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오피니언
비판의 날을 세우지 말라는 분들께.
그래요 (대학원생)
누군가가 과학기술인, 교육자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레이싱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령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지 못할지라도, 타고 가는 것 그리고 가지고 가는 것이 다소 차이가 날 지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코스를 완주해야만 하며 레이싱 코스 안에 있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모두 헤쳤기에 완주한 자들에게 ‘과학자’, ‘교육자’라고 부르며 사회에서 인정해주고 특성화 된 일을 맡기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 계신 몇몇 분들은 이미 불공평한 게임에서 특정 사람에게 지름길을 한 두개 놓아주는게 무슨 큰 대수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코스를 완주하지 않은 사람에게 코스를 완주한 상장을 부여하고 싶습니까? 그것이 모든 길을 통과한 선배, 동기, 후배들에 대한 예의입니까?
그리고 또 묻습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지름길만을 허용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같은 논리로 여러 개의 지름길을 놓는 것은 안됩니까?
그렇다면 마지막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과학자, 교육자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아니라고 이야기하시겠습니까?
이번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 의대교수가, 고2 문과생이 단지 성실하다는 이유로 SCIE급 저널의 논문 1저자를 주어 과학자가 되는 지름길을 놓아준 셈이 되었고, 이미 논문이 출판 되어 무려 10년 넘게 게재되어 있었습니다.
설령 그 학생이 아주 똑똑해서 제1저자에 등재될 수 있었다고 가정해봐도 없던 기회를 통한 지름길 놓기를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고등학생은 논문 실적을 첨부 못하게 바뀐 것이구요.)
이번일에 많은 과학기술인, 교육자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우리 모두가 통과했고, 통과하고 있으며, 통과해야 할 그 코스를 완전히 부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시작이 같을 수 없고, 결과 또한 같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정은 최대한 평등하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것을 위해 수 많은 과학자, 교육자들이 연구 윤리를 지키는 것이며 지금도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는 결과에 머리 감싸쥐며 밤잠을 설치는 겁니다.
과정의 평등조차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슨 과학자, 교육자입니까?
작금의 사태를 옹호하시는 분들은 과학자나 교육자가 맞으신지요? 그냥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오신 것이라면 차라리 이해하겠습니다.
명백한 윤리 위반의 증거가 논문으로 출판까지 되어 있는 마당에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논문의 IF가 낮으니 고등학생도 쓸 수 있다, PI가 저자는 마음대로 정하는거다 등등 말도 안되는 논리로 멀쩡히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진 빼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지키기 위해 선배, 동료, 후배 과학자들이 걸어왔고, 걷고 있고, 걸어 갈 길에 대한 모욕은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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