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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31. 생물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미꾸라지
Bio통신원(녹원담)
필자가 얼마 전 뉴스에서 모기와 관련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반도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일본 뇌염 모기가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작년에 비해 모기의 수가 2배 정도 증가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작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으면서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많이 제공되지 못해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작년에 비해 열대야 현상이 더욱 일찍 나타난 데다, 비도 간간히 내리면서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모기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민물고기가 바로 미꾸라지다. 모기 유충은 미꾸라지의 최고 간식거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많이 분포하고 있는 미꾸라지 종들 중에서 한국산 미꾸라지는 외국산 미꾸라지보다 모기유충을 더욱 잘 잡아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되고 있는 논에 한국산 미꾸라지를 몇 마리 투입한 결과, 불과 하루 만에 모든 모기 유충이 사라졌다고 하니 말이다. 말라리아모기로 고통 받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인체에도 유해한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모기 퇴치 용도로서의 미꾸라지 연구를 꾸준히 진행한다면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 기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꾸라지는 인류의 역사와 아주 연관이 깊은 민물고기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3만 년 전에는 미꾸라지의 수가 세계적으로 그리 많이 분포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꾸라지는 주로 강의 하류나 연못처럼 물살이 매우 느리고 진흙이 많은 곳을 선호하는데, 2~3만 년 전에는 이런 곳이 많이 분포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가 농경사회에 접어들고 곡물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하여 미꾸라지가 서식하기에 적절한 물웅덩이(농수로, 논 생태계, 저수지 등)가 많이 생겨나면서 미꾸라지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류 농경의 시작은 인류의 인구 증가 뿐 아니라, 미꾸라지의 개체수도 함께 증가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미꾸라지의 수가 다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제초제나 살충제가 발명된 이후였다. 논 생태계에 많은 양의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리면서 많은 미꾸라지들이 죽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많은 수의 미꾸라지들이 사람들에 의해 희생당한 이후, 그 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농약의 유해성이 입증되고 유기농 농법(친환경 농법)이 각광받기 시작한 이후였다. 농약을 뿌리거나 남획을 하지 않고 논 생태계 내 생물들의 왕성한 먹이활동을 통해 잡초와 해충을 제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꾸라지는 모기 유충 외에 작물에 병충해를 일으키는 해충들을 잡아먹고, 제초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수가 끝나면 많은 해충을 잡아먹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먹을 수도 있어 높은 부가가치도 창출해 낼 수 있다. 실제로 미꾸라지 치어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빨라 3개월만 지나면 식용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쌀도 얻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미꾸라지도 얻고! 일석이조가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과거에 제초제 및 살충제 남용의 후유증 때문인지 그 수가 많이 적기 때문에 중국산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산 미꾸라지가 중국산 미꾸라지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싸다 보니 중국산 미꾸라지가 국산 미꾸라지로 둔갑해 식탁에 올라왔던 사건도 있었다. 최근 모기 퇴치 목적으로 생태공원이나 작은 연못에 많은 수의 미꾸라지를 방류하는 추세인데, 어쩌면 이 미꾸라지들도 중국에서 수입해 온 미꾸라지일지도 모르겠다. 미꾸라지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미꾸라지들의 수가 증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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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인 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물방울’ 이란 이름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수생태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일반 대중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멘토링 및 강연을 하거나 과학서적을 출판하면서 과학 및 생태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대학생이기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눈을 넓히는 공부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입니다.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waterdro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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