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그려집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PD의 지시에 따라 드럼을 치고 여러 뮤지션을 만나며 곡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참관합니다.
그런데 얼핏 주연으로 보이는 유재석은 사실 음악적 기여를 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첫날 PD의 지시에 따라 어리둥절한 상태로 드럼을 쳐본 것이 다이죠. 유재석이 만들어낸 드럼 비트는 지극히 단순하고 기초적인 것이라 음악적 기여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멜로망스 정승환이 이 위에다가 아무 유행가를 입혀도 전혀 어색하지 않죠. 게다가 이 단순한 비트조차 다른 사람이 일일히 지시해준 것에 따라 친 것이므로 유재석의 역할은 잘 해봐야 세션맨, 못하면 오히려 시간 낭비입니다. 유재석을 가르친 드러머가 눈 감고도 칠 수 있는 비트인데 괜히 가르치느라 시간이 들어갔고 박자도 강약도 불안정하여 편집하는 데 시간이 들어갔으니까요.
세션맨은 대부분의 경우 곡에 이름을 올리지 않습니다. 세션맨보다 못한 사람은 더더욱이 곡에 이름이 들어갈 수 없죠.
다행히 이 모든 것은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기에 용인됩니다. 목적이 곡의 권리를 따지는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프로그램의 기획을 PD와 유재석이 같이 했을거라 볼 여지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훈훈한 경우가 아닌 다른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어떤 부모가 아는 뮤지션의 작업실에 자신의 아이를 '인턴'으로 넣습니다. 이 인턴은 음악적 기여를 할 능력이 없습니다. 예체능 전공이기는커녕 이과 전공이었거든요. 평소에 가요는 좀 들어봤답니다. 그 정도로 곡의 방향과 구성도 이미 다 결정된 상황에 뭘 하겠습니까? 드럼채를 잡는걸 알려주는 시간보다 능숙한 세션맨이 후딱 녹음하는게 더 빠를 정도죠. 인턴 생활을 1년, 반년, 적어도 3개월이라도 했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곡의 프로듀서는 놀랍게도 이 아이를 작곡가로 올려주고 곡의 지분을 가장 높게 매깁니다. 이 아이는 이를 활용하여 서울 예대 진학에 성공합니다. 더 재미있는건 이 아이가 이러한 '인턴' 활동을 여럿 하여 여러 곡에 작곡가로 올라가고 유명 뮤지션들에게 활동 관련한 서류를 받았다는거죠.
자, 우리는 이 아이와 부모와 뮤지션들을 어떻게 평가해야겠습니까? 사실 아이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물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나이에 무얼 결정하겠습니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완성시켰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