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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45. 1년밖에 못사는 은어
Bio통신원(녹원담)
박종현(수생생물 커뮤니티 녹원담 운영자, BRIC 준동정위원)
은어 성어
6~7cm가량 되는 은어. 이정도 크기가 되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Hiroshi Ishii님 제공.
은어는 깨끗한 수질에서만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외에 일본의 강 하류나 타이완, 중국의 산둥 반도에 주로 서식하며, 지금은 산업화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어 그 수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대부분의 하천에서 모습을 보여 왔으나, 지금은 섬진강과 섬진강의 지류 외에는 은어를 보기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한강에 은어가 꽤 발견되고 있는 추세인데, 약 5~10년 전 은어 치어를 섬진강으로부터 구해다가 한강에 방류했기 때문이다. 약 70~80년대쯤에는 산업화로 인해 한강이 극도로 오염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은어가 일정량 서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질은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은어는 생활사가 참 독특한 어류이다. 회귀성 어류인데, 한평생의 절반을 바다에서 살다가 강 상류로 올라오고, 산란기가 되면 다시 강 하구로 내려온다. 일단 9~10월경, 강 하구에 은어의 치어가 태어나면 은어치어는 곧바로 바다 연안으로 내려간다. 강보다 바다가 영양분이 풍부한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에 서식하는 기간 동안, 은어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쉽게 섭식할 수 있도록 송곳니 형태의 이빨이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약 6개월 간 동물성 플랑크톤을 섭식하며 6~10cm가량 성장한 은어는 3~4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강 상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가 강에 은어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때이다. 연어처럼 무리를 지어 빠른 속도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고, 조류(algae)나 소형 수서곤충, 갑각류를 주로 섭식하며 강 상류로 천천히 올라간다. 이렇게 약 몇 개월을 강 상류로 올라가는 데에 시간을 보내다가, 9월쯤 되면 방향을 틀어서 자신들이 산란할 장소인 강 하구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은어가 강에 머무르는 동안, 작으면 20cm에서 크면 최대 30cm까지 성장하며, 이빨도 조류를 쉽게 뜯어먹을 수 있도록 빗 모양으로 변형된다. 각자의 영유권을 행사하며 텃세를 부리기도 한다. 고유의 영유권을 행사하는 은어의 특성을 이용해서, 낚싯줄에 은어를 꿰어 물속으로 넣는 방식으로 낚시를 하기도 한다. 낚싯줄에 묶인 은어를 자신의 영유권을 침범한 놈으로 착각하고 공격하게 하여 낚시바늘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이다.
아무튼 9~10월경 강 하구로 내려온 은어는 그 곳에 무리를 지어 산란장을 형성해 산란을 시작한다. 산란기가 된 수컷은 붉은색의 빛깔을 띤 아름다운 혼인색을 뽐내게 된다. 한 마리의 암컷에게 여러 마리의 수컷이 달라붙어 몸을 비비기 시작하는데, 이 때 암컷은 혼인색이 진한 수컷을 선택해 짝짓기를 시작한다. 혼인색이 진할수록 개체가 강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짝짓기를 마치고 약 1만여 개의 알을 낳는 암컷은 산란장에서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며, 수컷의 아름다웠던 산란색도 금방 빠져 몸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므로 은어의 수명은 약 1년 남짓으로, 한 세대가 매우 짧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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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인 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물방울’ 이란 이름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수생태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일반 대중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멘토링 및 강연을 하거나 과학서적을 출판하면서 과학 및 생태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대학생이기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눈을 넓히는 공부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입니다.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waterdro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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