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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불평등에 대한 고찰
無所依
궁금님께 답하는 글입니다. 길어져서 별도의 글로 올립니다. 이번 토론마당에서 제가 글을 정말 많이 쓰는군요. 먼저 지적해주신 지니계수의 변화에 대해 말꼬리잡는 식의 얘기를 먼저 좀 하지요. 99년의 지니계수는 0.320이네요. 그뒤 2003년에는 0.306, 2004년에는 0.310이지요? 99년에 비해 좋아지고 있지요? 지금은 1985년보다도 좋은 거지요? 님은 예전보다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하시지만 판단기준에 따라서는 아닐 수도 있지요? 이제는 좀 진지하게 말을 해 보지요. 소득불평등은 그 자체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불평등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연령에 따른 불평등이 있습니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중년의 사람들보다 소득이 낮습니다. 노년의 사람들 또한 중년보다 소득이 낮지요. 이건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각종 불평등지수들은 이런 당연한 불평등도 불평등으로 잡힙니다. 다른 불평등을 생각해 보지요. 직업상의 불평등이 있습니다. 특정 직업군을 비하할 의도는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서, 예를 들어 정화조 청소하시는 분들과 현대자동차 공장장님의 소득을 생각해 보시죠. 불평등합니다.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불평등입니다. 하지만 불평등지수들은 이것들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합니다. 그것 말고도 정당화될 수 있는 불평등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불평등 지수상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피할 수 없지요. 더 나아가 불평등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기도 합니다. 전 의사는 아닙니다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은 존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분들의 소득이 집에서 인형의 눈을 붙이는 분들의 소득과 같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사가 되려고 그 험한 수련과정을 이겨낼까요? 의사가 되고 나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어려움을 겪어내려고 할까요? 최근에는 불평등이 어떤 상황에서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인 예는 유럽과 미국입니다. 유럽의 불평등지수는 아주 낮지요. 하지만 미국은 높습니다. 경제성장율(소득수준을 고려한 경제성장-소득이 높을수록 성장율은 떨어집니다)은 미국이 유럽보다 높습니다. 결국 말입니다,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적절한 수준으로 받아들이느냐하는 문제는 쉽게 답을 할 수 없고, 단일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들의 불평등정도를 판단에 참고를 하지요. 그래서 다른 OECD나라들과 비교하기도 하고, 선진국과 비교하기도 하고 그렇게 합니다. 지금의 한국의 불평등도가 심각한 수준이냐, 아니냐 하는 물음에는 단일한 답이 없습니다. 판단자의 판단기준에 따라 다릅니다. 경제학도로서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일은 불평등, 양극화 등의 담론에 매달리는 것보다 노동시장의 mis-match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다른 중요한 과제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만... <無所依의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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