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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소리] 제가 있을 수 있는 연구실이 있을까요
회원작성글 오웬찡
  (2019-07-29 16:20)

안녕하세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그냥 답답해서 글 써봅니다.

 

이 세상에 정말 이 한 몸 일할 실험실이 없는 걸까요.

 

처음 들어왔을 때, 석사라고는 저밖에 없고 대부분 박사 4년차,

니면 포닥들에게 온갖 심부름, 뒤치닥거리 구박 받으며 근 1년은 실험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넌 눈치가 없으니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 해야겠다, 이렇게 할 거면 전 실험실로 돌아가라, 실험실 대청소 후 치킨을 먹으려는데 치킨집 번호를 모르자 대체 넌 할 줄 아는 게 뭐냐는 둥 욕설이나 구타만 아니었지 정말 심하게 괴롭힘 당했습니다.

 

겨우 프로젝트 하나 받고, 박사 과정 오빠랑 같이 일 하면서 저를 괴롭히던 무리에서 벗어나 숨은 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실험하고 있으면 안괴롭히니까요.

 

왜 이렇게 못하냐며 구박받던 실험도 제대로 배우니 잘 진행이 되었고,

조금씩 제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슬슬 저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특히 저를 심하게 괴롭히던 여자 한 명과 크게 싸우니 그 뒤로는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신입이 들어오고, 나가고 또 들어오니 실험실 분위기가 많이 변했습니다.

교수님이 저보고 석사만 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열심히 파벌을 형성하던 사람이 떠나고, 실험실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던 박사님이 떠나고..

분위기가 좋아지니 윗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신입은 저보다 못해도 칭찬 듣고 또 옆에 끼고 잘 가르치는 거에요.

 

사람 몸이 웃긴 게 힘들 때는 하나도 안 아프다가 좀 살만하니까 아프기 시작합니다. 저는 불면증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슴에 불이 나고 자꾸 나쁜 생각이 나면서 너무 억울하더라고요.

손에 든 비이커로 저 여자의 머리를 치면 어떻게 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제가 무서워지면서 정신과에 가서 불면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브릭에 인간 관계에 대한 글을 막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교수님께 이런 사정을 말해서 해결해야 한다, 해결은 못하더라도 자기 연구실 내 사정이 어떤지는 파악해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있어서 제가 겪은 일을 정리해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언니들에게 실험을 배우는 게 정말 힘들다, 과거에 많이 괴롭힘을 당했고, 실험도 잘 안 가르쳐주고 다르게 알려준다, 차라리 오빠들에오 배울 테니까 제발 언니들과 엮이지 않게 해달라.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교수님은 저를 따로 부르셔서 나무라시더라고요.

그건 네가 문제라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과거 애기 들어보면 파벌싸움이 정말 개싸움이었습니다,) 대체 너는 왜 그러냐. 넌 잘못이 하나도 없냐, 빨리 언니들한테 가서 싹싹 빌고 심부름이라도 해서 실험 배우라고 그러셨습니다.

 

저는 그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못한 게 있다 한들 그 사람들은 연구실에서 권위도 있고 여러 명인데 저는 혼자라고, 더 받는 피해가 많지 않겠느냐고 하자

교수님은 그럴수록 네가 더 기어야지 이러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지금 그런 문화는 어딜 가나 있다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지 않냐며 그 정도는 아니지 않냐고.

 

거기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가치관이 맞지 않는구나, 어떤 벽이랑 대화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같이 일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 이후 다른 박사님이나 오빠들이 많이 도와줘서 많은 실험을 배우고 진행했어요. 약물 스크리닝 실험으로 석사 논문을 쓰기로 하고 선별한 화학물질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면서요.

 

그렇게 몇 달, 교수님이 타 대학에서 새로운 화학 물질을 받아다 주셨습니다.

네 졸업 논문이 될 수 있으니 잘 해보라며 주시기에 속으로는 굉장히 기뻤어요.

그래도 교수님이 절 신경 써주시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제가 가진 라이브러리보다 교수님이 가져다 주신 걸로 하루 13~14시간씩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를 안쓰럽게 생각하셨는지 평소에 종종 조언을 구하는 박사님께서 너 그거 타 대학교 학생 졸업 논문인거 알고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전혀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기에 더 여쭈어봤습니다. 교수님이 저의 졸업을 위해서 가져오신 줄 알았던 화학 물질은 그 화학 물질을 합성한 타 대학교 교수님 방의 대학원생이 만든 거였고, 그 대학원생은 그 화학 물질로 졸업하기로 되어있던 거죠. 제가 한 일은 그저 그 대학원생의 Figure 하나로 들어갈 거고요.

 

그 대신 우리 교수님은 특허권을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박사님이 너무 교수님 믿지 말라고, 그저 너도 공동 저자로 들어가는지 넌지시 물어보라셨습니다. 저는 그날 박사님께는 별 말 못했지만 집에 와서 펑펑 울었어요. 배신감도 들고, 교수님을 믿었던 제가 너무 싫어서요. 말이라도 해주지, 같이 하는 프로젝트라고 한 마디라도 해주지..

