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재 능 -반디지치Lithospermum zollingeri A.DC.산이나 들의 양지쪽 풀밭이나 모래땅에 나는 지치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25cm. 전체에 털이 있고, 줄기가 옆으로 뻗다가 위로 자란다.4~6월 개화. 꽃의 지름 15mm 내외. [이명] 깔깔이풀, 억센털개지치 반디지치는 모양이 아담하고 이름이 예쁜 꽃이다. 그러나 청량한 밤에 형광을 발하는 반딧불에 견주기에는, 미안하지만 반디지치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반딧불을 닮은 ‘반디풀(ほたる-ぐさ)’이라는 식물이 있고, 이 반디풀을 닮은 지치라고 ‘반디지치’로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반디풀이 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반디지치’라고 부르자니 반딧불을 닮은 구석도 없는 이 식물의 이름이 떨떠름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 꽃에 뛰어드는 이상한 벌을 보고서는 반디지치에 대한 가여운 마음이 더 크게 자리를 잡았다. 벌은 마치 다이빙선수가 물에 뛰어드는 자세로 꽃으로 뛰어들었다. 그 벌을 사진으로 담아서 수소문해보니 ‘긴수염줄벌’이라는 놈이었는데, 긴 수염이란 벌의 긴 주둥이가 수염처럼 보여서 얻은 이름 같았다.
지치류의 꽃은 입구가 바늘구멍만 해서 속이 보이지 않는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잎에 별처럼 보이는 하얀 줄무늬는 약간 도드라져 있으며, 상당한 탄력을 가진 듯이 보였다. 벌은 이 무늬, 즉 하얀 별의 중심을 향해 긴 주둥이를 빳빳이 세우고 체중을 실어서 과감하게 꽂아야 꽃이 벌어져서 꿀을 얻어 가는 듯했다.
나의 관찰과 추리가 맞다면, 반디지치와 비슷하게 생긴 지치류의 꽃들은 긴수염줄벌이나 이와 닮은 곤충이 있어야만 수분이 가능하다. 제 몸길이만한 거추장스런 주둥이를 가진 긴수염줄벌의 입장에서는 보통의 꽃들에게 가서는 다른 곤충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으므로 오직 지치류 꽃들의 전문털이범으로 몸과 기술을 가꾸어야 한다.
여기서 이 둘 사이에 위험하고도 무모한 경쟁이 시작된다. 긴수염줄벌은 보다 꿀을 쉽게 채취하려고 주둥이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지치류는 쉽게 꿀을 주지 않으려고 꿀샘을 더 깊이 감추도록 진화한다. 이런 진화의 개념을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라고 들었다.
공진화 관계에 있는 두 생물 중 어느 하나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함께 무모한 경쟁을 해온 상대도 같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어느 자료를 보니 긴수염줄벌이 감소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것이 대기 오염이나 농약 탓인지,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그들의 천적이 나타났는지, 전염병 탓인지 알 수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반디지치의 번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경쟁자가 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일 수밖에 없다.
지치Lithospermum erythrorhizon Siebold & Zucc. 산이나 들의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70cm.줄기는 곧게 서고, 뿌리가 땅 속 깊이 들어가며 굵고 자주색이다.5~6월 개화. 뿌리를 약용하고, 자주색 염료로 쓰며, 진도 특산주인 홍주의 붉은 색을 내는데 쓴다. [이명] 자초, 지초, 지추* 본 글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무단 복제 및 유포를 금지해 주시고, 링크를 활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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