날쭉한 말단(jagged end)을 남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 가닥이 다른 가닥보다 약간(5 염기) 길다. '들쭉날쭉한 말단'이 유전자편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버랑구 박사에 의하면, 인체나 뇌에 흔히 존재하는 비분열세포(nondividing cell)의 유전체는 정확히 편집할 수 있겠지만, 두 가지 DNA 복구 메커니즘(homologous recombination, nonhomologous end-joining)의 비율을 변화시켜 부정확한 편집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참고2】 Cpf1의 특징

① 단일 RNA에 의해 구동되는 유전자가위로, tracrRNA가 필요없고 덩치가 작다.
② 티민(thymine)이 풍부한 PAM(protospacer-adjacent motif)을 이용한다.
③ DNA 이중사슬을 들쭉날쭉하게 절단한다.
④ 16개의 Cpf1 패밀리 단백질 중에서, Acidominococcus와 Lachnospiraceae가 사용하는 두 가지 단백질이 인간세포의 유전체를 효과적으로 편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Cpf1의 작용 메커니즘을 분석하면, CRISPR/Cas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유전체편집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Cpf1

※ 출처: http://www.cell.com/cell/abstract/S0092-8674(15)01200-3

▶ 그러나 Cas9를 카운트아웃 시키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Ca9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으며, 그중 적어 도 하나(수막염을 일으키는 세균에게서 유래하는 Cas9)는 길다란 가이드 RNA(guide RNA)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라고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의 에릭 존트하이머 박사(분자생물학)는 말했다. 이번에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존트하이머 박사는 문제의 Cas9가 RNA에 달라붙은 DNA를 절단할 수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것은 일부 유전체를 편집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 연구결과는 이번 달 《Molecular Cell》에 실릴 예정이다).

"장 펑이 새로 발견한 두 개의 유전자가위가 얼마나 유용한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예컨대 Cpf1의 표적특이성(target specificity)은 아직 불투명하다"라고 CRISPR의 개척자인 UC 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박사(생화학)는 말했다. 버랑구 박사는 Cpf1이 궁극적으로 유전체편집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균의 면역계가 사용하는 무기를 좀 더 들여다보면, 새로운 유전자가위가 발견될 것이 틀림없다. 새로 발견되는 세균의 방어전략은 지금껏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분자도구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존트하이머 박사는 말했다.

【참고3】 세균에게 배워라

장펑이 이끄는 연구진은 끈끈한 말단(sticky end)을 이용하여 DNA 대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Cas9에 의해 절단된 부분은 두 개의 말단이 다시 붙으면서 복구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복구과정은 비교적 엉성하여 오류가 많은 편이다. 물론 세포는 다른 복구방법을 이용하여 지정된 시퀀스를 해당 부위에 삽입할 수 있지만, 그 빈도가 매우 낮다. 장펑은 Cpf1의 톡특한 절단성질을 이용할 경우, 정확한 삽입의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의 양 빙 박사(식물학)는 Cpf1의 등장을 크게 반기고 있다. "현재 유전자편집의 가장 큰 과제는 효율이다. 유전자편집의 효율이 높아진다면 식물학은 크게 진보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균이 진화시킨 유전체편집 시스템을 좀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CRISPR 시스템의 진화적 다양성은 너무 풍부해서, 현행 유전체편집 기법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많은 해법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세균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하버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류 박사(화학생물학)는 말했다. [장과 류는 모두 에디타스메디슨(CRISPR 기반 치료법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에 과학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의 존 판데르오스트 박사(미생물학)는 새로운 유전체편집 방법을 계속 찾아낼 계획이다. "어느 유전체편집 방법이 가장 적합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더 놀랄 만한 방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8152&cont_cd=GT

※ 원문정보: Zetsche, B. et al., "Cpf1 Is a Single RNA-Guided Endonuclease of a Class 2 CRISPR-Cas System", Cell http://dx.doi.org/10.1016/j.cell.2015.09.038 (2015).

※ 출처: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10/new-proteins-may-expand-improve-genome-editing

※ 참고기사: CRISPR/Cas9의 대안 - CRISPR/Cpf1(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8152&cont_cd=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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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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