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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26. 물위의 요정 소금쟁이
Bio통신원(녹원담)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고인 물이나 물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맑은 개울에는 항상 소금쟁이들이 있다. 대체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지만 비가 만들어 놓은 진흙탕의 고인 물에도, 건물 옥상의 고인 물에도 항상 소금쟁이가 나타나서 물 위를 노닐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친숙하게 느끼는 곤충이기도 하다.
소금쟁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물 위를 걷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 벌레(jesus bugs)라는 독특한 별명도 가지고 있다. 소금쟁이가 이렇게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이유는 액체가 표면적을 줄이기 위해 작용하는 힘인 표면 장력 때문이다. 소금쟁는 발이 물에 닿게 되면 물이 오목하게 들어가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물의 표면은 소금쟁이의 발을 위로 밀어 올려 표면적을 줄이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소금쟁이가 표면장력으로 물에 뜰 수 있는 원리이다. 실제로 소금쟁이가 물에 떠 있을 때 소금쟁이의 다리와 물이 맞닿아 있는 부분을 보시면 물이 마치 보조개처럼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금쟁이가 표면장력의 원리로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0.02g정도밖에 안 되는 가벼운 체중 덕분이다. 워낙 체중이 가벼우니 중력으로 인해 아래로 작용하는 소금쟁이의 무게보다 위로 작용하는 표면장력이 더욱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금쟁이의 다리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관찰해 보면 잔털이 무수하게 많이 나 있는데, 이 잔털에서 분비되는 기름이 물을 밀어내 표면장력을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또, 잔털이 물과 접촉하게 되면 공기방울이 잔털 사이사이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공기방울이 작용하는 부력도 소금쟁이가 물에 뜨는 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체중을 사방으로 분산시켜 주는 소금쟁이의 마스코트, 4개의 긴 다리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금쟁이가 물에 뜨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보니, 소금쟁이는 오직 물에 뜨기 위한 최적의 신체만을 고집하며 진화해온 모양이다.
소금쟁이는 이런 방식으로 물 위를 떠다니다가 죽은 곤충이 수면으로 떨어지면 잽싸게 달려가 체액을 빨아 먹는 육식 곤충이다. 하지만 육식성이라면 대부분 몸집이 크고 힘도 센 다른 곤충들과는 달리 체중도 가볍고, 몸집도 약 1~1.5cm정도로 매우 작아서 다른 초식곤충과 별 다를 것 없이 새나 물고기들의 먹잇감으로 전략하곤 한다. 그래서 소금쟁이 다리의 감각은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하다. 아주 미세하게, 약 수백, 수천 분의 1mm 높이로 잔물결이 일어도 알아챌 정도로 말이다. 육식성인데 몸집도 작고 힘도 약한 데다,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으니 이렇게 예민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덕분에 실시간으로 잔물결의 파동을 감지해서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면 빨리 도망칠 수 있고, 먹잇감이 수면 아래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잔물결을 감지하면 다른 경쟁자들에게 먹이를 빼앗기기 전에 빨리 달려가 먹이를 차지할 수 있다. 도대체 감각기관이 얼마나 발달해 있는 것인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소금쟁이의 민첩성도 경쟁하는 다른 포식자보다 먼저 먹이를 차지하고,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걷는 모습을 보면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이 빠르게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소금쟁이의 다리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덕분에 소금쟁이는 1초에 약 자기 몸길이의 100배까지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키가 170cm인 사람이 1초에 170m를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는데, 키가 195cm인 육상선수 우사인볼트의 100m달리기 세계신기록이 9초 58이니 소금쟁이와 우사인볼트의 신체 크기가 똑같다는 가정 하에 소금쟁이가 우사인볼트보다 18~19배 정도 빠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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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인 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물방울’ 이란 이름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수생태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일반 대중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멘토링 및 강연을 하거나 과학서적을 출판하면서 과학 및 생태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대학생이기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눈을 넓히는 공부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입니다.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waterdro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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