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당 오피니언
여성할당제보다 더 좋은 여성과기인 지원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wannaB
제가 일주일간 흐름을 보니, 어차피 똑같은 분들이 주구장창 내용없는 장황한 댓글만 다시는거 같고, 논의를 진행하는건 불가능해보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일단 성심껏 읽어 볼테니 교수 여성 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같은 질문에 논리적인 답변을 기대하는건 어려워보이니, 저는 새로운 방법을 취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제 나름대로 여성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가정하고) 여성할당제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논의를 하자고 글을 쓰는게 아니라,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니,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던 아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글만 써놓고 갈 거고, 댓글을 다시건 마시건 일절 대응하지 않겠습니다.
1. 교수 여성할당제가 필요한 이유. (더 정확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신임"교수 여성할당제입니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 대학에서의 성평등이 실현되어야 사회전반적으로 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의 교수들은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여자 학부생, 대학원생, 박사 졸업자가 지난 수십년동안 꾸준히 늘어온 것에 비해 대학 교수의 성비가 나아지는 속도가 매우 더딥니다 (혹은 나아지고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남성들에게는 역차별적인 조치가 될 수 있지만 (하지만, 이미 그들도 남성으로써 혜택을 누려왔으므로 역차별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강제적인 교수 여성할당제를 시행함으로써 인위적인 교수 성비 조절을 해야합니다. 이를 통해 대학 및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성차별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학교수로 임용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춘 여성 연구자들이 이미 다수 존재하므로, 여성할당제를 시행한다고해서 대학의 역량이 떨어질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다양성이 확보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높은 생산력을 보인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 있습니다. 또 주요 선진국 여러 대학에서 여성할당제를 시행하여 성평등이 개선된 사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이 한 문단에 대해 수십 페이지에 걸친 반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남성들이 계실텐데, 그건 부차적인 문제이니 그냥 넘어갑시다. 위의 문단을 성경에 적힌 구절이라고 생각하세요.)
2. "신임"교수 여성할당제보다 좋은 방법: 전체 교수 재임용 심사 및 여성 대체임용
저는 위에 설명한 것과 같이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신임교수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는 걸로는, 이 사회의 성평등이 개선되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 신임교수 여성할당제는 그 혜택의 대상에 40대, 50대 여성과기인들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성차별과 불이익을 받아오신 분들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이와 같은 신임교수 여성할당제의 단점까지 보완한 새로운 성평등 달성 방법으로 "전체 교수 재임용 심사 및 여성 대체임용"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1) 먼저 현재 국내 모든 대학에 재직 중인 대학 교수들을 정년 보장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재임용 심사를 합니다.
2) 재임용 심사의 결과에 따라 최대 50% (학과의 성비에 따라 다름)의 교수들을 해고합니다.
2-1) 예를 들어, 남성만 10명이 학과에서는 5명을 해고하고, 남성이 10명 중 8명인 학과는 남성 3명을 해고합니다.
2-2) 재임용 심사에 대한 객관적 기준(강의, 논문, 연구비 수주 능력 등)은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마련합니다.
2-3) 정량화된 재임용 심사 점수에 따라 점수가 낮은 교수들이 해고 대상이 됩니다.
2-4) 단, 연령에 따라 균등한 비율로 해고 대상을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대 교수는 전부 해고하고 50대 교수는 전부 살아남는 것은 법으로 제한합니다. 이는 대학의 자율적 결정사항이 아닙니다.
3) 기존 교원 해고를 통해 마련된 TO에 여성과기인들을 채용합니다. 이 때, 나이가 많은 지원자를 우대합니다.
"전체 교수 재임용 심사 및 여성 대체임용"을 이용하면, 몇세대를 기다릴 필요없이 1~2년 안에 대학에서의 성평등을 즉각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여성과기인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이 가능합니다. 젊은 여성연구자들의 경우, 기존 교원 해고를 통해 마련된 TO로 채용될 수도 있고, 이후의 신규 채용 과정을 통해서도 채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대학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이미 신임교수 여성할당제보다는 훨씬 좋은 성평등 달성 방법입니다.
또한 "전체 교수 재임용 심사 및 여성 대체임용"을 이용하면, 성차별 문제 외의, 여러 대학의 "적폐"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연구비 유용, 대학원생 착취, 논문 부정 등을 행해온 "적폐" 교수들은 1순위 해고 대상입니다. 브릭에 올라오는 여러 문제들이 동시에 다 해결이 되는 겁니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을 어떻게 짜를 수 있냐고요?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냐고요? 그거는 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법이 여성차별을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법을 고칠 수 있습니다. 다 같이 연대한다면 가능합니다.
저는 30대 초반 남성입니다. 저는 교단에 서는게 꿈이지만, 그 교단이 성차별이 존재하는 대학에 있는 것이라면 거부하겠습니다. "전체 교수 재임용 심사 및 여성 대체임용" 저부터 여성연구자들의 편에 서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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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글만 써놓으면 이해하지 못할 분들이 다수 계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족을 남깁니다.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신임교수 여성할당제가 대학 성평등 달성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논리적인 근거나 논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여성할당제"가 이미 사회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50대(혹은 그 전후) 남성들이 "성별갈등"이 아닌 "세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던져놓은 당근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20대 남성들에게서 뺏어다가 던져놓은). 50대 기득권 남성들이 자신들은 전혀 손해보지 않으면서 젊은 20대, 30대 여성들 (그리고 더 나아가 40대 이상의 여성들까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성할당제"를 제시, 묵인, 혹은 동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신임교수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경찰관, 소방관 등 사회 전반에 대해 공통됩니다.
"여성할당제"를 상대로 젊은 남성들은 절대 승리할 수 없습니다, 아니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젊은 남성 외의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여성할당제"를 요구하거나, 동조하거나, 최소한 방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남성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득을 보거나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정책이 "여성할당제"입니다.
다시 한번, "여성할당제"는 절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여성할당제"는 기득권층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여성할당제"는 기득권층이 내놓은 빵 한조각도 아닙니다. 기득권층이 힘 없는 젊은 남성들에게서 뺏어다가 내놓은 빵 한조각이고, 그걸 뺏긴 젊은 남성들은 굶어죽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성들은 기득권층에게 "쟤들이 가진 빵을 뺏어 달라"가 아니라 "너희가 가진 빵을 내놓아라" 혹은 "너희가 가진 스테이크를 내놓아라"고 요구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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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저는 댓글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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