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수도권 한 대학에서 학부 졸업하고 학부생때부터 인턴으로 지낸 랩으로 진학해 현재 석사 3학기를 마친 학생입니다.
제가 이 랩을 택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학부시절 2학년까지 많이 방황했었지만 지금의 지도교수님을 만나면서 정신차리고 공부해 관련 분야 수업은 거의 A+ 학점을 받아 이 교수님께는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진학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생부터 인턴으로 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을거라던 교수님 말씀에 저는 학부 3학년 여름부터 인턴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여름방학에는 실험실 사수한테 어떤 식으로 실험실이 돌아가는지 배우고 마침 사수가 논문을 내는 실험이 있어서 그 실험을 repeat하며 감각을 익혔습니다.
그 후 교수님께서 갑작스레 저에게 한 가지 프로젝트를 주시면서 이제 oo이는 이 실험을 시작해보자라시며 저는 사수 없이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고, reaxys에서 몇가지 논문들을 찾아가며 개강 후에도 혼자 어떻게든 실험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름방학 동안 사수와 해본 경험(그것도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만으로는 전혀 쉽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첫 프로젝트는 전혀 진전없이 결국 엎어지게 되었고, 교수님께서는 원래 실험은 안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자책하지 말라시며 다른 프로젝트를 주셨습니다.
이후에도 실패가 이어졌지만 저는 언젠간 될 거라고 막연히? 믿으며 해당 랩에 석사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한 실험이 가능성을 보여 씨름한 결과 3학기가 되어서야 한 저널에 현재 투고까지는 하게 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한 저널에선 리비전까지 했습니다만 레프리 1명의 격한 반대로 다른 저널에 투고하게 되었네요)
그렇게 1개 논문을 내고나니 이제 교수님께서도 이 주제로 졸업논문까지 쓰자는 확답을 받았고, 아직 1학기 (1월 말까지 일한다치면 5~6개월 남은 것 같습니다.) 남았으니 랩의 박사 과정 선배를 도와 실험하자고 하셔서, 전혀 모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약 2주전부터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저희 랩은 3가지 완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약 2년? 만에 새로 사수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와는 너무 다르고 별로 관심도 가지 않는 내용이라 동기부여도 전혀 되지 않아 공부를 거의 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 잘못이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교수님께서 시키는 것만이라도 하고, 이 일은 결국 박사과정 선배님께서 언젠가 다시 가져가실 일이니 어떻게 진행 되고 있는지 최소한 보고라도 잘해두자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했는데 박사님께서는 그것만으로는 마음에 차지 않으시는지 석사 3학기도 끝났으면서 교수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끝이냐고, 왜 시켰는지 생각해보고 뭐가 문제가 되는지 이런것도 생각 해야하지 않냐며 온 갖 의문점, 지적사항들을 쏟아내면서 혼내시더라고요..
물론 앞서 말했듯 공부를 별로 안했기 때문에 제가 그런 생각을 못한거지만.. 프로젝트에 겨우 2주 참여한 제가 1년 넘게 이 일을 하신 박사님의 식견에 어떻게 따라갈 수 있었을까요 하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 박사님께 석사 3학기도 마쳤으면 이정도는 스스로 해야지라는 말을 듣게 되니 대체 난 지금까지 뭘 해온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슬펐네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결국 어제 교수님께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3가진데, 2가지는 거의 마무리되는 사업이라 별로 아카데믹한 성과는 없는 잔업수준이고, 새로 투입된게 2주전입니다) 3가지 일 도저히 못하겠다. 너무 부담된다고 말씀 드리고, 새로 시작한 일을 대놓고 빼고 싶다곤 말씀 못드렸지만 교수님께서는 새로 시작한 일은 계속 시키고 싶은 눈치더라고요..
그렇게 상담도 어영부영 끝나게 되고 다시 실험실에 온 저는 교수님께서 다음으로 시키신 일들에 대해 박사님께 보고 했는데 또 마찬가지로 왜 이런식으로 일을 하냐며 누구한테 일 배웠냐고 혼났었슨다. 그러더니 A4용지에 손수 적어주시며 논문들 찾아보고 오늘 출장 다녀올 때까지 실험 계획 해놓으라고.. 하며 갔습니다.
이렇게까지 봐주시는 사수가 고마워서라도 공부하고 하는게 맞고, 또 그렇게 해야되는건 알겠는데.. 여전히 전혀 흥미없는 이 프로젝트를 졸업 하나만 바라보고 버티는 게 과연 옳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한번 교수님과 면담을 하면서 정말 이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 드리는게 옳은가.. 고민이 되어 저랑 비슷한 고민을 했던 선배님들께서 계신가 싶어 두서없는 이 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톡까놓고보면 졸업논문 거리 나온 햇병아리가 투정부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선배님들 말씀 기다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