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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15. 빙글빙글 도는 곤충 물맴이
Bio통신원(녹원담)
물맴이는 소금쟁이처럼 물 위를 동동 떠다니면서 빙글빙글 도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물맴이라는 이름도 물 위를 맴맴 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물맴이라는 이름 외에도 ‘무당선두리’ 나 ‘물무당’ 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굿을 하는 무당처럼 빙글빙글 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들이다. 또, 회전목마처럼 빙글빙글 돈다고 해서 ‘Whirligig beetle(윌리기그 비틀, 회전목마 딱정벌레)’ 라는 영명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물맴이는 크기가 약 6mm ~ 7.5mm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곤충이기도 하다. 크기가 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름을 가진 왕물맴이마저도 약 8mm ~ 10m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물맴이는 적어도 10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하며 연못이나 저수지 같이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얕은 물에서 서식한다. 집단생활을 하면 천적이 나타났을 때 다른 동료에게 천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려서 더욱 빨리 도망칠 수 있고, 짝짓기를 할 짝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맴이는 크기가 6mm ~ 10mm에 불과한 매우 작은 곤충이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물자라나 송장헤엄치게 같은 육식곤충이나 물고기들이, 물 밖에서는 새나 잠자리들이 잡아먹는 먹이로 쉽게 전략하곤 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물맴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물맴이가 물에 떠 있을 때에는 몸의 절반은 물속에 잠겨 있고, 나머지 절반은 물 밖에 있다. 이 때 물맴이의 옆모습을 잘 살펴보면 마치 눈이 4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속에 2개, 물 밖에 2개씩 말이다. 이것은 물맴이가 물속에 있는 천적과 물 밖에 있는 천적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물맴이는 눈이 2개이다. 겉으로는 4개로 보이지만, 위아래로 있는 2개의 눈은 사실 하나의 눈이다. 위아래의 눈 사이에 있는 짧은 더듬이도 물맴이가 천적으로부터 도망치고, 먹이를 감지하는 데 크게 한 몫 한다. 물맴이는 이 더듬이를 이용해서 수백 수천분의 1mm에 이르는 잔물결마저도 감지해서 곤충이 물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곤충이나 새가 날면서 일으키는 바람에 의해 출렁이는 약한 잔물결도 감지한다. 덕분에 더듬이를 이용해서 주변에 다른 물맴이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잔물결이 이는 방향으로 이동해서 순식간에 무리를 지을 수 있다. 아무래도 물맴이가 빙글빙글 도는 이유는 잔물결을 일으켜서, 더듬이로 잔물결을 감지한 다른 동료들을 모아 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모양이다. 하지만 물맴이가 더듬이로 잔물결을 감지한 후, 잔물결을 일으킨 생물이 천적이거나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면, 물맴이는 재빨리 표면장력을 깨 버리고 물속으로 들어가 물풀 속으로 숨어 버린다. 그리고 물방개처럼 딱지날개와 배 사이에 저장해 놓은 공기로 호흡을 한다. 잔물결을 통해 먹이와 천적을 감지하는 소금쟁이의 재능과, 몸속에 산소를 저장해서 숨을 쉬는 물방개의 재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물맴이는 물 밖 외에 물속에서도 물고기나 육식 수서곤충에게 잡아먹힐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물속에 있는 천적을 발견하면 물 밖으로 뛰쳐나와서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천적에 잡혔을 때, 쓴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물맴이의 쓴맛을 한번 본 천적은 다시는 물맴이를 먹을 생각조차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매우 작은 곤충인 물맴이마저도 경외감마저 느끼게 하는 놀라운 생존 법칙들과 멋진 재능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곤충이든지 무조건 사람보다 약하고 작은 존재라 하여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실제로, 곤충이 분비하는 물질을 연구했던 곤충학자이자 화학생태학자인 토마스 아이스너는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존재들의 놀라움은 작은 몸집이 아니라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함에 있다. 곤충에 비한다면 하늘의 별도 지극히 간단한 구조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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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인 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물방울’ 이란 이름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수생태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일반 대중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멘토링 및 강연을 하거나 과학서적을 출판하면서 과학 및 생태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대학생이기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눈을 넓히는 공부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입니다.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waterdro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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