 

제가 좀 덤벙거리긴 하지만 많이 극복했습니다.

실험 뒷정리도 잘하고 다음 사람이 바로 실험 할 수 있도록 부족한 시약도 바로 바로 만들어놓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성격이 그렇게 모난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도 진행해봐서 어지간한 문제는 제 선에서 해결할 줄 압니다. 부족한 점은 극복하려 노력하는 성격이고 워낙 손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실험도 좋아합니다.

 

이런 제가 사람 관계에 마음을 놓고 실험에 집중할 수 있는 실험실은 없을까요.

교수님과 대화가 잘 되고, 어느정도 도덕성을 갖추신 말이 통하는 분은 안 계신가요.

 

실험이 좋아서 버티는데, 이제는 너무 지쳤습니다.

요즘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긴 글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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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9  
네이버회원 작성글 de********  (2019-07-29 18:02)
1
형 -노라조- 해줄 말이 이거밖에 없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이래봐서 아는데 (정신과 치료도 받고 했지요. 금방 극복했지만) 버티는 거 밖엔 답 없습니다. 뭔가.... 돌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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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오웬찡  (2019-07-30 09:17)
2
그 노래 제목만 들어봤는데, 이번에 찾아서 들어봤습니다. 버텨야죠 일년도 안남았는데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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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더잘하고싶다  (2019-07-29 19:25)
3
대학원이 사람을 병 들게 만들죠.. 쥐꼬리만한 권력 가지고 완장질도 심하고 별 방법이 없습니다. 스스로를 날카롭게 벼려서 건들면 그어버리는 겁니다. 랩미팅 때 발표는 학회처럼.. 질문은 경쟁그룹 만난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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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오웬찡  (2019-07-30 09:19)
4
ㅠㅠ 제 성격이 좀 둥글둥글해서 그런걸 잘 못해요.. 경력도 적은 사람이 5년 차이나는데, 제가 모자라서 어렵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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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eizo  (2019-07-29 22:06)
5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험에 대해서는 뭔가 오해하고 계신거 같은데요. 다른 학생이 특정 화학물질 합성해서 그거로 졸업논문낸다 해도, 다른 학생이 그 화학물질 분석해서 그 내용으로 졸업 논문 내는데 전혀 문제 없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화학물질이 아닌 이상 당연히 그건 누군가 다른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만든거고, 합성랩에선 그거 합성해서 논문 내는거고 측정랩에선 그거 측정해서 논문내는겁니다. 합성 논문 측정 논문 합치면 더 좋은 논문 될것 같고 한 쪽이 기여도가 월등히 높은 상황이 아니면 공동 1저자 논문 내는거고, 아니면 서로 1저자 논문 각자 내고 공저자로 서로 넣어주는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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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오웬찡  (2019-07-30 09:20)
6
졸업 요건이 SCI급 논문 한 편이라 좀 특이한 케이스로 대학원이 특정될까봐 적지 않았어요. 글 쓸 때 감정이 들어가 헛수고 한것 같다고 적었네요. 오해하기보단 교수님이 다른 사람과 공동 1저자 논문을 낼 가능성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신 점이에요. 제가 안물어본것도 잘못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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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오웬찡  (2019-07-30 09:20)
7
졸업 요건이 SCI급 논문 한 편이라 좀 특이한 케이스로 대학원이 특정될까봐 적지 않았어요. 글 쓸 때 감정이 들어가 헛수고 한것 같다고 적었네요. 오해하기보단 교수님이 다른 사람과 공동 1저자 논문을 낼 가능성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신 점이에요. 제가 안물어본것도 잘못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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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일상다반사  (2019-07-30 08:31)
8
너무 힘드시겠네요.. 그냥 말씀드리고 싶은건 있을때는 그게 전부같아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실험실의 안좋은 사람들은 내 인생에 1도 안중요한,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뿐이라는 겁니다. 결국 남는건 좋은 사람이고 좋은 영향력 뿐이더라고요. 그리고 석사는 졸업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냥 졸업만 신경쓰세요. 교수님과 졸업 논문에 대한 기준을 한번 디스커션 해보세요. 그래서 이게 누군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데, 만약 내가 그냥 피규어 하나 내는거면 내 졸업은 뭘로 하는지 꼭 당당히 여쭤보세요. 내 졸업은 나 빼고는 누구도 안챙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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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오웬찡  (2019-07-30 09:22)
9
ㅠㅠ 감사합니다. 저 신경써주시는 박사님도 그 말씀 해주셨어요. 니 졸업은 아무도 안챙겨준다고ㅠㅠ 그냥 계속 negative data가 나오니까 조금 조급한 마음도 있네요.. 석사 2년차인데, 석사 졸업을 2년 넘기면 손해일거 같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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