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오피니언
여성할당제에 대한 두 가지 conflicted 생각...
deckofculture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외국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남자사람입니다.
몇일전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하던 중에 여성할당제가 요새 이슈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오랜만에 브릭에 들어와서 관련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후에 제 아내와 (유럽인) 이 이슈에 대해서 얘기도 해 보았고.
여러 가지 각도의 의견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논리적/상식적/이성적으로 가장 납득이 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두 가지 요소에 의거해 도출되는 정책 결정 방향(?)이 상충적이긴 하지만... 저는 어느 쪽 방향이 좋다라는 일방적인 편을 들려고 하기 보다는, 이런 두 요소가 가장 중요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 같으니 모두 더 고민해보자라는 의도에서 이 글을 씁니다. 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1. 임신 및 육아에 의한 경력 단절에 대한 보상
교수 임용 및 연구비를 따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치열하고 피말리는 일이죠. 이것을 쟁취해내기 위해서는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좋은 CV일 겁니다. 얼마나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논문을, 어느 정도 저널에 publish하였는가.
이 과정에서 여성 분들은 어쩔 수 없게 임신 및 육아라는 중대한 결정 앞에 놓이게 됩니다. 임신/육아의 과정은 개인의 career 측면에서는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굉장히 큰 drag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자는 30초반이 지나가면 임신하기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갖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자기 career에 critical한 시기인 박사과정 혹은 포닥때 이를 할 수 밖에 없을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남자는 30 후반, 40대가 되어서 자식을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이 있죠.
따라서 이런 여성분들에게는 어떤 offset을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순수히 합리적/계산적으로만 따졌을때는, 저는 현재 추진 및 진행되고 있는 여성 할당 임용 혹은 여성 전용 funding들에 대한 적용 대상이 여성 전체가 아니라 실제로 critical한 기간에 임신/육아를 했던 사람들에만 적용시키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분들만 그런 job opening이나 funding scheme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물론, 일정 career stage가 넘어가면 없애고요.. 스스로가 가족을 가질 계획이 없는 여성분들은 공평하게 경쟁할 기회가 있었으니까 이런 benifit을 받지 않는게 맞겠지요?
2. 한국 특유의 남성 중심 사회 (at least as it is at the moment) 에서의 특수성
위의 생각은 성평등이 많이 확립된 서유럽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반박하지 못하겠는 반대 요소는, 한국 사회 (혹은 동양 전반)의 특수 상황입니다.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한국의 전박적인 문화는 남성 중심/군대 mentality 중심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회사, 대학) hierarchy의 위로 올라갈수록 남성이 대부분이고, 그 higher up에 있는 남성분들이 어떤 식으로 뭉치고 행동하는지는 다들 잘 아실겁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고요..
뭐 무슨 룸싸롱 가서 놀고 이런건 둘째로 치더라도, 일상적으로 회식가고, 고기 굽고, 코 삐뚤어질때까지 술 마시고, 그 사이에서 선배님/후배님, 형/동생 이런 컨셉을 만들어가면서 끼리 끼리 뭉치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가령 어떤 조직에 임원급이 8명이 있는데 여자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남자라고 칩시다 (실제 비율과 비슷한가요?). 그럼 7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이런 남성적인 문화 및 유대가 싹틀 때, 한 명의 여자 임원분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과연 아무리 이 한 명의 여성 분이 compelling한 아이디나 의견이 있더라도, 나머지 7명의 남자들이 이미 자기들 만의 연대를 쌓은 이상 과연 이 여성 분은 자기의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요? 이런 환경에서 여성은 살아남고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냥 말 그대로 bitch가 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남자로써 위에 열거한 문화는 deny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이런 문화는 궁극적으로 전체 조직의 productivity에도 결코 도움되는 것이 아닐테죠.
따라서, 한국의 이런 특이한 상황을 고려해 봤을때는, 일시적이라도 강제적으로 여성의 비율을 끌어올리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대가 더 지나서, 한국의 남성/군대 문화가 많이 해체되고 난 뒤는 다시 강제된 여성 할당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서 결국에는 없애는게 맞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1번에서 얘기한 임신/육아를 경험한 여성분에 대한 혜택은 남겨두고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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